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에게 맡겨진 과제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에게 맡겨진 과제
  • 박찬하
  • 승인 2019.03.1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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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hit] 허가시스템 혁신, 프런티어 정신으로 "맨땅에 헤딩"
(왼쪽부터) 김상봉 단장, 오정원, 정현철 팀장.
(왼쪽부터) 김상봉 단장, 오정원-정현철 팀장.

허가 행정은 늘 논란거리이다. 허가 받으려는 쪽은 조급해하고 허가하는 쪽은 뒷탈이 없도록 꼼꼼이 따지고 싶다. 그러다보니 내 일이 아닐 수도 있는 일엔 오지랖을 부리기 어렵고 쉽게 부리려 하지도 않는다.

식약처가 융복합 혁신제품 지원단(이하 융복합지원단)을 출범시켰다. 명칭은 쉽게 와닿지 않지만 통합형 인허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이다. 기술에 기술을 더한 ‘융복합’ 제품들은 늘어나는데, 인허가 행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이 부서 저 부서 핑퐁을 돌다 민원만 쌓여가는 이런 사태를 당장 막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해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4차산업, 유행하는 이런 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츠카제약이 개발한 디지털 의약품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는 알약 안에 초소형 센서 칩을 넣어 약 복용 여부를 스마트폰이나 PC로 확인할 수 있다. 약 복용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조현병(정신분열) 환자에게 IT 기술을 접목해 이른바 복약순응도를 높인 셈인데, 식약처가 말하는 융복합의 좋은 예이다. 이런 제품들이 현재의 우리 허가 시스템에 올라 탔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부서 저 부서 핑퐁을 탄 이후에야 의약품이 주고, 의료기기가 부인 그런 분류의제품으로 정리돼 최종허가 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시간과 열정의 낭비가 민원인은 물론이고 허가 당국에서도 일어난다.

거창한 제품을 예로 들었지만 이미 융복합 개념의 제품들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프리필드 시린지, 창상피복제, 골시멘트 등 이미 익숙한 이런 제품들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융복합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도 최초에는 누가, 어느 부서가 허가의 최종 책임을 져야하느냐를 놓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논란일 수도 있는 그 논의의 끝에 만들어진 길을 따라 유사 제품들의 허가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식약처의 융복합지원단은 이런 융복합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허가사항까지를 모두 총괄하는 통합기구이다. TF단계에 참여했던 인물들을 주축으로 비정규 인력까지 포함해 총 62명이 오송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B동 3~4층에 둥지를 틀었다. 실험기구만 즐비해 한적했던 안전평가원 내부에 사람온기가 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의약품정책팀장이 비상주 단장을 맡았고 오정원 의약품심사조정과장이 허가총괄팀장으로, 정현철 의약품정책과 기술서기관이 융복합기술정책팀장으로 배치됐다. 해야할 일들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할 일을 찾아 정리하고 새롭게 만들어가야 하는 이들의 책임이 무겁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라는 지원단 소속 공무원의 말을 백번 공감한다.

허가구분이 불분명한 제품들은 ‘정현철 팀장’이 ‘가리마’를 타 ‘오정원 팀장’에게 넘기고, 오정원 팀장은 코워크(Co-work)를 진행할 허가부서를 골라 업무를 할당하는 ‘코디네이팅’을 맡는다. 일상적인 제품들은 곧바로 오정원 팀장의 몫이고 정현철 팀장은 빠르게 발전하는 새 기술, 4차산업 기술들을 수용할 제도를 만들고 기존 규정도 정비하는 임무를 할당 받았다. 비상주 단장인 김상봉 과장의 리더십이 이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찌보면 지원단은 단순 지원단이라기 보다 프런티어(frontier)에 가깝다. 안전과 산업지원의 토끼를 모두 잡으라는 특명을 받고 국경을 넘어내야 하는 프런티어들이다. 식약처가 허가 시스템을 통합하고 기술의 발전에 호응하겠다며 시장에 던진 출사표는 일단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또 어깨는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허가당국과 산업계가 한 방향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까진 없다. 다만, 간극이 너무 멀거나 통로가 막혀서는 곤란하다. 식약처의 큰 결단이 결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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