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칫거리다간 다국적사에 찾아온 기회조차 빼앗겨"
"바이오 원 아시아로 새표준 만들면 새 동력도 생겨"

[hit 초대석]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

"노바티스와 로슈같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우리나라 최상위 제약회사 대비 연구비를 100배나 많이 씁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경험도 훨씬 많고, 괜찮은 바이오텍이 있으면 그냥 사 버립니다. (우리가) 운좋게 물건이 나온다해도 직접 마케팅도 못하고 (기술수출로) 넘겨 줘 로얄티를 기대할 뿐이에요. 이런 현실이라면 100년, 아니 1000년이 가도 다국적 아랫 단에서 활동할 수 밖엔 없습니다."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회장)는 우리나라가 '재생의료산업 분야'를 관대하게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를 이 처럼 강조하며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비슷한 출발점에 있는 이 분야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정이 하루 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지난 달 19일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서 열린 '파이스트(PHAR EAST) 2019'에서 "아시아 국가간 오픈 이노베이션, 규제 조화와 상호인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이 따라오도록 바이오 원 아시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원천기술을 확보한 SCM생명과학 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월 제넥신(대표 성영철)과 함께 미국 바이오텍 '아르고스 테라퓨틱스(Argos Therapeutics)'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과 연구원, 지적재산권 등 주요 자산을 경매를 통해 약 125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싱가포르 발표를 앞둔 지난 달 15일 오후 4시 아셈타워 그의 사무실에서 첨단재생의료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산업의 가능에 대해 그의 믿음은 누구보다 확고했다.

한편 인터뷰 이후 최근 발생한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와 관련해 2일 입장을 물었을 때 그는 "조금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3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파이스트(PHAR EAST)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
3월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파이스트(PHAR EAST) 20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

다짜고짜 여쭤보겠습니다. 왜 그렇게 첨단재생의료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시나요. (그는 2월27일 식약처장-제약회사 CEO 간담 현장에서 공무원들을 쫓아다니며, 재생의료 특별법 제정과 조건부 허가 등 이것 저것을 채근했다.)

"높은 가능성과 타이밍 때문이에요. 이 분야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동일한 출발선, 아니 우리가 앞서 출발했죠. 그러니 해볼만 한 겁니다. 줄기세포치료제, 세포치료제를 제일 먼저 허가한 나라인데, 이후 지지부진합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칠까 염려스럽습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괜찮은 파이프라인과 회사를 사는 것으로 시간을 단축시키고 기회를 만듭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나요? 동일선상이지만, 우리가 지체하면 금세 추월당하고 맙니다."

▶정부는 2025년 세계 7대 제약선진국 진입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고, 산업현장에서도 혁신신약을 만들수 있는 기술 수출이 늘고 있습니다. 꼭 재생의료치료제가 아니라도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경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바티스와 로슈같은 회사는 연간 10조원 규모의 연구비를 쓰는데, 이는 우리나라 최상위 제약사들과 비교해 100배를 더 쓰는 규모에요. 물론 운이 좋아 괜찮은 물건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직접 개발해 글로벌 마케팅까지 하기엔 한계가 있어 결국 기술을 넘겨주고 로열티를 받는 정도에 그칠 것입니다. 이런 패러다임으로 100년, 아니 1000년이 지나도 우리는 다국적제약기업 밑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세포치료제 같은 신 영역에서 진검승부를 보아야하고, 가보지않은 길에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세포치료제 기업들의 아쉬움, 다시말해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유효성이 입증된 경우 치료기회 확대를 위해 진행되는 조건부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첨단바이오법의 조속한 제정입니다. 예를 들어 모든 줄기세포 임상시험은 5년 장기추적 안전성 자료를 내라고 합니다. 임상1상을 하면 그 사람의 5년간 데이터를 내라고 하는 거죠. 피보탈 임상, 마지막 임상은 모르지만 처음하는 임상에 이렇게 함으로써 시간과 돈을 다 씁니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을 수 없어요. 모든 임상에서 5년을 하라는건 말이 안되죠. 아울러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게 산업육성 차원과 조화를 이루도록 바뀌어야 헬스케어분야의 4차 산업혁명의 길이 열립니다."
       
가보지 않은 영역의 가능성을 성과로 만들려면 때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화합물신약분야에서 선진국이지만 재생의료 등 바이오분야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 일본은 어떤가요.

