사례 분석해 보면 '영양가 작음'으로 나타나
이제는 제약 주권 바로 세워 나갈 때 아닐까

2018년 50곳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액 중 상품매출 비중이 37.0%로 나왔다(히트뉴스 자료). 그 대부분이 외제 유명약품을 도입해 판매한 것들이다.

상품매출이란 자사가 생산하지 않은 다른 회사 제조 의약품 등을 구매해 유통시킨 매출을 말한다. 10년 전, 2009년의 상품매출 비중은 22.2% 이었다(메디파나뉴스 자료). 그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약 15%p정도 제약 주권'이 더 훼손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직접 생산한 제품보다 남이 만든 것을 구입해 판매한 상품매출 비중이 그만큼 더 확대 됐기 때문이다.

매출규모가 큰 제약사일수록 상품매출 비중이 더더욱 높아지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매출액이 4000억 원 이상인 12곳 제약사의 상품매출 비중은 44.2%였는데, 1000억 원 미만인 19곳의 그 비중은 34.4%였다. 상품매출 비중이 9.5%로 매우 낮은 '한미약품'을 제외할 경우, 대형사 11개사의 상품매출 비중은 훨씬 더 높아져 48.3%가 된다.  

이처럼 국내 제약업계가 10년 전보다 상품매출 비중이 크게 확대된 이유 중 하나는 약가(특히 제네릭 등)를 둘러싼 제도적 환경이 자꾸 악화면서 약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 외제 도입약품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상품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비판론과 긍정적 옹호론도 상존한다.    

자사 생산 제품에 비해 훨씬 낮은 저마진 상태를 피할 수 없고 다국적 제약사들에게 종속될 우려가 크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도입 의약품 판매권이 다른 경쟁 제약사로 넘어가거나 회수돼 고초를 겪은 제약사들도 있다.

그러나 만족할만한 매출 외형성장 효과와 유명 외제약품 지명도에 편승한 자사 제품의 판촉 효과 등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어떤 이는 그러한 외제 상품과 자사 제품 판촉 효과로 매출을 올려 얻은 영업이익으로, 신약 R&D 투자비용을 마련하는 선순환(악순환의 반대) 고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상품매출을 옹호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손익계산서에 나와 있는 현장의 경영실적 자료를 발췌해 사례 분석을 해 봤다.

모 제약사의 '10년 전 3개년(2007, 2008, 2009) 실적'과 '10년 후 3개년(2016, 2017, 2018) 실적'을 비교해 보면, 다음 표와 같다.
연도별 사업보고서 중 '개별(비연결) 손익계산서' 자료로 분석했다. '연결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하면 제약사 고유의 영업활동 실태가 그대로 반영되지 않고, 연결되는 회사의 것으로 인해 그것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표를 보면, 모 제약사의 상품매출비중은 10년 전 42%대로 요즘보다 낮은 편이었으나 10년 후 최근 73%대로, 30%나 늘어났다. 매년 3%씩 높아진 셈이다.

상품매출 비중 증가와 동시에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 그리고 영업이익률 등이 함께 요동쳤다. 매출원가율이 10년 전 54%대에서 10년 후 73%대로 거의 20%p나 높아졌다. 매출원가율이 73%대라면 매출액총이익률(조마진율)이 27%대라는 말인데 이는 제약업체로서는 낮은 조마진율이다.

대신 판관비율(경상연구개발비율 제외)은 10년 전 31%대에서 10년 후 18%대로 약 13% 낮아졌다. 상품 도입의 장점 중 '처방 지명도가 높아 판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것 같다.

문제는 영업이익률이다. 영업활동으로 얻어지는 이윤(영리)의 실체인 영업이익에 대한 효율성을 나타내는 평가 지표다.

모 제약사 영업이익률은 10년 전 12% 정도였는데, 근자 5%대로 10년 전보다 무려 58%p나 줄어들었다. 상품 판매로 '이익 껍질'인 매출액은 괄목할만하게 크게 성장했으나 '매출의 열매'인 영업이익 금액은 10년 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10년 전과 10년 후 연평균 영업이익 금액이 4.5% 증가에 그쳤다.

물론 모 제약사 사례가 '도입약품' 문제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단편적이나마 도입약품의 실질을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사례를 통해 보면, 상품매출은 기업에게도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매출이 영업이익률에 기여를 하지 못했으므로, 영양가 작은 매출인 탓이다. 그래서 상품매출을 확대해 이익을 증가시켜 그것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는 과도할 수 있다. 

이제 '남의 약 사서 파는 것보다 내 약 만들어 파는 '제약 주권'을 세워 나가는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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