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율...일본은 '하는 일'의 대가, 한국은 유통비용 보전

 

지난해 실적자료를 분석해 보면, 일부 특수형태의 유통업체들(병원직영, 총판 및 CSO형 등)을 제외한 통상적인 100대(판매기준) 도매유통사들의 유통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 수준이 6.2%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4년8월 유통협회가 8.8%의 유통비용을 제약업계에 요구할 때 그 당시 유통마진율이 7.1%(유통협회 정책토론회자료)이었으니까, 곧 5%대로 떨어질 것 같다.

그 주된 이유가 잡혀진다.

2000년 이전 고시가상환제 시절, 도매유통마진율에 대한 제약업계의 인심은 상당히 후한 편이었다. 외제 및 일부 의약품들을 제외하고는 통상 10~15% 내외는 됐다. 그러나 2000년 실거래가상환제도와 의약분업이 함께 시행된 이후, 상황은 급격히 나빠져 갔다. 특히 2007년 보험약 포지티브제를 시작으로 2010년부터 시차를 두고 실시된 시장형실거래가제와 약가인괄인하제 등과 같은 융단폭격성의 각종 가격인하 정책 그리고 리베이트 쌍벌제와 투아웃제 및 김영란법 등으로 인해 살기 급급해지면서, 제약업계의 심적·물적인 인심이 갈수록 더더욱 메말라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이런 상태대로 가면 필연적으로 머지않아 양 업계 간의 갈등이 폭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태풍전야'라고나 할까.

양상은 다르나 유통마진율 높낮이 문제가 세계 의약품시장 부동의 제2위인 이웃 일본에서 이미 5~6년 전 크게 사건화 된 적이 있었다.

부문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선진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차는 대체로 10년 내외로 본다. 이를 감안해 보면, 앞으로 얼마 안 있어 우리 도매유통업계에 일본 사건과 같은 유통마진율 문제가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과 교훈 등이 있으므로, 필히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의약품 유통비용(유통마진)은 도매유통업계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일(하는 일 즉 기능)의 질과 양을 따져 볼 때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고 제약업계와 의료계가 도매유통업계에 대해 공공연하게 문제를 제기한 사건이다. 구체적으로, 유통마진율이 미국은 2.7%이고 유럽(EU)은 4% 정도에 불과한데, 왜 우리 일본은 6.3%로 높은가? 이런 질문 공세를 편 것이다.

일본 도매유통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 이유를 못 찾거나 잘 못 대다가는 유통마진율이 미국이나 유럽 수준까지 끌어내려지는 고통을 겪어야 할 판이니까 말이다.

외주를 통해 조사·연구한 끝에 겨우 어렵사리 여러 가지 타당한 이유를 찾아냈는데, 그 중 핵심은 '하는 일의 차이'였다.(의약품 도매유통 기능별 국제비교, 일본의약품도매업연합회)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약사(약국) 및 의사(의료기관)들에 대한 '판촉활동 여부'가 일본과 미국 및 유럽의 의약품 도매유통마진율 대소 차이를 판가름한 것이다.

앞으로 곧 발생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속은 몰라도 아직은 밖으로 불거진 일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하여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도매유통업계가 제약업계에 요구한다. 현재의 유통비용(유통마진율)가지고는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으니 더 내놔라. 더 내놓지 않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갈등 전쟁에 돌입하겠다는 최후의 선전 포고를 했다.

 ▶이에, 제약업계가 맞받아쳤다. 유통비용 씀씀이에 대해 조목조목 근거를 대라. 확인하겠다. 대금결제기간에 대한 금융비용과 카드마일리지 비용 등은 유통업계가 용인한 것인데 왜 제약업계에 비용청구를 하는가. 유통업계가 현재 하는 일이 무엇인가. 세분하여 구체적으로 그 비목 등에 대해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놔라.

유통업계와 제약업계는 예컨대 이런 종류의 것들에 대해 미리 준비해 둬야 할 것 같다. 싸움준비를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싸움을 하지 않는 해결책을 찾기 위함이다. 특히 도매유통업계는 유통 본래의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지금 판촉활동이 없는 미국이나 유럽 쪽을 따라가고 있는데 그래서는 필요한 유통마진율 확보 논리에 구멍이 뚫리기 때문이다.

일본 제약업계는 유통마진율 갈등에 대해 감정을 억제한 합리적 객관적인 질문을 던졌고 도매유통업계도 공격당한 울분을 앞세우지 않고 과학적 접근으로 그 질문에 충실히 대답함으로써 갈등을 깔끔하게 해소시킬 수 있었다.

우리 유통업계와 제약업계도 일본처럼 그랬으면 한다. 예컨대 카드결제 갈등 중에 있었던 '상거래인데 왜 협회가 끼어드느냐', '법률에 나와 있지 않느냐', 등등과 같은 부류의 공격은 감정만 상하게 할 뿐 갈등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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