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check] 제네릭 미국진출 성공의 조건

지난 7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최로 ‘미국 퍼스트제네릭(first generic) 진출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브랜든 화이트 퍼킨스 로펌 변호사는 “인도 제약사가 미국에 허가받은 제네릭만 전체 제네릭의 40%다. 한국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했다. 히트뉴스는 브랜든 변호사의 말대로 실제로 국내 제약사가 미국 제네릭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지 한미약품 에소메졸 사례를 통해 그 가능성을 [hit-check]해 봤다. 에소메졸은 개량신약 전략으로 미국에서 특허장벽을 뚫고 시장출시에 성공했다.

‘미국 퍼스트제네릭(first generic) 진출전략 세미나’가 지난 7일 열렸다. 

◆염변경 약물의 함정, 시장 첫 출시 성공했지만 퍼스트제네릭 대접 못받아

업계 관계자는 우선 염변경 약물에 대한 약가 전략이 다르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염변경 약물이 일반 제네릭과 비교해 더 높은 약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미국은 염변경 약물 자체를 제네릭과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한다. 때문에 일반제네릭과 염변경 의약품은 약가를 받는 경로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염변경 의약품과 제네릭을 같은 카테고리에서 취급한다. 한미 역시 유럽의 사례를 참고해 개량신약 전략으로 도전했다. 그러나 미국에 진출하고 난 뒤에야 미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했다.

그는 “에소메졸의 경우 특허장벽을 뚫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지만, 약가를 받는 데는 이 특허전략이 오히려 장애 요소가 됐다”며 “에소메졸은 개량신약이다 보니 제네릭으로 인정받지 못해 제네릭 약가 전략을 취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제네릭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왜 약가 전략에 문제가 될까? 심지어 제네릭으로 분류되지 못하면 매출이 올라가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왜 그럴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의 환자 본인부담 산정방식(tier system)을 이해야 한다.

미국에서 본인부담 산정방식은 4개 계층(4-tier)로 나눠져 있다. ▲티어 1- 제네릭의약품 ▲티어 2- 개량신약 ▲티어3-1차 치료제 브랜드, 개량신약, 희귀질환의약품 ▲티어 4-희귀질환의약품이다. 티어가 높아질수록 환자의 본인부담 수준도 높아진다.(즉 티어 1이 가장 낮은 환자 본인부담금이고, 티어 4가 가장 높은 환자 본인부담금을 갖는다.) 미국의 본인부담 계층 제도는 소비자와 약품비 분담을 통해 보험자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환자의 본임부담금이 높으면 매출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약가 측면에서만 보면, 에소메졸이 티어-1으로 들어갔다면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심평원 PBM에서 약가를 받으려면?

국내 제약사가 미국 제네릭 시장을 도전하려면 우선 알아야 하는 곳이 PBM(Pharmacy Benefit Management)다. PBM은 미국 의료보험에서 약제만 따로 뗀 보험으로, 의료보험회사, 메디케이드/메디케어(Medicaid/Medicare) 등이 정부 프로그램, 고용주와 계약을 통해 약제 보험을 관리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단일화 된 보험시스템을 가지고 약가를 받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PBM은 우리나라 심평원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심평원이 이익집단이라고 생각해 보자. (약가를 결정하는 데)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겠는가? (우리나라 심평원처럼) 무조건 약가를 깎는 것만이 아니다”고 했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PBM은 자신들도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계약을 통해서 약가를 결정한다. 가령 약값이 100원이라고 할 때, PBM이 직접 20원의 마진이나 리베이트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약가를 결정하는 곳이 심평원 한 곳이지만, 미국에서 PBM은 여러 곳이 경쟁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은 약가를 받기 위한 이해관계자가 훨씬 많아 약가 전략 역시 경우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각 PBM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포뮬러리(formulary)를 잘 구성하는 것이다. 포뮬러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급여등재 목록에 해당한다. Formulary는 앞서 말한 티어를 설정한다. PBM은 약값을 낮추기 위해 formulary 목록을 작성할 때 ▲처방약의 숫자 줄이기 ▲본인 부담금 늘리기 ▲저렴한 약 권고 등의 전략을 취한다. PBM은 주로 ‘저렴한 약을 권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는 “한미 에소메졸 역시 몇몇 PBM의 formulary에 등재된 곳도 있었고, 등재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일단 에소메졸의 경우 완전한 제네릭의약품으로 분류되지 못해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어떤 경우 오리지널 넥시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올라가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약가를 결정하는 주체)가 너무 많다. PBM이 약가, 보험, 경제성 평가를 모두 하는데, 국내에서 이런 PBM과 협상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품질, 생산규모 측면에서 미국 제네릭 시장 진출 난관

국내 제약사가 미국 제네릭 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품질과 규모 측면의 어려움도 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우선 국내에서 미국의 GMP 기준을 모두 맞추면 다른 품목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국내 제약사의 생산시설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국 기준의 GMP 요건을 유연성 있게 맞춰나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생산기지를 만들어 품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규모 측면에서도 국내 제약사에게 어려운 상황들이 있다. 가령 암로디핀이라는 약에 대해서 보자. 우리나라는 대개 암로디핀이 한 알당 150원 정도인데, 미국은 2센트에 판매된다. 이런 가격 차이는 약물을 만드는 배치(batch)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 배치의 크기가 커 생산량이 많아지면, 약품 원가는 낮아진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는 배치 사이즈를 미국, 인도, 중국만큼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제네릭 영업 방식도 살펴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네릭 회사의 경우 영업사원이 20명 정도면 많은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제네릭 영업사원이 직접 의사를 만나야 하지만, 미국 제네릭 영업사원은 도매상들을 관리하는 정도의 일만 하면 된다”고 했다.

◆도전은 '퍼스트제네릭', '위임형제네릭’ 더 효과적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네릭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퍼스트제네릭, 위임형 제네릭(authorized generic), 규모에 영향을 안 받는 품목 정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퍼스트제네릭으로 들어가 6개월 동안의 독점권을 통해 몇천억원 단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오리지널 제약사와 계약을 통해 특허 기간 중에 출시할 수 있는 위임형 제네릭 역시 천억원 단위의 매출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웅제약이 최근 FDA 허가를 받은 나보타와 같은 스펴셜티 의약품도 미국 시장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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