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VLOG]릴리 예비맘의 고민

*<HIT VLOG>는 헬스케어 기업의 직원 복지를 동영상 플랫폼(유튜브 등)에서 유행하는 ‘브이로그(vlog) 형식으로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친 말로, 개인 SNS에 글을 쓰듯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뜻합니다. 특색 있는 직원 복지 문화를 가진 기업은 hs@hitnews.co.kr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헬스케어 기업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오전 9시. 새 생명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어젯밤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남편과 함께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하지만 복잡한 생각들이 동시에 밀려와 밤새 한숨도 자지 못 했다. 릴리에 온지 2년. 이제 업무에 익숙해 지고, 진급에 대한 계획을 세워 놓았는데. 우리 아기는 계획보다 먼저 찾아왔다. 오늘은 병원도 들러야 해서 팀장님께 허락을 구해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급한 미팅, 회의 등은 마무리해 놓은 상태. 오늘은 집에서 보고서 작성만 집중할 계획. 병원에선 우리 아기가 찾아온 지 한 달이 됐다는 말을 들려준다. 언제까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밀려 온다. 최대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오전 11시.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노트북을 펼쳐 업무에 집중. 오롯이 업무에 집중하고 싶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 온 재택근무제와 시차 출퇴근제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만약 아기가 태어난다면…친정엄마가 아이를 돌봐 주신다고는 해도, 아이를 누가 친정엄마께 데려다 줄까? 남편은 새벽같이 출근을 해야 하는데, 내가 9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야 했다면,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조차 쉽지 않았겠지.

8년 연속 가족친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하는데...그렇다면 육아와 병행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이지 않을까?

#오후 1시. 보고서를 정신없이 작성하도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아이 때문에 정신없어 아침에 확인하는 것을 깜박한 회사 주가. 얼마전 본사에서 직원들에게 주식을 줘, 그간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주식시장을 하루가 멀다하고 확인한다. 오늘은 점심에서야 확인. 옆집에 사는 언니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며 몇개 갖다 준다. 얼마 전까지 언니는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아들 2명을 둔 ‘워킹맘’이었다. 시부모님께 아이들의 양육을 맡겼던 언니는 시부모님이 편찮아져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됐다. 누구보다 일 욕심이 컸던 언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져 행복한 마음 한 켠엔 경력 단절로 인해 사회로 복귀하지 못 할 것 같은 언니. 불안감을 털어놓는다.

임신 소식을 회사에 알리고 지급받은 전자파 차단 앞치마. 핸드폰이 옷 주머니에 있으면 전파가 안 터지니 전자파 차단이 잘 되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오후 2시.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며 마케팅 팀에게 의견을 구할 일이 생겼다. 우선 노트북 소프트폰으로 연락을 하니 받지 않는다. 다시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 본다. 업무와 관련된 논의를 30여분 가량 통화하고 필요한 자료를 메일로 요청한다. 2009년 우리가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소프트폰 등 일명 ‘통합 업무 환경(Integrated Work Place)’를 구축하는 것이 큰 문제였는데. 요즘은 카카오톡 등 다양한 IT 인프라가 있어서 다른 제약사에서도 스마트오피스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른 팀과 논의할 일이 많은 난 당시 변동좌석제 등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이었지만, 처음에는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직원도 꽤 있었다. 지금은 업무 특성에 따라 지정석에서 근무할 수 있는 상주직과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유동직으로 나눠 근무할 수 있어 스마트오피스가 비교적 빨리 정착한 느낌이다.

#오후 4시. 오늘의 마지막 업무. 인지 다양성(cognitive diversity) 프로그램 기획.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최근 관심사와 취미를 릴레이 형식으로 나누는 ‘타인의 취향’, 새로운 시각을 가진 동료와 속마음을 털어놓는 ‘멘토링 프로그램’, 임직원들과 함께 지식을 나누는 릴리 테드(Lilly TED) 강의 등으로 구성됐다. 타인의 취향 기획 총괄을 맡은 나는 직원들이 제출한 최근 관심사와 취미를 본다. 기타 연주, 수영, 유튜브 콘텐츠 제작, 디지털 헬스케어 등 직원들의 관심사가 이렇게 다양하다니…몇몇 직원들은 릴리 테드 강연자로 모셔도 될 만큼 단순 취향이 아니라 업무 외에 전문 지식을 쌓아 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오후 8시. 타인의 취향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을 위해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리해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러 있다. 남편이 꽃다발을 든 채 초인종을 누른다. 남편과 조촐한 축하 파티 겸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남편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차분히 이야기 한다. 일단 출산 후 1년 3개월 가량은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육아휴직도 우리 회사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릴리의 직원이 아닌 남편은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 얼마전 옆 팀 부장님은 둘째로 쌍둥이가 태어나 육아휴직을 쓰시고, 우리 팀 남직원은 아내 대신 재택근무를 하면서 종종 아이들을 등하교 시켜준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는데….남편 회사를 보면 아직 한국사회가 남자들이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은 같이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산부와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유실. 한 켠에 태교용 책과 모유 보관을 위한 냉장고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이 정도면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오후 10시. 그동안 춘곤증이라고만 생각했던 졸음이 아이 때문이었나 보다. 계획되지 않은 새 생명이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생각보다 많은 회사 선배들이 큰 어려움 없이 일과 육아를 함께 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여성 임원이 60%라는 기사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든다. 아이를 낳으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일을 잠깐 쉬려고 생각이 컸다. 우리나라는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의 여러 제도들을 잘 활용하면 퇴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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