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창업인이 '굿 케미' 안재현·이삼수에 준 특명
김승호 창업인이 '굿 케미' 안재현·이삼수에 준 특명
  • 조광연
  • 승인 2019.03.07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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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카나브 이을 파이프라인 확보하라
이삼수 : 충남 예산 새 생산기지를 활용한 글로벌 CMO 역량 강화
보령제약 연구개발 생산 글로벌 BD부문을 관장하는 이삼수 대표(왼쪽)와 경영 재무 기획을 담당하는 안재현 대표
보령제약 연구개발 생산 글로벌 BD부문을 관장하는 이삼수 대표(왼쪽)와 경영 재무 기획을 담당하는 안재현 대표

보령제약의 경영이 안재현과 이삼수, 두 공동 대표에게 온전히 맡겨졌다. 62년 업력에서 '대주주와 그 직계 가족'이 대표이사를 맡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령제약에 명실상부한 '전문가 책임경영 시대'가 열렸다.

2009년 3월 보령제약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9년 만에 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김은선 보령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요즘 공동 대표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경영위원회 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경영위원회는 법적 효력을 갖는 이사회와 달리 매출 실적이나, 주요 경영이슈를 점검하는 사내 회의체다. 

창업인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린 공동 대표체제에 드리워진 메시지는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보령제약의 업그레이드'로 읽힌다. 두 대표가 도전하게 될 업그레이드 목표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제조 생산 경쟁력 확보 2가지다.

2019년 매출목표가 5200억원인 보령제약은 ARB계 고혈압치료 신약 카나브(연 매출 800억원)를 앞세워 글로벌 경영에 도전하는 회사의 위상을 갖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이래 여기까지 성장시켜 온 김승호 회장이 '메인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고심하며 꺼내든 카드가 바로 '전문경영인 공동 대표체제'인 것이다.

안재현 대표가 경영과 재무, 기획을 담당하고, 이삼수 대표가 연구개발과 생산, 글로벌과 사업개발(BD)을 맡고 있다. 자기 분야서 커리어를 쌓은대로 직무가 편성됐다.

안 대표는 숭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으며, 이 대표는 서울대 약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LG화학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생산 품질관리까지 경험한 뒤 C에서 cGMP 건설 팀장, 셀트리온제약 진천/오창 공장장(부사장)을 역임했다.

1961년 생인 두 대표는 보령제약에 승선한 시기도 비슷하다. 안 대표가 2012년 전략기획실장으로, 이 대표가 2013년 생산본부장으로 영입돼 보령의 차세대 리더로 능력을 발휘하며 성장해 왔다. 두 대표가 보여 줄 보령제약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안재현 이삼수 대표...새벽 6시 같이 땀흘리고 운동하며 케미 다져

▶부문 책임경영 체제 강점과 취약점 =제약산업은 아주 복잡하다. 연구개발(R&D), 제조와 생산, 마케팅까지 전문분야 집결체여서 종합예술로 비유되기도 한다. 제 아무리 유능한 CEO라도 이를 모두 관장하며, 이슈를 심도있게 들여다 보거나 매 순간 스마트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일상 업무를 처리하기도 빠듯한 처지다.

더구나 사업의 영토가 보령제약처럼 글로벌까지 넓혀지면 부문마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달라 붙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제약사들이 '부문별 책임경영제'를 고민하지만, 대주주의 비전과 신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결단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  

부문 책임경영제라고해서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약한 고리가 있다. '사일로 효과( silo effect)' 때문이다. 사일로란 곡식을 저장해 두는 원통형 모양의 독립된 창고를 이르는 말인데, 부문 책임경영제가 바로 사일로를 닮았다. 다른 부서와 담장을 쌓고, 자기 부서 이익만 추구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부문 책임경영 체제가 성과를 내려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관건이다. 사일로에 구멍을 숭숭 뚫는 것은 부문 책임경영제를 도입한 조직의 영원한 숙제다.

안재현 대표와 이삼수 대표 사이에는 '소통의 구멍'이 몇개나 뚫여 있을까. "말이 통하는 사이, 회사의 비전에 관한 생각의 방향이 맞는 사이"라고 두 대표는 입을 모은다. 안 대표가 보령홀딩스 대표로 있을 때도 이 대표가 있던 안산공장을 찾아가 터놓고 대화를 하기도 했다. 이미 둘은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구멍을 숭숭 뚫어 놓았다.

이도 모자랐을까?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두 대표는 접시 안의 '피즈앤 캐럿(Peas&Carrots)'과 같은 사이가 됐다. "본사 지하 피트니스 센터에서 아침 운동을 같이하고 사우나를 하는 사이다. 한결 더 허심탄회해 졌다"고 둘은 말한다. 대화 이전 인간적 케미가 단단해 진 셈이다.
 
