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있어야 약이다] ② 한국엘러간 안염 점안제 '프레드포르테 점안액 1% 5ml'
치료약을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자들에게 제때 안정적으로 약을 공급하는 것 까지가 제약회사의 소명이다. 좋은 약이 있지만 환자의 손에 닿지 않는 약은 무효(無效)다. 의약품 품절 문제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개중에는 늘상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단골약물도 있다. 의사나 약사가 겪는 처방조제 차질도 문제지만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핵심 사안이다. 약국에 없는 약은 약이 아니다. 반복되는 품절 문제를 조명한다. <편집자주>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A 약사는 최근 근처 안과의사를 만났다가 이같은 질문을 받았다.
"왜 프레드포르테 점안액을 못 구하세요?"
A 약사는 당황하며 "현재 품절상태로 알고 있다"고 답하자 이 의사는 "저쪽 B약국은 재고를 갖고 있다. 재고양이 넉넉해 원활하게 조제하고 있더라."고 A 약사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A 약사는 "일부 의사들은 꾸준히 프레드포르테 점안액만 처방하니 약국들은 재고를 확보할 수 밖에 없다. 재고가 있는 곳으로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라며 "유통업체 2곳과 제약사에 재고가 있는지 문의했는데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근처에서 약국을 하는 후배 약사에게 점안액 10개를 부탁해 얻어왔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프레드포르테 점안액 1% 5ml(성분명 프레드니솔론아세테이트)은 포도막염을 비롯해 안검염, 결막염, 각막염, 수술 후 염증 등에 쓰이는 한국엘러간의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종근당과 대우제약이 제네릭을 갖고 있다.
프레드니솔론 성분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 제제로 사용돼 왔다. 수술 후 안 염증을 억제하며 특히 포도막염에서 효과가 좋아 타 성분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도막이란 안구의 중간층을 이루는 홍채, 모양체, 맥락막을 말하는데 혈관이 풍부하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이곳에 생기는 염증을 '포도막염'이라 하는데 세균,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다. 충혈, 통증으로 눈이 부시며 눈물이 나는 증상이 발생하고 염증이 심한 경우 시력 저하를 호소한다.
프레드포르테 점안액은 이런 포도막염 환자가 1회 1~2방울을 하루에 2~4회씩 점안하는 치료제다.
A 약사는 "일부 대학병원은 종근당과 대우제약 품목으로 대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는데 아직 프레드포르테를 처방하는 지역 병·의원 의사들은 많다. 꾸준히 처방이 온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김포의 C 개국약사는 "스테로이드 성분 점안제는 많지만 프레드포르테가 잘 알려져 있는 품목이라 의사들이 자주 처방한다"며 "의사들은 품절 여부를 모르니 약국만 약이 없어 재고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엘러간은 올 1월 초 프레드포르테 점안액 5ml가 생산공장이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어 3월 말까지 품절된다는 공문을 배포한 바 있다. 품절 해결은 4월 정도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지난 달 13일 "국내 허가사항 관련 문서상의 오류가 발견돼 허가사항의 수정이 필요, 진행하게 됐다. 추가적으로 공급 지연 될 것 같다"는 두 번째 공문을 보냈다.
회사 측은 "모든 절차가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에 공급 재개가 예상된다. 빠른 절차 진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확정된 공급 가능 시기를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레드포르테 점안액은 그간 품절 상태가 지속된 품목 중 하나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공급 능력이 부족해 전 세계에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며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대체 가능한 품목이 없어 안과 의료진들은 판매를 중단했던 제약사들에 생산을 요청했다. 이에 2016년 5월, 유니메드제약의 경우 프레드포르테 점안액과 같은 성분 품목을 재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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