"경제규모가 큰 일본 제약기업들조차 글로벌회사들과 비교가 안됩니다. 뭔가 획기적 조치를 통해 글로벌로 가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공세적입니다. 임상1상부터 3상까지 다 해야 허가받던 것을 2014년 이후 1상 시험이후 조건부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대신 7년간 데이터를 모아 안전성과 유효성을 봅니다. 안전한데 유효성이 크지 않은 경우라도 죽이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왜요? 재생의료는 데이터가 쌓여야 약이 되거든요. 일본은 그만큼 이 분야를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거에요. 안전성을 걸고 조건부를 말하던 기조도 사라졌습니다. "

미국은 어떨까요.  

"FDA의 변화를 살펴보면, 식약처의 방향성도 보일 거에요. 사임했지만, 스콧 고틀리브 국장은 약물개발과 재검토, 의약품 경쟁촉진 외 유전자치료제 등 혁신기술을 승인하기 위한 규제 개선에 주력했죠. 그는 '올해 재생의료 관련 임상시험 허가신청 건수가 250건이었다, 2021년에 1000건이 넘어갈 것이다, 특별 예산 5000만달러를 주시오' 해서 심사위원 60명을 확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게 없어요. 우리 식약처도 화합물 중심인 까닭에 인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런 맥락이에요."  
  
바이오 원 아시아를 강조하시는데, 왜죠? (이 대표는 3월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파이스트(PHAR EAST) 2019' 기조연설에서 "바이오 원 아시아를 강조했다.)

"아시아 국가간 오픈이노베이션, 규제 하모니, 상호인정은 중요합니다. 아시아 국가 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재생치료제를 쓰게되면 미국이나 유럽도 따라올 수 있을 겁니다. 일본 한국 호주 관계자들이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된다면 몇 년 후에는 아시아가 메인이 됩니다. 아시아 표준을 만들어야 아시아 국가들이 바이오산업에서 발전할 수 있거든요. 바이오 유에스와 견줘 바이오 코리아나 바이오 일본, 바이오 말레이시아가 다 썰렁하잖아요.  바이오 아시아를 만들어 한번은 한국, 또 한번은 일본식으로 돌아서 열면 미국, 유럽 국가들이 안올 수 없습니다. 막막해 보이지만 이런 것을 국가 단위에서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 촉발을 위해 국내 현황도 예로 드셨죠.

"맞습니다. 삼성전자가 노바티스 매출보다 훨씬 큽니다. 아이러니는 시가총액, 다시말해 기업가치는 작은 나라 스위스의 노바티스와 로슈의 총합이 더 큰 실정이죠. 그만큼 바이오산업에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였죠. 아시아 국가에서 노바티스 같은 기업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바이오 원 아시아가 필요하다, 이렇게 이야기 한겁니다."

에스씨엠생명과학-제넥신 컨소시엄이 인수한 아르고스 사 세포치료제 cGMP 생산시설 전경.
에스씨엠생명과학-제넥신 컨소시엄이 인수한 아르고스 사 세포치료제 cGMP 생산시설 전경.

SCM생명과학 이야기 좀 해 볼게요. 지난 2월 미국 바이오텍 아르고스의 세포치료제 생산시설과 연구원, 지식재산권을 제넥신과 함께 125억원에 인수하셨는데요.

"경매로 샀어요. 항암세포치료제 임상3상을 세계서 제일 크게 했었던 회사죠. 임상 대상자가 462명에 달했는데, 최종적으로 실패했어요. 그래서 경매 물건을 나온 건데, cGMP 시설이 훌륭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마스터 셀 뱅크를 만들어 글로벌에서 쓰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또 이곳에서 하던 수지상세포 항암백신을 우리 파이프라인에 넣어야겠다는 계산도 있고요. 글로벌 진출에 유리한 미국의 생산시설은 회사 장래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SCM의 원천기술과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자금은 얼마나 확보하셨나요.

"우리의 원천 기술은 2가지에요. 층 분리 기술을 통한 고순도 세포 확보 기술이 있다. 고순도니 양을 적게 써도 되고, 고순도라 효과가 좋다는 데이터를 모으고 있죠. 다른 하나는 질환타깃에 맞춰 줄기세포를 집어 넣을 때 효과여부를 판독할 수 있는 포펜시 마크도 확보했습니다. 우리 세포은행의 셀라인으로 질환 특이적인 접근을하고 있다. 쉬 설명해 우리가 다루는 질환은 거의 면역질환이죠. 예컨대 나쁜 면역 세포를 줄여주고 좋은 일하는 면역세포 올려주는 콘셉트에요. 다른 회사는 지방세포 등에서 세포를 추줄하지만 우리는 골수에서 뽑아요. 미국 회사를 산 것 역시 미국에선 골수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식편대숙주질환 임상 2상, 췌장염 1상과 2상, 간경변 전임상, 아토피피부염 호주 1상과 2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당뇨병까지 잇따라 들어갑니다."

※ 그가 그토록 강조했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4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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