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영역 포괄못한 2000년 체계 넘어서야

[hit-포럼] '차이나는 클래스' 김용익 이사장의 문케어 강의

국민건강보험제도 40년 약사(略史)와 진행경과, 한계점, 2000년 체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개혁과제로써 문재인케어의 개념과 방향성.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히트뉴스와 약사공론 공동 주최로 지난 14일 열린 ‘건강보험 지속성 제약산업 발전은 양립 가능한가’ 주제 [제3회 헬스케어 정책포럼] 초정강연에서 한 시간여 동안 이런 이야기들을 막힘없이 풀어냈다. ‘차이나는 클래스’라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명강의였다. 히트뉴스는 김 이사장의 당시 강의내용 중 문케어 부분을 압축해서 정리해봤다.

작년 1700억 당기수지 적자, 계획됐던 수순

(지난해 당기수지) 건강보험 적자는 계획된 것이다. 경영을 잘못하거나 정책을 잘못해서가 아니다. 문재인케어는 재원조달 계획에 따라서 누적적립금 20조원에서 10조원을 꺼내 쓰도록 재정이 설계돼 있다. 이는 10조원 규모의 경상적자를 의미한다. 원래 예정된 수순으로 가고 있다.

건보공단은 존재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 가치는 국민의 의료이용 보장과 건강증진으로 표현된다. 의료계나 제약계는 건보공단이 적수나 규제자로 보이겠지만, 의료계와 제약계는 건보공단과 함께 사회적 가치의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이다.

통합공단과 의약분업....2000년 체계 지속

문케어는 건강보험의 긴 개혁과정의 한 부분이다. 건강보험은 1977년 설립이후 벌써 4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소수로 시작했다가 1989년 12년만에 전국민 의료보험이라는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 이렇게 짧은 기간동안 전국민을 포괄한 건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2000년에도 두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직장과 지역 등 360여개로 나눠져 있던 의료보험조합을 통합한 조직, 지금의 건보공단이 출범했다. 그러나 전국민을 가입자로 통합해서 하나의 보험자로 바꾸는 일대 개혁이 이뤄졌지만 의료서비스 전체를 통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2000년 새 체계가 출발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 보건의료체계의 기본을 구성하는 의약분업 시스템도 같은 해 출범했다.

문케어 개혁 과제, '급여-수가·약가-심사·평가'

2000년 체계의 한계에서 비롯된 남겨진 과제는 보장률이 낮다는 점이다. 전체 의료서비스에서 건강보험이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배제된 상당한 의료영역이 있는데, 이걸 통칭 ‘비급여’라고 표현한다. 이 ‘비급여’는 현 체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문케어는 급여, 수가/약가, 심사/평가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장성을 충분히 끌어올리고 나면 그 다음에 진료비 지불제도를 정리하면서 건강보험 개혁이 완수될 것이다. 그래서 문케어는 40년 건강보험 역사에서 마지막 개혁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낮은 보장률과 가계파탄, 그리고 민간보험시대

우선 보장률을 보자. 2017년 보장률은 62.7%였다. (소폭 등락이 있었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보장률 수준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낮은 보장률은 부적절한 치료, 치료시기 지연과 치료효과의 반감 등을 낳는다. 더 중요한 건 고액진료비에 따른 가계파탄이다.

가계파탄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실제 가계파탄 수치는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다.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요인을 보면, 고액진료비는 실직, 수입의 현저한 감소에 이어 3번째에 위치한다. 저만해도 저나 배우자가 병에 걸려서 수천만원의 진료비를 쓴다면 엄청남 고민이 될 것이다. 그 두려움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민간보험이 활개친다. 국민 80%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고 월평균 3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10만원인데, 부족한 보장률 38%를 보장받기 위해 건강보험료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 그 다음은 ‘파라미터’ 개혁

