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자국 보호 정책에 파트너십 돌파구로

'신흥 해외 진출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에 국내 제약사들이 잇달아 '현지 생산'을 위한 노력에 나섰다.

베트남 당국자들도 최근 한국을 찾아 국내 제약업체의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대웅제약과 CJ헬스케어,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이 자사 품목의 '현지화' 전략을 펼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최근 베트남 최대 제약사 중 한 곳인 트라파코(Trapaco)社와 기술 이전과 현지생산을 위한 킥오프(Kick-off) 미팅을 진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통해 트라파코社는 전문의약품(ETC) 분야 기술을 보완하고, 대웅제약은 베트남 현지 입찰그룹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7년 지분인수한 베트남 최대 제약사 트라파코(Trapaco)社와 본격적인 기술 이전과 현지생산을 위한 킥오프(Kick-off) 미팅을 진행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7년 지분인수한 베트남 최대 제약사 트라파코(Trapaco)社와 본격적인 기술 이전과 현지생산을 위한 킥오프(Kick-off) 미팅을 진행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산업 보호정책에 따라 기준을 만족시키는 현지 기업들은 '그룹 1(최상위 그룹)'로 분류해 현지 병원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입찰규제'를 시행한다.

대웅제약은 "트라파코社 신공장에서 생산 공급이 가능한 우루사 등 8개 품목을 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안에 원료소싱, 장비구입, 분석기술법 이전, 시험생산 등을 포함한 생산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2021년부터 시판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라파코社는 대웅제약 제품의 영업, 마케팅 조직을 신설하고, 베트남 현지 생산과 판매 유통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2017년 11월 트라파코社 일정 지분을 인수하고 2018년 5월 전략적 제휴(MOU) 체결을 통해 제품생산, 의약품유통, 연구 및 개발에서 상호협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베트남 현지 대형 상장제약사의 지분을 인수해 기술이전과 생산 등 사업 운영에 참여하는 국내 제약사는 대웅제약이 유일하다.

CJ헬스케어 임직원들과 베트남 비메디멕스사 임직원들이 케이캡정 기술수출 계약 체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 5번째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와 오른쪽 5번째 비메디멕스사 Cuong 대표
CJ헬스케어 임직원들과 베트남 비메디멕스사 임직원들이 케이캡정 기술수출 계약 체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 5번째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와 오른쪽 5번째 비메디멕스사 Cuong 대표)

케이캡을 '글로벌 신약'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인 CJ헬스케어도 베트남 현지 기업과 기술 수출 계약에 이어 자사 항생제 품목의 제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CJ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 19일 베트남 제약 유통 전문 업체 비메디멕스(Vimedimex Medi Pharma)社에게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받으며, 베트남 시장에 대한 케이캡정 독점 판매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베트남에는 2021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며, 출시 후 10년간 비메디멕스社에 완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CJ헬스케어는 이번 비메디멕스사와 계약으로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률을 보이는 15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CJ헬스케어는 의약품 유통 및 인허가 전문기업 린 파마사(Lynh Farma)와 항생제 '씨네졸리드주2mg/mL' (성분명 리네졸리드) 제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왼쪽)와 베트남 린 파마사 Khanh Duong 대표(오른쪽)가 씨네졸리드주 제품수출 계약 체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왼쪽)와
베트남 린 파마사 Khanh Duong 대표(오른쪽)가
씨네졸리드주 제품수출 계약 체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리네졸리드 성분의 오리지널 품목은 화이자의 자이복스다. 린 파마사는 CJ헬스케어의 씨네졸리드주를 도입해 주사제 시장에 진출한다. 

CJ헬스케어 측은 "품목 등록은 완료했고, 현지 입찰이 아직 진행 중이다. 빠르면 내년에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도 2017년 6월 현지 연락사무소를 세워 본격적으로 베트남 시장 진출에 나섰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을 것을 예상되는 생활해충제인 의약외품 '해피홈'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품목 허가를 받은 후 베트남 현지 시장 상황을 검토하며 '현지화 전략' 방향성을 세울 계획이다. 

▶ 베트남 당국 "산업 재편 예정...한국기업과 협력강화"

2018년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베트남 제약시장은 약 9300만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2016년 약 47억달러(5조193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내년(2020년)에는 약 70억달러(7조735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해 국내 제약사들은 베트남에 1억2783만달러의 완제의약품을 수출했다. 

베트남 제약산업은 지난 5년간 OTC(일반의약품), 비타민 및 식이보충제, 건강기능식품, 전통의약품(약초 등) 등의 판매액이 증가추세를 기록하고 있는데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 뚜언 끄엉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국장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부 뚜언 끄엉 베트남 보건부 의약품국장은 "한국과 베트남 간 제약산업의 협력은 성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국 업체들의 투자를 바라고, 갖고 있는 경험을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구입비가 연 평균 14%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160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한국 의약품은 연 4600만 달러 규모로 판매되고 있다"며 "의료기관 수를 한정했고, 베트남 내 OTC 시장은 확대되고 있어서 한국 의약품은 더 많이 판매·유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항생제, 진통제, 항바이러스제, 고혈압치료제, 골다공증치료제 등을 현지에서 유통시키고 있다.  

현재 양국의 당국자들은 지난해 베트남이 의약품의 공공의료시설 의약품 입찰기준 변경을 추진하려 한 이후, 꾸준히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양국 산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이 자국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고민하는 지점'과 '국내 제약사들이 이에 대응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하는 방식', '한국 정부의 의약품 수출 지원 정책'을 제약업계가 두루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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