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장회의서 설문결과 보고..."약사회원 의견 분산"

대체적으로 품목확대 반대에 힘 실려
'타이레놀↔알마겔' 채택 가능할까

 
대한약사회가 지난달 31일까지 진행한 '편의점 판매약 제도 개선방안 설문조사'에서 약사회원들의 민심은 '스위치 협상안(넣고빼기)'과 '전면거부 투쟁안' 중 어느 쪽에 무게가 실렸을까?

지난 8일 열린 대한약사회 시도지부장회의는 이 설문결과가 회의에서 보고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약사사회 내외부의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정작 시도지부장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약사회 집행부도 결단의 '결기'보다는 수심만 더 쌓인 모양새다. 이는 'D-day'가 가까워진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바로 약사회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하기로 한 시점이다.

A지부장은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편의점 판매약 제도 개선방안 설문결과) 회원들의 의견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리거나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을만큼 유의미하게 모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어느 한 쪽에 특별이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데, 설문문항 자체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다 끄집어 내 제시됐던 만큼 일부 예견되기도 했던 대목이다.

실제 약사회 설문 문항은 '편의점약 품목조정 시도에 대한 대응방안', '2:2 스위치안'에 대한 의견, '약사회 협상거부와 복지부 일방추진 시 대응방안' 등 3개로 구성돼 있었는데, 각 질문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답이 3~5개, 총 13개나 됐다.

구체적으로 첫번째 문항인 '대응방안'에서는 총궐기 등 투쟁노선과 두 가지 협상노선이 같이 제시됐다. 둘째 문항인 '2:2스위치'는 훼스탈골드와 베아제를 제외하고 겔포스와 스타멕스를 추가하는 맞교한 방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편의점약 판매시간 제안 조건부 찬성, 타에레놀500과 판콜에이 2:2 스위치, 2:2 스위치와 공중보건약국 법제화 정부수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세번째는 대정부투쟁, 복지부장관 퇴진운동, 품목확대 수용 및 약정협의체를 통한 실리 추구 등이 선별문항으로 제시됐었다.

B지부장은 "설문결과에 대해 지부장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했지만, 생각보다 활발하게 의견이 제시되거나 논의가 불 붙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 논란에서 지부장들 일각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가 편의점약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복지부를 옥죄고 있는터라 품목확대를 저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지부장들 일각의 발 빼기는 나중에 제기될 게 뻔한 책임론을 회피하고 싶은 전략으로 읽힌다.

한 약국장은 "그동안 편의점약 판매시간대를 제한하거나 타이레놀을 빼고 대신 겔포스보다는 지명도가 낮은 알마겔을 내주는 식의 중재안 등이 나돌았다"면서 "복지부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의 기대치가 있는만큼 약사회가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조찬휘 회장도 이런 어려움을 토로했다. 약사회 집행부와 보건복지부 관계자 간 약속된 시간, 바로 'D-day'는 오는 14일이다.

조 회장은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설문결과가 단일한 의견으로 모아진 건 아니지만 결론은 품목확대 반대나 효능군 확대 반대라는 점에서 회원들의 민심은 명백하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정작 국민들은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데 기재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 복지부도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안다. 설문결과를 토대로 약사회 의견서를 마련해 곧 제출할 계획인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어찌됐던 회원들의 의견이 왜곡되지 않도록 충실히 의견서에 반영해 복지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복지부 측은 약사회 의견서가 들어오는데로 내부 검토를 거쳐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소집할 뜻을 내비쳤었다. 시기는 6~7월 중이지만, 7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설문조사 문항을 통해 약사회와 약사사회의 진정성은 충분히 봤다. 또 정부가 약사사회 내부에서 숙의할 수 있는 시간을 줄만큼 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사회적 합의나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선에서 의견서가 제출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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