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7%, 순이익 -22% 역성장에도 장밋빛뿐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관관계 없다는 점 곱씹어 봐야

70여 곳 상장 제약사들의 2018년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 지난 3월23일 감사보고서 공시 기한 만료와 함께 막을 내렸다.

매출은 2017년 대비 7% 증가됐으나 영업이익이 무려 -17% 뒷걸음질 쳤고 당기순이익도 -22%로 크게 줄어들었다. 히트뉴스가 작년 3분기 분석 때 이미 실적 쇼크(earning shock)가 닥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본질적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두 개념은 제약업체들에게 그 어떤 것 하고도 대체되고 비교될 수 없는 지고(至高)한 개념이다. 제약사들은 기업체들이고 기업체는 '이윤(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므로, 영리의 실체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바로 제약사들의 사업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목적보다 더 중요하고 긴요한 것이 그 무엇이 있겠는가. 연구개발비 투자가 아무리 중요하다해도 목적을 위한 일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제약사들 사업 목적의 실체인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2018년 심히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제약업계와 그 주변에선 오히려 당연한 듯 내일의 기대에만 부풀어 있는 듯하다. 내일이면 국민까지 먹여 살릴 큰 돈뭉치가 쏟아져 들어 올 텐데, 오늘의 이익 감소쯤이야 뭐가 그리 대수냐 그러는 것 같다. 이익 뒷걸음질의 주된 원인이 '연구개발비' 투자인데 뭐가 걱정이냐는 듯 외려 즐기는 태도다. 연구개발비 투자로 혹시 적자가 난다해도 그 비용 투자는 자산적 성격이 있고 미래를 걸 수 있으니 우려될 것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일까. 그리 되면 오죽이나 좋으랴.

"제약바이오업계는 현재 신약이라는 화산이 대폭발하려 하고 있다. 조짐이 좋다. 마그마가 움직이고 주변의 작은 화산들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신약기술 수출성과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대폭발이 임박해 있음이 확실하다"는 분위기를 보면, 앞서 언급한 그러한 생각들이 자꾸 든다.

보건산업진흥원의 47곳 혁신형제약사들의 2019년 사업계획 분석을 보면, 금년 계획된 신약연구개발 투자액이 1조7617억 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1조4315억 원보다 무려 23.1%나 증액된 금액이다. 올해 매출액 목표가 작년 실적 12조1033억 원보다 8.9% 늘어난 13조1856억 원으로 계획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금 신약 연구개발에 얼마나 열중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대체적으로 규모가 크던 작던 매출(판매)을 최우선시하며 그것에 아주 집착해 왔다. 오래전부터 직접 봐왔고 경험한바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도 그러한 경향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같은 맥락인지 요즈음 제약바이오업계는 2014년 유한양행이 매출 1조원 고개를 첫 번째로 넘어서면서, '1조 클럽'이라는 말이 새롭게 유행을 타고 그 클럽 가입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1조 고지가 저만큼 보이는 제약사들 중 어떤 회사는, '우리 회사도 몇 년 안에 1조 클럽에 가입 하겠다'는 비전(vision)을 제시하는가 하면, 이미 1조 클럽에 가입했거나 금년에 가입이 확실시 되는 제약사들 중, 앞으로 5년차 판매 목표로 통(배포) 큰 10조원을 내세우거나, 3년 내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제약바이오사도 눈에 띈다. 이 모든 게 '매출 지상주의(至上主義)'의 발로라고 생각된다. 언론사들을 비롯해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경외(敬畏)의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래도 되는 걸까.

2018년도 실적이 공개된 주요 20곳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영업이익률 순위를 한자리에 모아 봤다(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감사보고서 자료 집계). 긴요한 경영분석 도구 중 하나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100)은 영업활동 성과에 대한 '능률(효율성)'을 나타내는 평가지표이므로 활용도가 아주 높다.

표를 보면, 제약사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순위가 들쑥날쑥 완전히 서로 다르다.

제약회사 공시 내용, 히트뉴스 재 정리

영업이익이 알맹이라면 매출액은 외형인 껍질이다. 매출액 외형기준 1위에서 4위까지의 '1조 클럽' 제약사들이, 모두 하나같이 영업이익 순위에서 6위권 밖으로 뒤처져 있고 영업이익률(영업 효율성) 순위에서도 20위 안에 드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

이들은 영업이익 절대금액 자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다. 삼진제약이 595억 원이고 동국제약이 552억 원인데, 1조 클럽 상위 4사 중 가장 많은 회사가 502억 원에 불과하다. 또한 이들은 영업능률(효율성)인 영업이익률도 3.8%를 넘는 회사가 하나도 없다. 영업이익률 순위 18위와 19위인 경동제약과 신일제약의 3분의1도 채 안 된다.

위 표를 보면 껍질인 매출과 알맹이인 영업이익이 따로 논다. 껍데기는 큰데 알맹이는 실하지 못하다. 이러한, 매출액과 영업이익 간에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현상이, 2018년 한 해만의 특수한 상황인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복잡하지만 시간을 들여 '피어슨(K, Pearson)의 상관계수 산출 공식'에 의거, 지난 5개년의 상관계수를 계산해 봤다.

얼핏 보면 매출액이 많으면 영업이익도 함께 많아질 것으로 생각되어지고, 만약 이러한 생각이 맞는 것이라면 제약업계의 '매출 지상주의'는 기업의 목적인 영업이익의 최대화를 위해 타당성 있는 옳은 방향이 되므로, 그런지 안 그런지에 대해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러나 상관계수는 2018년 0.23, 2017년 0.24, 2016년 0.08, 2015년은 0.11 그리고 2015년에는 0.29로 산출됐다. 상관계수가 0.5 이하면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고, 0.5 초과에서 0.7 미만까지는 상관관계가 있는 정도며, 0.7 이상이면 상관관계가 아주 강한 것으로 판단을 하게 돼 있다. 따라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매출액만 크다고 영업이익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출 지상주의는, 보다 더 큰 이익을 수확하기 위함일 텐데, 그것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되는 걸까. 허상을 쫒아 온 건 아닐까.

지금 제약바이오업계는 '신약 R&D 열풍'과 '1조 클럽 선풍'에 마취되어 가는 것 같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눈에 차지도 않는 듯싶다.

신약개발 성공률과 물심의 고통을 그 누구보다 업계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신약 기술수출은 시작이지 종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까지 발생되고 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 이젠, 일희일비하기보다 기술 수출이 완성되는 그날까지 기도하는 심정으로 겸허하게 지켜봤으면 한다. 최종 성공 후 샴페인을 터트려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긍정의 힘', '하면 된다', '신념의 마술', '장밋빛 전망' 등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그늘을 잘 관리해야 앞의 좋은 생각들이 빛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매출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매출 지상주의만이 능사는 아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다 좋은데, 경영 현실인 빛과 그늘을 균형 있게 직시했으면 한다.

2018년처럼은 안 된다. 금년 영업이 잘 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높아졌으면 한다. 그래야 신약 연구개발이 힘을 더더욱 강하게 받을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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