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자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천하의 임선민이 많이 변했네."

오래 알고지낸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이 한마디가 실은 "늙었다. 전 같지 않다"는 의미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그 사람, 임선민 송암에치칼 고문(전 한미약품 대표)은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쟁같았던 직장 생활 40년, 빛바랜 추억에서 한 걸음 걸어나와 '근신'하며 '조신'하게 살려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꾸 그를 예전 모습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답니다. "혈기 왕성했던 시절 회식 마치고 후배들과 어깨동무에 노래하며 활보했던 제 모습을 기억하는 걸까요?"

어느 날 문득 페이스북에 탐정이 돼 나타난 그는 "요즘도 직장 생활 때 노심초사했던 모습이 생생한 꿈으로 재현된다"고 합니다.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뜻하는 꿈이 아니라 '잠자리의 악몽' 말입니다. 문득 "바로 저거다"하는 걸 만났는데, 그게 탐정 교육이었답니다.

많은 것들을 다 잘하고 있어 매일 '우쭈쭈해주는 외손자'에게 탐정 코난과 셜록 홈즈 처럼 어려운 사건을 뚝딱 해결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우쭐해 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답니다. 해서 거금을 들여 문제집을 포함해 열권의 책을 사놓고 방치하다 당일치기 시험공부 끝에 1차와 2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후 사흘간 집중교육을 이수하고 탐정 자격증을 받았답니다.

자격증은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유일하게 공인탐정 제도가 없는데, 법제화 가능성도 있다며 은근 기대감을 보이는 그 입니다. 법이 허용한다면 민간조사, 보험범죄조사, 공익침해 감시 등으로 창업할 수 있으며,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의 수사나 조사업무를 도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고희를 넘긴 할아버지 탐정으로 경호사격, 잠수수색, 특수수색, 도청, 탐색 과목이 있는 심화과정은 생각이 없다는 임 고문은 탐정의 타이틀을 단 것을 계기로 보건의약계 제도와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 볼까, 아니면 삼국유사처럼 야담을 캐볼까 이런 저런 즐거운 고민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탐정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 만은 아니잖아요?"

머리카락 숫자보다 더 많은 경험을 이미 체화한것도 모자라, 탐정의 스킬까지 겸비한 '민간 탐정 임선민'은 새로운 호기심들이 '일각수의 뿔'처럼 온몸에 돋아나 매우 행복한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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