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연장특허 효력범위 지나친 확대 경계...구체적 사실 따져야"

대법원의 솔리페나신 염 변경 개량신약 패소 파결 이후 첫 하급심이 조만간 열린다. 바레니클린 사건이다. 법률가들과 제약산업계는 국회에서 긴급 토론회를 갖고 사실상 하급심 재판부에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대법원 판단기준을 경직되게 적용하거나 존속기간 연장 특허 효력범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따지라는 내용이었다.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주관하고 제약바이오협회와 제약특허연구회가 주최해 12일 국회에서 열린 '개량신약과 특허도전,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 법률전문가들과 제약산업계는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의 부재는 '염변경 개량신약 대법원 판결의 의미'였다.

먼저 김지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IP팀장(변호사)은 첫번째 주제발표에서 개량신약은 국내 제약기업의 자본규모와 기술수준에 적합하고, 특히 특허극복으로 출시를 앞당길 경우 건강보험 재정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실례로 "화이자의 고혈압약 노바스크(암로디핀 베실레이트)의 특허가 유효한 상황에서 한미약품은 염 변경으로 특허를 회피한 아모디핀(암로디핀 캄실레이트)을 2003년 발매해 2007년까지 490억원에 달하는 보험재정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제형의 안정성과 복약편의성 등을 개선한 것도 장점이다.

김 팀장은 또 "국내 제약산업은 제네릭 중심에서 개량신약, 신약 중심의 선진 구조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R&D 활성화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 판결은 자칫 염변경 개량신약 개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특허존속기간연장이라는 이례적인 권리연장제도에 비춰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다면 특허도전과 개량신약 개발 활성화에 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김 팀장은 지적했다.  

정여순 법률사무소 그루 변호사는 두 번째 발제에서 "바레니클린(챔픽스) 등 약 170건의 동일 쟁점 사건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개량신약 개발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구조적으로 분석해서 제시했다. 재판부는 우선 특정한 유효성분, 치료효과 및 용도가 동일한 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걸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런 다음 염만 다른 경우 침해제품의 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지(염 선택의 용이성)과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한지(치료효과 등의 실질적 동일여부) 등 두 가지 요건을 감안했다.

정 변호사는 선택의 용이성 요건 충족여부, 치료효과 등의 실질적 동일요건 충족여부 등 두 가지 요건에 대한 개별적 사실과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출구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특히 연장 특허권의 효력범위는 기존 특허 전체에 미치지 않고 허가대상물건(용도)에 관한 특허발명에 제한적으로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패널토론에서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기준을 경직되게 적용해 염변경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도외시 한 채 단순히 염변경 의약품이 오리지널과 치료효과가 동등 범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속기간 연장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보다도 더 강하게 존속기간 연장특허를 보호하는 형국이 되고 이는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어 "향후 실무에서 대법원 판결을 적용하면서 염변경의 용이성이나 실질적 동일성 개념과 기준을 정립해 갈 때 현실과 규범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현실과 규범적 상황으로는 ▲한국이 미국 통상압력에 의해 어쩔수없이 존속특허연장제도를 도입한 점 ▲특허법이 존속기간 연장 특허의 효력범위를 제한한 규정을 둔 건 특허권자 보호와 일반 공중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인 점 ▲의약품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는 미국 등의 제약산업 정책과 발전전략이 과도기 상태에 있는 한국과 같을 수 없는 점 ▲염 변경 개량신약은 신약개발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한국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개발이 장려되고 있고 각종 법령에서도 유도하고 있는 점 ▲독점기간 연장이 건강보험 재정지출을 늘리고 환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엄승인 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개량신약은 신약 개발단계로 넘어가기 전 R&D 기술축적 부분에 중요성이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중견 제약사들의 중요한 활로로 기능하고 있고, 규제변화와 경쟁 심화 등 국내 제약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로 개량신약 수출의 중요성은 더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엄 상무는 "이란 상황에서 솔리페나신 판결을 모든 염변경 의약품에 대한 것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오랜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 염변경 의약품을 개발하는 중에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미 출시된 챔픽스 개량신약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 규모의 제약사여서 손해를 돌이키기 어렵고 향후 특허도전 의지를 꺾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서 판결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솔리페나신 판결로 허가제도나 허가특허연계제도, 개량신약제도 등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현재 관련 정책 개편을 검토하거나 바뀌는 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개량성, 진보성, 임상적 유용성, 제약산업 R&D 장려, 신약개발 역량강화 등 개량신약제도를 도입한 제반 취지와 약가제도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정책변화를 검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