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시장...제도 순·역기능 세심히 살펴야

[htt-check]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방안②

정부가 오는 25일 발표예정인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은 동일성분 동일약가제도의 정책실패를 일부 시인하는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합당해 보인다.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품질향상(보증) 의약품은 그대로 동일가이지만, 제네릭 사이에서는 상한금액 차등이 존재하고, 제한적이나마 계단식 체감제가 다시 채택될 예정이어서 온전한 의미의 동일성분약가제도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발사르탄 사건과 제네릭 난립을 동일성분약가제도가 유발한 문제로 호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기자가 기억하기에 이 제도는 성분이 같고 함량이 같은 약제 사이에 상한금액 차이가 존재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무분별한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제네릭 약가기준선도 낮췄고, 가격경쟁과 품질경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특히 이런 다양한 취지를 앞세운 동일성분약가제도는 제약계에 상당한 충격을 줬던 약가 일괄인하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기도 했다.

동일성분약가제도가 제네릭 난립 방조?
제약, 비용 줄이기 골몰...제도 역기능만 활성화돼

그러나 시장은 동일성분약가제도가 원하는 방향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우선 상한선 내 저가경쟁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신규 등재 제네릭 10개 중 1개 꼴로 저가등재 경쟁에 나섰지만, 판을 가격경쟁으로 바꾸기에는 힘이 부쳤다. 사실 총액관리를 기반으로 한 약품비 지불제도 개편이나 참조가격제 도입,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 등이 후속조치로 뒤따랐다면 가격경쟁은 상당히 활성화됐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제약계는 가격경쟁 대신 낮아진 상한금액 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저가 원료 대체, 공동생동, 위탁생산 등 비용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다. 순기능은 제대로 발현되지 않고 역기능만 작동했던 것이다.

발사르탄 사건은 바로 이런 지점을 예리하게 치고 들어와 제네릭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식약처와 복지부가 각각 제도 개편방안을 내놓게 했다. 이처럼 제도는 태생적으로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전의 양면처럼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복지부가 오는 25일 발표할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 또한 마찬가지다.

"비싼 제네릭일수록 품질좋다"...왜곡된 시그널 줄수도

기자가 우려하는 건 잘못 전달될 수 있는 ‘시그널’이다. 이번 개편안은 약가제도 차원의 제네릭 품질향상(보증)을 유인하기 위해 식약처 품질강화 방안을 약가차등화 기준으로 활용했다.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직접생동’, ‘직접생산’, ‘DMF등록’ 등 3가지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제네릭은 현재의 상한금액(53.55%)을 유지하거나 받을 수 있고, 충족하는 항목 수에 따라 43.3%(2개), 33.3%(1개), 30%(0개) 등으로 약가산정 비율이 낮아진다. 이는 신규 등재 제네릭이든, 재평가를 통해 약가가 재조정된 제네릭이든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제품이 품질측면에서 우수하다거나 적어도 상대적으로 더 믿을만하다는 ‘시그널’을 진료현장이나 환자들에게 줄 수 있다. 이른바 ‘명품’ 제네릭은 아니어도 약가제도가 보증한 제네릭은 되는 것이다. 이는 달리 이야기하면 상대적 고가 제네릭 사용 권장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저가약 사용을 권장하면서 대체조제 장려금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는데, 정작 새 약가제도는 약품비 절감정책에 역행하는 쪽으로 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의료계의 제네릭 불신으로 대체조제율은 0.002~0.003%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시그널’ 왜곡은 이마저도 유지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새 제네릭 약가제도는 식약처 정책과 맞물려 분명 제네릭 등재 품목수를 줄이는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저가약 대체조제를 가로막는 역기능이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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