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숙 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CSR ⑥한국화이자제약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이 얼마인지 아세요?”

“8조원 이에요. 우리나라 국방부 예산의 1/4에 해당하죠. 그만큼 청년들의 창업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거에요.”

한국화이자제약 CSR 취재에서 받은 질문. 인터뷰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에 대한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상상하지 못 했다. 상상치도 못한 질문에서 두가지를 느꼈다.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 팀이 단순히 이력서의 한줄을 쓰기 위해 이 공모전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화이자 역시 단순히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CSR이 아닌, 청년들의 창업이 실제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다각도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

취재의 시작은 화이지제약의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전(DOI).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한국 사회를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바꾸자는 취지로 시작된 CSR. 이 프로그램은 2016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 째를 맞았다. 화이자가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보도자료가 아닌 참가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실제로 DOI가 어떤 CSR인지 듣고 싶었다.

올해 대상팀인 ‘백키퍼’팀을 한국화이자제약 본사에서 만났다. 대표를 맡고 있는 김율(고려대학교 보건정책관리학부 산업정보디자인과), 김태현(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소프트웨어벤처), 조완선(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경영학과) 학생들과 그들이 만든 헬스케어 서비스부터 화이자의 지원, 청년 창업가의 포부까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화이자제약이 주체한 디지털 오픈이노베이션(DOI) 대상 수상팀 백키퍼. 조완선(왼쪽), 김태현, 김율 학생.

백키퍼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학교의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된 팀이다. 백키퍼는 현재 8명의 학생들이 주축이 돼 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올바른 자세를 유도하는 허리쿠션과 허리 통증부위에 따라 맞춤형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백키퍼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김율=이미 헬스케어 기구 상품은 많아요. 기존 제품은 바른 자세를 제시하는 것에 그친다는 한계점이 있죠.실제로 이 기구들이 이용자 개개인이 어떤 자세이고, 이 자세에 따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제시해 주는 것은 없었어요. 즉,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는 없었거든요.

저희가 제공하는 ‘백키퍼’ 서비스는 단순히 바른 자세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어떤 자세로 변형을 줘야 하는지 이용자에게 알려줘요.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본인의 자세에 대한 데이터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보여주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 개개인에게 맞는 건강 콘텐츠를 제공해 주는 것이죠.

-백키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김율=허리쿠션 안에 압력센서가 있어요. 이용자들이 쿠션을 대고 앉으면, 압력센서가 인지한 압력값에 따라 자세를 추론할 수 있어요. 이 추론된 데이터를 서버에 올리고 이용자는 앱을 통해 자신의 자세가 어떤지 볼 수 있어요. 또 이 자세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 개개인에 맞는 스트레칭 콘텐츠가 제공돼요.(이 콘텐츠도 자체 제작하고요.) 앱에는 단순히 자세 데이터 뿐만 아니라 나이, 성별, 직업, 통증 스케일(pain scale)에 따라 개인 맞춤형 건강 콘텐츠가 제공돼요.

-DOI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김율=헬스케어 사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이에요. 그래서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DOI를 참여하면서 무엇보다 헬스케어 기업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장점을 느끼며 참여하게 됐어요.

-자문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나요?

조완선= 처음에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단순히 방석이나 스트레칭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었죠. 기술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화이자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아이디어 nurturing 세션을 들으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죠. 처음에는 단순한 건강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이라고 생각이 한정되다 보니, 우리 사업의 분야를 어디로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디어 nurturing을 통해 이용자에게 리워드 기능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김태현=타겟 고객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초기에 저희 팀은 학생들만 타겟 고객으로 삼았어요. 멘토들의 조언을 토대로 직장인으로 타겟 고객을 확장할 수 있었죠. 또 단순히 일회성 멘토링 프로그램이 아니라 직접 멘토 분들이 우리 학교에 찾아와 세심하게 멘토링을 지원해 주셨어요.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공모전은 형식적인 멘토링도 많이 진행된다고 들었는데, DOI는 확실히 다른 공모전과 멘토링 측면에 차별점이 있다고 느꼈죠.

옆에서 백키퍼 팀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화이자제약 이스테블리쉬트 사업부 관계자는 멘토링 구성원과 1:1 파트너링이 어떻게 소개되는지 설명해 줬다. 그들은 인터뷰 내내 백키퍼팀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화이자제약 이스테블리쉬트 사업부 관계자=멘토링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자문위원단은 사회복지분야, 임팩트 투자단으로 구성돼 있어요. 저희가 보기에 DOI를 통해 참가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네트워킹’이라고 봐요. 3회 자문위원단은 총 7명으로 헬스케어 분야 투자 전문가,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가,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 엑셀러레이터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

또 건강한 한국사회를 지향하고 있는만큼 사회복지, 사회공공 분야 전문가도 참여했어요. 올해는 사업화 모델을 더 구체화 하기 위해서 창업교육 전문가와 임팩트 투자전문가가 자문위원단으로 합류했죠. 이렇게 구성된 자문단은 1차 인터부 심사를 통과한 7개팀을 대상으로  idea nurturing 세션으로 진행됐고, 심사를 마친 자문위원단은 멘토링이 필요한 각 팀에 2명 이상 매칭돼 멘토링을 진행했어요.

-본격적으로 창업의 길로 나섰는데, 또래 대학생들에게 창업에 대해 조언해 줄 것이 있나요?

김태현=다양한 지원으로 창업에 대한 허들은 많이 낮아졌어요. 그러나 제가 생각한 것보다 창업은 더 어려웠어요. 시작이 중요하다고 봐요. 시작은 거창할 필요가 없어요. 학교 팀플(조별과제) 등으로 시작해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창업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거죠. 미약하게 시작해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조완선=대학생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원해 주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며 좋을 것 같아요. 보통 취업해서 회사라는 조직에 속하면,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아요. 대학생 때 창업을 통해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봐요.

창업에 성공적인 결실을 맺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창업에 도전한 경험 자체가 제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아요.

김장봉사, 환자지원, 헬스케어스타트업 지원. 글로벌제약사들의 CSR 보도자료를 받을때마다 관성적으로 ctrl+c, ctrl+v를 누른다. 바쁠 때는 내용도 잘 읽지 않은채로. 백키퍼팀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명동 화이자제약 본사를 나서며, 그간의 관성적인 보도자료 처리가 부끄러웠다. 기자 눈에 관성적으로 보이는 기업의 CSR은 6번의 취재과정을 거치면서 단순한 기업홍보 활동 만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은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화이자제약은 올해도 백키퍼와 같은 주역을 만들기 위해 한층 더 발전된 DOI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