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치료제 출현을 기다리는 희귀·난치성환자들의 간절한 소망과 첨단재생의료기술을 바탕으로 첨단바이오치료제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온 바이오산업계의 염원이 4일 무산됐다. 국회 법사위원회는 이날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안'을 심의했지만 '연구대상자 정의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집요한 문제 제기로 인해 제2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법안 통과를 향한 절차는 일단 멈췄지만, 오 의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문제제기는) 법의 보다 안전한 시행 필요성 때문이었으며, 조속한 시일 내 다시 심의가 이뤄져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다행스럽다.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은 왜 제정돼야 하나.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첨단생명공학기술로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을 이용해 제조되는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융복합제제 등을 말한다. 세계적으로 사용례가 적고, 환자 맞춤으로 소량 생산되는 까닭에 허가와 안전관리에 있어 종전 합성의약품과 아주 다른 고려사항들이 있다. 지금 껏 마주하지 못한 특성들을 반영하고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관리체계가 바로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인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살아있는 세포나 조직을 기반으로 삼는 첨단재생의료기술과 이를 제품화한 첨단바이오의약품은 세상에 있는 것으로는 치료법이 없는 환자의 치료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 속에서 세계적으로 관심이 늘어나는 분야다. 미국과 유럽, 일본도 이 분야가 지속 성장함에 따라 '성장의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특성에 맞는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유럽은 2007년 11월부터 '첨단치료제제(ATMPI) 법'을 제정을 했으며, 미국은 2016년 12월 '21세기 치유법'을, 일본은 2013년 11월 '재생의료법제정 및 약사법·의료기기법'을 개정했다.

우려하는 오신환 의원(왼쪽)과 우려는 관리될 수 있다고 답변하는 이의경 식약처장
우려하는 오신환 의원(왼쪽)과 우려는 관리될 수 있다고 답변하는 이의경 식약처장

이 분야 연구가 세계 어느나라 못지 않게 활발한 만큼 우리나라도 3년전부터 국내·외 현황과 재생의료분야 특성을 감안해 세포 채취부터 시판 후 장기추적조사까지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발전 속도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안'을 준비해 왔다. 국회 김승희 전혜숙 정춘숙의원이 발의한 각각의 법률안을 이명수 의원이 통합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협의를 통해 만들었다. 환자 안전을 지키면서도 산업계에 동기부여와 바른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오래전부터 촘촘하게 설계한 것이다.

이렇게 준비한 법안은 ▷환자 중심 ▷심의 전문성 제고 ▷안전관리체제가 강화된 게 특징이다. 생명윤리법에 따른 국가생명윤리위원회와 함께 국가가 전문위원회를 구성, 임상연구 계획이 적합한지 심의한다. 재생의료 분야 의료인, 연구계, 윤리계, 환자 대변자 등 20명 이내로 구성되는 심의위원회는 환자 중심으로 ▷안전성 ▷유효성 ▷윤리성 ▷시급성 ▷필요성을 키워드로 임상 여부를 판단한다. 위험도를 고려해 임상연구 대상자 선정, 그 숫자와 연구기간 적정성도 따진다. 위험 높은 임상연구는 대체치료법 유무를 감안해 위원회 심의 후 다시 식약처 승인을 받도록 이중 안전장치를 뒀다. 이만하면, 오신환 의원의 우려는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되면 치료법이 없는 희귀·난치질환자들에게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재생의료 임상연구로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뿐만아니라, 연구개발 측면에서 새로운 재생의료 연구 경로가 마련되는 한편 첨단·융합기술을 적용한 품목의 신속한 지원을 통해 개발자들에게 규제 경로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첨단재생의료 분야에 걸맞는 국제 수준의 규제체계가 마련됨으로써 산업계에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은 확실하다. 세계 의약품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제약회사들과 비교적 동일한 출발 선상에 있는 이 분야에서조차 밀리게 되면 그것은 국가의 미래는 물론 환자들에게도 불행이다. 시대적 과제이자, 국가와 환자들에게 희망인 첨단재생의료·바이오의약품법은 반드시, 조속한 시일내 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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