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한민국 제약산업 리더는 좌절할 시간도 없다
창업이래 줄곧 '대한민국 제약산업 리더'였던 동아쏘시오그룹(지주사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업회사 동아ST-동아제약)이 86년 역사에서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창업자 故 강중희 선생의 손자이자, 강신호 명예회장의 아들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이 12일 1심 법원에서 징역 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2013년 지주사 전환으로 사업회사별로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추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선진 의사결정 기구를 따로 마련했다지만 임상시험 등 대규모 투자결정이 빈번한 제약기업 특성상 '오너 리더의 부재'는 그룹에게 적잖은 시험이 될 것이다. 제약산업계도 이를 함께 우려하고 있다.
1932년 창립한 동아제약은 예방 및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 전반이 부족한 시절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꿨다. 오래된 이름이지만 광범위 항생제 가나마이신을 선도적으로 생산한 곳도 동아제약이었다.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선 1967년 이후부터 회사는 기업들의 롤 모델이었다. 1977년 연구소 발족으로 따르는 기업들에게 제약사의 갈길을 제시했고, 1980년 우수의약품 생산기준(GMP)에 부합하는 국내 최초 공장을 세워 5년후 처음으로 KGMP 1호 회사가 됐다. 1987년엔 AIDS 진단시약을 개발해 1000만달러 수출을 하며 'R&D=미래매출"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개 제약회사들이 '연구를 위한 연구'에 함몰돼 있을 때 천연물신약 스티렌을 내 R&D서 '상업적 성공이 중요하다'는 패러다임 전환도 제시했다. 비아그라가 열풍을 일으킬 즈음 발기부전치료 신약 자이데나를 출시해 '베스트 인 클래스(Best in class) 신약'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운 곳, 동아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50년 기존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내성균 감염으로 10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측한 상황이지만 동아는 일찌감치(2007년) 슈퍼박테리아 타깃 항생제(성분 테디졸리드)를 개발해 라이센스 아웃을 했다. 매출 뿐만 아니라 의약품 생산체제의 선진 대형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늘 산업계 등대 역할을 해왔다. 동아 신약 파이프라인 창고엔 임상을 앞둔 후보들이 신약으로 개발해 달라며 아우성치고 있다.
12일 판결로 그룹 회장의 부재를 경험하게 될 동아쏘시오그룹은 오늘부터 와신상담 비장한 자세와 각오를 다져 그동안 쌓아온 R&D 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의약품과 혁신신약의 연구 개발에 흔들림없이 임해야 한다. 이건 산업계의 명령이자 바람이다. 해서 예전 당당했던 산업계 리더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기업그룹도 제약을 팔아버리고, 리더십이 안정된 기업도 신약개발이 매일 매순간 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좌절감이나 열패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글로벌에서 통하는 혁신신약의 개발은 눈과 비가 세차게 내리고, 향방없는 바람까지 몰아치는 비포장도로를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디 대한민국 제약산업 역사에서 든든한 리더였던 동아쏘시오그룹이 '컴컴한 터널을 지나고 나니, 미세먼지 한줌없는 따사로운 봄날이었다'라는 시련의 과거를 추억삼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