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김열홍 '케이-마스터' 사업단장

<선비, 사무라이 사회를 관찰하다> <2019 트렌드코리아>

연구실 테이블에 두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과 현재 우리나라 트렌드를 이해하려는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유전체 정보, 바이오인포메틱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 최신의 의료기술의 집합체 ‘정밀의료’. 한국인에 맞는 정밀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열홍 케이-마스터(K-MASTER) 사업단 단장(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김열홍 케이-마스터(K-MASTER) 사업단 단장(고려대 의대 종양혈액내과 교수)

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케이-마스터 사업단은 2017년 6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으로 주관해 개인 맞춤의료 실현을 위해 만들어진 ‘정밀의료 사업단’의 다른 이름이다. 정밀의료 사업단은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K-MASTER 사업단)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으로 구성돼 있는데, 고대의료원이 이 두 사업을 주관하는 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K-MASTER 사업단장과 총사업단장을 겸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현재 우리나라가 정밀의료 환경과 앞으로 K-MASTER롤 통해 만들어나갈 정밀의료를 통한 헬스케어 생태계 변화 등에 대한 김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K-MASTER가 출범한지 횟수로 2년이 됐어요. 지금까지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 사업의 목표는 크게 세 단계로 설명할 수 있어요. 우선 암 환자 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해요. 이후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체 정보와 맞는 항암제를 투약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합니다.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면 최종적으로 유전체 분석 데이터베이스(DB)를 담은 포털을 만들어 모든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과제가 2021년이면 끝나는데, 현재까지 2800명의 암 환자가 등록돼 유전체 분석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난 뒤, 분석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투약하기 적합한 항암제 임상을 진행합니다. 올해 20개의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인데, 작년까지 13개를 열었고, 올해 7개 임상을 추가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 환자들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임상결과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작업을 할 거에요.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연구자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포털로 만들 거에요. 이미 베타 버전의 포털은 만들었고, 올해 하반기 안으로 정식으로 공개할 거에요. 포털을 통해 연구자들은 K-MASTER에 등록된 위암 환자는 몇 명인지, 이 환자들이 어떤 유전자 변이가 가장 많았는지 순서대로 볼 수 있어요. 특정 유전자 타입에 대한 통계도 제공됩니다.

향후 이 포털에서 해외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올해 3월 말 미국암학회(AACR)에서 이런 작업을 위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사업단에서 암 진단에 활용되는 NGS 패널도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드려요.

삼성유전체연구소가 주도해서 만든 패널입니다. 기존에 K-MASTER 사업을 진행할 때는 삼성유전체연구소, 서울대병원, 마크로젠에서 만든 패널 3종을 사용했어요. 그러다 저희 사업단에 있는 유전자분석위원회에서 K-MASTER 자체 브랜드를 갖는 패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모두 공감했죠. 그래서 삼성유전체연구소 박웅양 박사가 주도해 기존 삼성유전체연구소 패널을 좀 더 보완해 K-MASTER라는 패널을 만든 것이죠.

현재까지 K-MASTER 패널을 통해 377개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할 수 있고, 기존 DNA 검사뿐만 아니라 RNA 검사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 있어요.

기존 항암제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공격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암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 표적(유전자 등)만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죠. 그렇다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는 표적항암제가 가장 좋은 것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암종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어떤 암종은 기존 항암제와 병용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전자 변이만 타겟으로 해서 표적항암제만 투여할 경우 5%의 반응률을 보인 반면, 기존 항암제와 표적항암제를 병용하면 30~40%까지 반응률이 올라가요. 대표적으로 표적항암제 허셉틴은 위암치료를 위해 기존 항암제와 병용해서 씁니다.

이야기를 조금 넓혀서, 한국의 정밀의료 환경에 대해서 묻고 싶어요. 정밀의료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전체 정보 등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현재 국내에 어느정도 데이터가 모여 있나요?

현재 한국인의 선천적 가계를 타고 내려오는 유전자 정보는 매우 부족해요. 암만 봐도, 특정 유전자가 한국인에게서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유전자 인지, 새로운 암세포에 의해서 일어나 유전적 변화인지 알 수 없죠. 저희 사업단은 이런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는 한국인 기반 분석 기술을 만들고 있는 거죠.

물론 10년 NGS 검사를 통해 유전체 데이터를 국가 주도로 차곡차곡 쌓아온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나마 아시아권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국가주도로 유전체 사업을 비교적 잘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유전체 변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 만큼이나 이를 해석(interpretation)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K-MASTER에서 유전체 변이 해석을 위해서 따로 구축한 시스템이 있나요?

변이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죠. 가령 유전체 변이를 분석했으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항암제를 쓸지, 어떤 임상시험으로 가야 하는지 해석하지 않으면 알 수 없죠.

그래서 유전체 변이를 분석한 뒤, 해석까지 해 주는 일종의 해설지 프로그램 ‘매치-마스터(MATCH-MASTER)를 개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유전체 변이 분석을 한 뒤, 현재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 변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변이에 맞는 항암제의 개발 현황과 어느 국가에서 이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임상이 진행 중인지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에요. 이런 정보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가 필요하죠.

유전체 변이를 해석하는 시스템 구축도 중요해 보이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유전체 변이 해석을 할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던데요.

엄청 부족합니다. 사실 이런 유전체 변이 해석은 생명과학, 생명공학, 보건의료, 컴퓨터 교육 등을 받은 융합된 인재가 해 나갈 수 있는 분야입니다. 현재 이런 융합 교육을 받은 인력은 매우 부족해요.

다행히도 작년부터 보건의료인력개발원에서 ‘정밀의료인재양성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의대, 생명공학, 정보학과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6개월에서 1년 동안 유전제 정보 분석 등 정밀의료에 맞는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어요.

교수님께선 최첨단 의료정보를 선봉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의료정보 기술을 발전 속도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조금 다른 방향에서 말하고 싶어요. 모든 기술은 수요로부터 나와요. (수요가 없는 기술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죠. 모든 기술은 그로 인한 파장과 부작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까요.

유전체 정보 활용도 마찬가지에요. 구체적인 방향성이 있어야 하죠. 저희가 매치-마스터라는 유전체 변이 해석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우리 사업단이 환자들의 유전자 변이를 분석하는 이유는 환자들의 암 치료를 돕기 위한 것이죠. 환자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유전체 분석 기술에서 더 나아가 해석을 해야 하죠. 그래야지만 암 환자 치료라는 방향성대로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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