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이캡, 제약바이오산업의 희망의 증거되기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 보다."(국화 옆에서, 서정주)

오늘 아침, 이 한편의 시를 씨제이헬스케어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과 이를 위해 애를 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오직 신약 개발 하나 바라보고 연구실에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희망과 절망의 줄타기하다가도 끝내 도전하고야 마는 사자처럼 용맹한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다정하게 내밀고 싶다. 서른 번째 국산 신약으로 작년 7월5일 식약처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케이캡정이 7개월 만에 정당 1300원의 상한금액으로 3월1일 급여 출시된다. 무생물이던 후보물질은 많은 사람들이 호흡을 불어넣은 끝에 생명을 얻어 꽃망울이 되었다.

하지만 활짝 피어난 국화꽃을 보려면 내일도 모레도 헤아릴 수 없는 소쩍새가 울어야하고, 천둥이 울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씨제이헬스케어 제약사업 34년 만에, 2010년 개발에 착수한 이래 10년 간 공들여 나온 케이캡은 PPI 약물이 어찌하지 못하는 언멧 니즈(UnMet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PPI 약물이 갖고 있는 느린 약효 발현, 식이영향에 따른 복용 불편, 약물상호작용 문제, 새벽 위산과다분비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나타나는 흉통 및 수면장애, 환자 별 큰 약효차이를 충분히 커버하는 장점을 지닌 약물이다. 꽃망울이 맺히면 만개한 꽃도 머지 않으리!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오른쪽)와 멕시코 카르놋 사 가르시아 대표(Guy Jean Leon Savoir Garcia)가 올해 2월 케이캡정 라이센싱 계약 체결했다.
CJ헬스케어 강석희 대표(오른쪽)와 멕시코 카르놋 사 가르시아 대표(Guy Jean Leon Savoir García)가 올해 2월 케이캡정 라이센싱 계약 체결했다.

케이캡은 특히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D)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등 두 적응증 모두에 대해 허가 받은, P-CAB기전의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이다. 따라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하다. 한창 개발중이던 2015년 중국 뤄신에 9529만 달러(한화 약 1143억 원)규모 기술 수출을 성사시킨데 이어 작년 베트남 비메디멕스와 기술 수출 계약으로 아시아 시장 판로를 넓혔다. 올해 2월엔 멕시코 카르놋과 멕시코 등 중남미 17개 국가에 케이캡을 독점 공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내수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중남미 17개국 등 전세계 20개 국가에 진출,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CIS, 중동 국가 등 계속해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 카르놋과 수출 계약으로 계약금 및 국가별 기술료, 순 매출에 따른 로열티, 제품 공급 금액을 포함 10년 동안 약 8400만 달러(한화 약 1008억 원)규모의 케이캡정 완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작년 아세안 GMP 조사관들이 견학한 오송 생산기지도 튼튼하다. 2010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지은 전략적 생산기지가 본격적으로 역할을 할 때를 맞은 셈이다. 케이캡은 카르놋 사를 통해 중남미 시장에서 멕시코를 필두로 2022년부터 17개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PPI가 대세를 이루는 국내 시장의 경우 영업력이 막강한 종근당이 우군으로 나서 함께 공략에 나선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 높은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비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을 확인하며, 고비용의 3단계 임상시험을 마친 후에야 시판허가를 받는 신약개발은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머리에 바윗덩이를 이고, 한번 삐긋하면 거센 물결에 휩쓸리는 강에 아슬아슬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말이다. 한데, 신약개발이 더 잔인한 도전인 것은 시판허가가 끝이 아니라 더 큰 도전의 시작이라는 점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강점있는 케이캡의 도전이 상업적 성공(다른 의미로 질병치료에 기여)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신성장산업이라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희망의 증거가 되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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