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3]
오랜만에 전 직장 후배와 점심을 함께 했다. 얼굴이 어두워 이유를 물으니 직속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아 직장생활이 괴롭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지 2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관계가 더 악화된 것 같았다. 그 후배는 대학에 다니는 두 명의 자녀가 있고 당장은 이직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점심 직후 그 상사와 면담이 예정되어 있는데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홧김에 사표를 던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워낙 책임감이 강하고 일을 잘해 업무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의 얘기에 귀 기울이며 괴롭고 힘든 그의 감정을 읽어주었다. 또 어려운 가운데서도 강한 책임감으로 탁월한 업무 수행을 해 온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면 무엇을 할 예정인지 물었다. 그는 관심있는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 적당한 것을 찾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나는 할 일을 정하고 그 일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수 있게 되기까지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떻겠냐고 물었다. 퇴사 시기를 정해 놓고 그 안에 할 일을 정하고 재정 상태를 점검하며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는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저녁 때 후배에게 연락해 상사와 면담이 잘 끝났는지 물었다. 다행히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된 듯 했다. '상황을 아는 주위 사람들이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참으라고 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는데 퇴사할 때를 정하고 그때까지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함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그가 말했다.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다. 후배의 경우 그 자신도 계획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친지들에게서 조차 그 감정을 공감 받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 무조건 참으라는 충고를 들었을 때 '가슴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 본인의 인생을 위해 퇴사 후 할 일을 정하고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하니 탈출구 없는 지옥 같았던 회사가 희망의 공간으로 변했다.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사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각이 통제 가능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전환되었다. 이제 인내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사람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제까지 주변에서 본 경우를 종합해보면 사람들은 시간이 걸려도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점심을 하면서 후배와 나눴던 짧은 대화는 그가 감정적으로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를 결정을 하지 않도록 돕는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다. 후배는 앞으로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지 깊게 성찰하고 행동할 것이다. 그 과정 중에서 차분하게 필요한 결정들을 하리라 믿는다.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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