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 패러다임 오프너로써 이의경 처장을 반긴다

'정성(精誠)이 실력(實力)'이라고 믿는 이의경 성균관약대 교수가 오늘(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취임한다. 그의 식약처장 발탁 소식이 전해졌던 8일 제약바이오산업계도 일제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탄탄한 커리어 덕분이다. 그는 국내 사회약학박사 1호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100명의 연구원을 통솔하며 국내 보건의료 시스템, 건강보험 체제, 건강보험과 연관된 제약산업 등을 가치중립적으로 연구해 왔다.

제약바이오산업계 인재 양성이 목표인 성균관대 제약산업특성화 대학원도 그의 머리에서 기획되었고, 운영되고 있다. 대학원 커리큘럼은 크게 ▷기술경영(MOT) ▷약물감시(PV) ▷식약처 규정(RA) ▷약물경제성 평가 등을 골격으로 삼고 있다. 커리어로 보았을 때, 그의 사고 영역과 체계는 매우 균형잡혀 있고, 매사 '현장에서 건져올린 정성들'로 실력을 다져왔다는 점에서 어느 청장보다 준비된 인물이라 말할 수 있다.

'식약청장 이의경'에 대한 제약바이오산업계의 기대감은 기존 불합리한 규정들을 개선하라는 식의 다양한 형태의 주문으로 나타나지만, 본질을 꿰뚫어보면 "식약처가 혁신을 촉진하는 기구" 다시 말해 "혁신의 발전소가 돼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신임 처장이 오래된 규정의 창문으로 혁신의 세계를 빼꼼히 내다보지 말고, 한층 유연하게 혁신의 성과물을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혁신을 촉진하는 새 패러다임의 오프너 역할을 해야한다"는 희망은 태산처럼 높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지만 '서말의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들려면 결국 각종 규제와 허가권을 쥐고 있는 식약처의 새 정체성 확립은 절실하다. 바이오텍 창업 열기가 뜨겁고, 자금 유입이 풍부한 등 생태계가 풍성해지더라도 궁극적으로 성과를 내려면 식약처의 역할과 기능이 '지지 않으려는 전원 수비 축구에서 득점을 내려는 공격 축구'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혁신의 뒷편에서 헐떡거리며 쫓아가지 말고, 혁신의 주도자가 돼야한다는 이야기다.     

식약처가 각종 규정이 안겨준 권한 행사를 넘어 산업계에 열과 빛을 제공해주는 혁신의 발전소가 되려면 산업계와 소통을 전제로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보강은 필요하다. 외국 허가기관처럼 언멧니즈에 부응해 나오는 첨단 제품을 심사할 의사 인력 유입이 그렇다. 혁신에 속도를 붙여주는 유저피 제도(user fee act)도 현실론만 되뇌일 수 없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삼으면 식약처를 패싱하고 아예 해외 임상을 하는 현상에 의문을 제기해야 옳다. 중국의 허가 및 약가제도가 급변하고 있다면, 신약 허가 심사의 국제 연계를 식약처가 '비단길처럼' 개척해야 한다. 글로벌 관문,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와 함께 ▷환자 DB화를 통한 임상대상자 모집 속도 제고라든지 ▷의료 정보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상업적 CRO들이 임상1상을 위한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 가능하도록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혁신경쟁에 나선 세계 각국의 움직임을 읽고, 산업계가 문제 제기해 온 내용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며 원천적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가급적 현행 규정을 모두 회의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우리 산업이 혁신의 고속도로를 달리도록, 해서 혁신의 성과물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때 하자가 없도록 '제로 그라운드'에서 이 처장의 고민이 시작됐으면 한다.    

한 때 성균관대 제약산업대학원에서 공부한 적(석사 과정)이 있는데, 이 신임 청장은 '정성을 다하지 않는 대학원생'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필자는 약물경제성 평가에서 F학점을 받고, A4용지 30장이 넘는 '심평원 경제성평가 지침'을 한자 한자 정성들여 옮겨 적고 그 의미를 되새긴 뒤에야 죄사함을 받은 학생으로, 그의 싸늘한 시선으로부터 해방됐다. '뒤끝작렬'은 결코 아님을 전제로 그동안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을 취재하며 들었던 이야기들을 대학원 교재의 <고려해 볼 점>처럼 신임 이 청장에게 제시해 본다.   

1) 의약품 허가 제도가 제약회사나 의사·약사, 나아가 환자의 눈높이도 아닌 식약처 공무원의 시각에만 맟춰져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과연 인허가는 누구의 관점에서 봐야하는가?
2) 특히 미국, 일본, EMA에서 허가된 약을 식약처가 동일하거나, 아니 식약처만의 기준으로 다시 검토하는 것이 제약업계나 국민보건에 어떤 도움을 주는가?
3) 인허가 및 사후관리에 대한 식약처의 독점은 불가피한 것인가. 의료계 및 약계 나아가 시민사회단체의 보다 광범위한 참여(거버넌스)가 바람직하지 않은가?
4) 과연 우리의 의약품 관리 체제는 기초가 잘 되어있는지, 식약처는 궂은 일은 마다하고 멋만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5) 세포치료제, 면역항암제, 융합제품 등 혁신의 산물들이 쏟아지는 환경에서 식약처는 이를 수용할 능력을 갖췄는지, 우리 산업계가 혁신제품을 화수분처럼 내놓을 수 있도록 비단길을 낼 역량을 갖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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