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허가제도, 각론 논란불구 방향성엔 긍정
중소사들 제네릭 개발 역할분담...급여밖 시장 눈길도

|취재=박찬하 홍숙 강승지 기자|

제네릭 약가와 허가제도 개편안이 모두 윤곽을 드러냈다. 의약품의 품질(안전성) 문제가 직접적 도화선이었지만, 산업 관점으로 보면 ‘한 톨이라도 노력이 더 들어간 기업’에게 시장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제네릭 허가통로를 좁히고 제품개발 노력을 반영한 차등보상을 통해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뜻이다.

정책의 방향성과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일단 ‘반발’ 정도는 진일보했다는 평이 많다. 다만, 유예기간을 허가는 4년, 약가는 3년씩 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른바 강경파들은 제도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제도를 흔드는 시장의 힘을 경계한 것이다.

어쨌든 복지부(약가)와 식약처(허가)의 플랜은 시기적으로 아귀가 맞는 듯, 조금씩 어긋난다. 다만, 신제품과 기등재약으로 나눠 살펴보면 보다 분명해진다. 올 10월에 약가와 허가제도 개정안이 동시에 출발한다고 가정하면, (실제의 제도시행 시점은 다를 가능성이 더 높다) 신제품의 경우 약가차등(2019.10) → 약가차등/1+3생동제한(2020.10) → 약가차등/공동생동페지(2023.10) 순이다. 기등재약의 경우에는 약가차등(2022.10) → 약가차등/공동생동폐지(2023.10) 수순을 밟는다.

두 제도가 완전히 만나는 2023년 10월 공동생동이 폐지되면 약가차등의 2가지 요건인 ▲자체생동과 ▲DMF 등록은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제네릭 약가산정 방식만 남게 된다. 업계 일부가 긴장하는 대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동생동 자체가 폐지되는 2023년 이후 제네릭 약가를 단순 계산해보면 20번째 제네릭까지는 53.55%를 받고 21번째부터는 이전 최저가의 85% 수준에서 차등적용되면서 27번째 제네릭에 와서는 17.16%까지 떨어진다. 요건 1개 충족시 적용되는 45.54%를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에는 더 낮은 14.59%가 된다.

제네릭 제도변화가 가져오게 될 수익성의 임계점 앞에서 업계의 반응을 점쳐보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보편적 상식 선에서의 전망은 가능하다.

#1. 중소사들, 품목조정 압박 세진다.

제도변화를 앞두고 중소제약들의 제네릭 허가가 급증하고 있다. 물론 공동생동을 통해서인데 허가제도 변화를 감안하면 3~4년짜리 전략이다. 자금력 등 측면에서 열세인 중소사들은 품목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다. 30품목만 단독생동을 하더라도 건당 2~3억선이면 비용부담이 100억에 육박한다. 범용시장(고혈압-고지혈증 등) 품목이거나 매출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품목만 살려 집중하고 아니라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현재와 같이 백화점식 포트폴리오를 중소제약이 유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어렵다.

#2. 합종연횡, 급여밖 시장 관심 커진다

중소(견)제약간 합종연횡 사례가 물밑에서 나올 가능성을 점치는 쪽도 있다. 제네릭 개발을 분담하고 시장에서 코프로모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상향평준화될 개발비용 부담을 덜고 시장진입 기회는 확보하는 전략일 수 있다는 평가다. 급여밖 헬스케어 제품 시장으로 눈을 돌려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약 시장을 비롯해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화장품 등 시장에 눈을 돌린 중소제약들이 많이 있다. 이런 사업패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3. 대형사들에 호재? 어떻게 움직일까

국내 제네릭 시장에는 규모 불문 모든 플레이어들이 뛰고 있다. 허가-약가제도 개편이 완성되면 제네릭 시장에서 함께 경쟁할 플레이어들이 구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여력을 갖춘 상위업체들의 파이가 커질거라는 전망이 대세다. 따라서 상위사들이 현재의 백화점식 제네릭 포트폴리오를 크게 손댈 이유가 없다. 다만, 매출규모나 장래성이 낮은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조정이 이루어지고 제네릭 시장 전체에 대한 장악력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약가차등이나 품목포기 등을 통한 손실보다 더 큰 시장 기회를 확보할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다만, 상위사들이 백화점식 제네릭 포트폴리오를 통해 시장 장악력을 키울수록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4. 대형사들의 제네릭 계열사는 어떤 역할?

동일성분 제네릭 동일약가 시스템 속에서 대형사들은 계열사들을 통한 제네릭 사업을 병행해왔다. 본사와 계열사가 각각의 제네릭 브랜드를 출시해서 쌍끌이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인데, 일부 업체의 경우 CSO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허가 및 약가제도 개편은 이같은 제네릭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약가알박기와 같은 시장교란 행위가 은밀히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또 공식적인 계열사 외에 대형사와 중소사간 은밀한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다만,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쉽게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5. 허가·약가 손질, 다음은 유통문제?

정책변경의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는 측은 유예기간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의약품 유통 측면에서의 제도개선이 함께 공개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는 쪽도 있다. 제네릭의 문제는 약가나 허가로만 풀 수 없고 리베이트와 같은 유통과정에서의 부조리 문제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복지부가 최종 검토 중인 CSO 등 의약품 유통 측면에서의 개선안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각론에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허가-약가제도 개선의 방향성은 현재로서는 당위성을 인정받는 분위기이다. 코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업체들은 4년 안팎으로 주어진 유예기간을 이용해 전문화를 통한 차별화를 시도하거나 개발, 생산 등 측면에서의 업체간 협력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확보하는 방향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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