운동을 먼저 시작한 안 대표가 본사 집무실로 출근하며 안산공장 등으로 출장을 가는 이 대표에게 권한 것인데, 이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아침 6시부터 60분~90분 가량 땀을 흘린다. 이 대표는 "덕분에 체력도 부쩍 좋아졌다"고 한다.

"상대를 1% 더 배려하라는 (김승호) 회장님의 철학대로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두 대표는 요즘 함께 그려나갈 보령제약의 미래를 앞에 두고 한창 의기투합 중이다.  

제약회사의 역량을 가늠해 보는 기준은 관점에 다라 다양한데, 신약을 개발해 보유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도 그 기준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사진은 작년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열린 2018세계고혈압학회(ISH)에서 '피마사르탄(카나브) 심포지엄'을 연 보령제약.
제약회사의 역량을 가늠해 보는 기준은 관점에 다라 다양한데, 신약을 개발해 보유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도 그 기준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사진은 작년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열린 2018세계고혈압학회(ISH)에서 '피마사르탄(카나브) 심포지엄'을 연 보령제약.

▶안재현 대표와 이삼수 대표의 미션 =두 대표가 함께 풀어가야 할 가시적 목표는 2019년 매출 5200억원 달성, 영업이익 350억원 시현, 현재 연간 매출 800억원인 신약 카나브패밀리의 2020년 내수 및 글로벌 매출 1000억원 도달, 연 매출 100억원대 제품 13개로 확대 등이다. 이 가운데 300억원 이상 품목을 3개로 늘리는 것과 겔포스 동남아시장 진츨, OTC 부문 수익성 강화 등도 실현해야 할 목표다.

하지만, 두 대표의 커리어 상 '그들의 포텐'은 제시된 목표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터질 것으로 보인다. 신약 카나브의 영광을 잇기 위해 준비된 후속 작품을 키우고,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파이프라인 창고를 채우며, 예산 새 의약품 생산단지를 활용한 글로벌 CMO 등 매우 도전적인 일들이 그들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눈에 띄는 후속작으로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BR2002가 있는데, 올해 아이큐비아와 함께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 1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다. PI3K/DNA-PK 이중 기전의 퍼스트인 클래스 신약으로 기대하는 BR2002는 저분자 화합물로 전임상시험에서 '될성부른 효능'을 확인했다. 혈액암부터 시작해 2020년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령제약 자회사로 편입한 바이젠셀이 개발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VT-EBV-201(개발명)도 현재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은 국내 의료기관 10곳에서 48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중이며 2021년 임상을 마친 뒤 2022년 조건부 허가로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바이젠셀은 2020년 이전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연초 기업공개(IPO)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충남 예산에 건립돼 오는 4월 준공식을 갖는 보령제약 예산캠퍼스는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CMO)로 기대된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2만8551평방미터 규모인데, 고령제 과립제 항암주사제 등의 시설이 들어선다. 생산, 포장에서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구축됐으며 전자동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글로벌 CMO를 목표로 영업조직도 구축했다.

내용고형제 8억7000만정, 항암주사제 600만 바이알 규모며, 물류 4000셀(Cell)로 생산 물류처리 능력이 안산공장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확장 가능한 구조여서 고형제 5배, 항암제 3배, 타 제형 생산시설도 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글로벌 수준(cGMP/EUGMP)의 하드웨어 및 품질을 확보해 해외 진출의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600억원 가량 투입된 보령제약 세 번째 공장 건설엔 여러 번 공장 건설을 경험한 이삼수 사장의 역할은 지대했다.

안재현 대표의 커리어가 빛을 발할 오픈 이노베이션도 기다리고 있다. 바이젠셀로 이미 솜씨를 보여준 안 대표의 주 종목이 유망기업 M&A와 육성. 전 직장에 있을 때 과장 신분이던 그를 대표이사가 이탈리아로 출장을 보내 현지 기업을 인수해도 되는지 보고오라고 했는데 실제 인수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M&A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이후 그의 핵심역량은 기업 가치평가, M&A, 투자, IR로 전문화됐다.

안 대표는 "바이오 분야 파이프 라인 확보나 파이프 라인을 품은 기업의 인수 등 재무적 접근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확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려면 조직의 오픈 마인드와 공감대 형성, 가치 평가에 능한 인재가 필요할 것이라 내다봤다.

전문경영인이라는 타이틀로 보령제약의 '새로운 기본'을 만들며 글로벌 보령제약으로 업그레이드 해야하는 안재현 이삼수 대표는 '서로 도와야 함께 성공하는 공동 운명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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