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P.M 신문광고.
1957년 P.M 신문광고.

40대 중반 이상이면 “화끈한 무좀약”에 대부분 "P.M"을 떠올릴 겁니다. P.M을 창업 제품으로 1957년 출범한 경남제약은 몰라도 “살갗을 벗겨내는 화끈한" 기억은 선명하니까요. 각질을 벗겨내는 “살리실산”이 주성분인 PM은 도전적인 당시 소비자들 덕분에 어루러기, 뽀로지, 풀독, 동상 등 다양한 증상에 쓰였다고 합니다. “The Pioneer in Medicine"을 줄여 P.M이라고 칭했듯 스프레이 타입, 크림 타입에 요즘 유행하는 네일라카 제품까지 개척(pioneer) 중이지만 추억의 약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1983년 비타민C 가루(산제)로는 국내 첫 제품인 “레모나”는 약국에서 오픈마켓으로, 산제에서 드링크로, 내수에서 중국시장까지 형태를 바꿔가며 다양하게 변신 중입니다. 한참 큰 형님 뻘인 P.M에 비한다면 경남제약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는 잘난 막내동생 쯤 됩니다. 하희라로 시작해 아이유, 김수현을 거쳐 2018년에는 레드벨벳 아이린까지 레모나 모델로 합류했으니 “잘났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올해 환갑인 경남제약이 몇 차례 주인을 바꿔가며 서서히 기울어져간 것에 비하자면 말입니다.

의약분업으로 P.M이나 레모나 같은 일반약(OTC) 시장이 위축됐던 2003년, 경남제약은 OTC 라인에 관심이 많았던 녹십자 그룹(녹십자상아)의 식구가 됩니다. 당시로는 파격이었던 기업간 콜라보 작품인 “레모나 드링크”를 일양약품과 기획 발매하며 주목도 받았었습니다. 먹튀 논란이 있지만 녹십자는 큰 이익을 남기고 2007년 태반제제 원료사업으로 대성한 화성바이오팜(HS바이오팜)에 경남제약을 매각합니다.

적자전환 상태로 세 번째 주인을 만난 탓인지 경남제약은 오늘까지 고난의 행보 중입니다. 이 와중에도 막내동생 레모나는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 SBS 드라마)의 주인공 김수현을 3년간 모델로 기용하며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2017년 11월 중국식약청(CFDA) 보건식품으로 정식 등록되며 본격적인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주주인 전 대표이사 회장은 분식회계 등 혐의로 옥중에 있으면서도 경영권을 놓고 현 경영진, 소액주주들과 다툼을 벌이는 중이고 네 번째 주인이 되겠다고 나타난 KMH아경그룹은 급작스럽게 날라든 옥중 가처분(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 소식에 머쓱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회사는 지난 3월 상장폐지 적격심사 대상이 됐다 최근에야 6개월간의 개선기간을 겨우겨우 받아낸 상태입니다.

KMH그룹 계열사 현황. (아시아경제 분기보고서 발췌)
KMH그룹 계열사 현황. (아시아경제 분기보고서 발췌)

네 번째 주인이 되겠다는 KMH아경그룹을 두고도 걱정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 전 주인들이 정말 회사를 사랑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KMH아경그룹은 반도체부품 업체인 KMH하이텍, 경제신문사인 아시아경제, 증권정보 콘텐츠 사업자인 팍스넷 등 코스닥 상장법인 3개와 작년에 인수한 신라CC 및 파주CC를 포함해 모두 23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KMH는 경남을 정말 사랑할까, 제약 “사업”을 진짜 하려는걸까 라고 묻는 겁니다. 녹십자나 HS바이오팜은 제약기업이었으니 그것이 절대적 징표라 할 수 없는데도 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숱한 역경에도 명맥을 이어가는 레모나에게 든든한 가족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2018 중국 건강영양박람회에 설치된 레모나 부스. (경남제약 제공)
2018 중국 건강영양박람회에 설치된 레모나 부스. (경남제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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