특히 실손보험과 간병비 부담 등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2000년 체계에서 제외된 비급여의 팽창에 원인이 있다. 의료기관은 보험권에서 수익이 크지 못하기 때문에 비급여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영향으로 보장성을 확대해도 자꾸 풍선효과가 발생한다. 문케어는 바로 이 비급여 부분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비급여가 건강보험권에 들어오면 그 다음엔 급여율을 높이거나 본인부담 수준을 높이는 ‘파라미터 개혁’으로 시스템 개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상태로 들어가면 새로 들어오는 신의료기술(신약 포함)이 남는다. 시장에 들어온다고 곧바로 급여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초창기엔 ‘트라이얼 시기’가 존재한다. 가령 심장판막이 새로 개발되면 그게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는 지 검증한 이후 실제 써보고, 효과와 경제적 가치 등이 있는 지 판단해 본 뒤에 급여로 집어넣는 과정을 거친다. 이 중간과정을 ‘예비급여’로 표현한다. 이 단계에서는 효과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높게 설정한다. 이 때도 높은 부담금으로 가계파탄이 우려될 수 있다. 여기서 작동하는 게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의료비지원이다.

문케어와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의료비지원 '삼박자'

재난적의료비와 관련해서는 어느정도가 가계에 위협적인지 수준을 조사한 적이 있다. 국민들은 대략 자기 수입의 2개월분을 초과하면 위협적이라고 느낀다. 보장률로 본인부담금을 이 수준 이하로 끌어내리지 못하면 계속 실손보험을 들게 될 것이다. 비급여 전면급여화, 이와 결부된 본인부담상한제와 재난적의료비지원을 통해 건강보험 하나로 국민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문케어의 목적이다.

그러나 문제를 풀어가는 건 쉽지 않다. 현 급여와 수가 구조를 보면, 원가에 미치는 못하는 영역, 원가를 초과하는 영역, 비급여 등 3가지로 구성돼 있다. 의료기관은 이 세 가지를 조합해 살림을 사는데, 지금은 비급여 수익을 가지고 손실부분을 메우면서 경영을 유지해 가는 상황이다. 이것을 ‘코스트쉬프트’라고 부른다. 비급여는 건보수가로 보는 손해를 보충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비급여, 완충장치...의사-환자 간 불신도 초래

국민들 입장에서는 비급여 부분이 잘 보인다. 그래서 의료기관 간 비급여 가격격차를 보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의사와 환자 관계에 불신을 낳게 하는 것도 바로 비급여 영역이다. 유럽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없어서 의사의 지위가 특별하다. 의사는 환자에게 베풀어주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짙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처음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할 때 재정상황을 고려해 본인부담률을 높게 설정한 다음 단계적으로 낮춰갔다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원가+∝', 모든 행위에 수익폭 균일하게 맞춰야

이런 구조에서는 과잉진료(수익이 큰 영역)와 과소진료(저수가 영역)가 동시에 이뤄진다. 결국 비급여 급여화와 동시에 전체 수가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기본은 ‘원가+∝’다. 특히 과잉진료나 과소진료가 없게 하려면 의사들이 어떤 행위를 해도 이윤폭이 같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균형이 맞춰지고, 건강보험제도권 내에서 의료기관이 경영에 대한 고민이 없어진다. 문케어는 이런 급여, 수가, 심사평가의 개혁을 통해 완수 가능하다.

건보재정, 전액 의약계로...재정관리 함께 고민해야

의료계, 제약계 모두 건강보험재정을 남의 일 보듯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보험재정은 폐쇄적이어서 그동안 의료보장 외에 다른 용도로 쓰인 적이 없다. 정치권에서도 손 댄 적이 없다. 보험기관 관리운영비를 빼고는 모두 의료계와 제약계 등에 전액이 다 갔다. 부당허위청구나 불법 리베이트로 재정이 누수되는 건 결국 의약산업계의 손해다. 보장성 확대 등 좋은 목적에 적절하게 쓰도록 관리를 같이 해야 한다. 보험자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순위와 배분의 문제는 별개지만 총량 측면에서 보면 아끼는 만큼 의약산업계에 더 많이 재정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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