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화 K-뷰티코스메틱 대표 "코슈메디컬로 동남아 틈새공략"

C'n 화장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장태화씨.
C'n 화장품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장태화씨.

1980년생 호주약사 장태화 K-뷰티 코스메틱 대표는 요즘 인도네시아에 꽂혔다. 한미약품을 그만두고 38세에 한국 화장품으로 동남아시아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며 회사를 차린 장 대표의 두 번째 도전국가이다. 3평 짜리 비즈니스센터에 사무실을 내고 3명이 힘을 모아 출발한 K-뷰티는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 주에는 인도네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싣는다. 귀국한지 2주 만에 떠나는 인니행이다. 이번엔 현지 파트너 업체와 테스트 마케팅용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로 돼 있다. 첫 수출국가인 베트남에 이어 거두는 두 번째 결실이다. 막 첫발을 뗀 그는 벌써 10억 정도의 수출고를 올렸다. 21일 히트뉴스 사무실을 방문한 그를 만나 청년창업을 응원하는 인터뷰를 가졌다.

-화장품하고 썩 어울릴 것 같지 않는데(웃음), 청년창업 아이템을 화장품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호주 시드니약대를 다녔는데. 1학년 때부터 한인타운인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 약국(Terry white chemist)에서 호주약사 면허를 따고도 1년 이상을 계속해서 일했어요. 아버지께서도 부산에서 약국을 하시는데(장수진씨·영남약대) 유학가겠다고 말씀드릴 때 학비 외에는 모두 벌어서 쓰겠다고 약속했거든요. 당신도 약사라 아들의 결심을 자랑스러워 하셨어요. 처음엔 청소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나중엔 정식채용되면서 약사업무까지 다 했는데, 그 약국에 시세이도(Shiseido)나 미샤(Missha) 같은 화장품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화장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장 대표도 화장하는 것을 즐기나요? 직접 발라서 제품을 알아야 수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저는 스킨만 겨우 바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약사이다 보니까 화장품의 성분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호주약국에서 화장품 성분들을 꼼꼼히 공부해보니 외국 제품들은 100% 안전한 성분이 아닌데도 브랜드 때문에 잘 팔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반면 한국제품은 품질이 좋고 값이 싸도 브랜드 때문에 당시엔 밀리는 편이었어요. 한국 화장품이면 경쟁력 있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베트남에서는 대표인 제가 직접 화장을 하고 런칭 마케팅을 했어요. 대표가 직접 바르면 현지 분들이 더 신뢰한다고 파트너사 대표가 알려줬어요. 덕분에 이제는 화장하는게 자연스럽습니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약사인 아버지와 아들. 호주약국 근무시절. 시드니약대 졸업식.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약사인 아버지와 아들. 호주약국 근무시절. 시드니약대 졸업식.

-호주에서는 언제 귀국했습니까. 한미약품에서 5년 정도 일했던데요.

“한인타운 약국을 그만두고 맥쿼리대학병원(Macquarie Univ Hospital)에서 임상, 조제, 복약지도 등 업무를 맡아 2년간 근무했어요. 그런데 제가 유학을 온건 저의 인생을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거든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았는데 그게 한미약품이었어요. 3번이나 비행기를 탄 끝에 2013년 12월입사했어요. 5년 동안 해외사업과 허가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창업하는데 필요한 국내외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스킬, 화장품 개발과 허가업무 등등을 모두 그때 배웠습니다. 한미약품 첫 화장품 브랜드인 프로캄, 클레어 테라피 허가업무를 제가 맡았었습니다.”

-안정을 버리고 도전을 선택했어요. 청년창업이라고 하죠? 그 동안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작년 12월에 창업했으니 표면적으론 3개월 정도지만, 함께하는 분들이 1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K-뷰티의 컨셉은 표준화된 한국화장품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기후와 유행 등을 정확히 반영한 화장품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첫 도전무대인 베트남에 들어간 화장품 브랜드인 'C‘n Seoul'은 현지의 기후나 오토바이를 타는 생활습관 등을 반영해 끈적임이 덜하고 빨리 흡수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 은은한 자연향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청포도향을 쓰기도 합니다. 그렇게해서 화이트닝세트, 선블럭크림, 청포도향 탈모헤어세트 등을 기획했어요.”

-그래서, 베트남 시장에선 어떻던가요?

“첫 계약으로 6억 정도 나갔습니다. 현지에서 꽤 탄탄한 HCC라는 기업이 판매를 맡고 있는데, 런칭쇼를 할 때 C'n을 제가 직접 바르면서 제품을 소개했어요. 또 한국의 제조시설 소개 동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고요. 베트남에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거든요. 저도 처음 경험이지만 현지분들이 많이들 좋아해주시고 매체에도 여러번 소개가 되었어요.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데 하노이에만 9개의 C'n 매장이 있습니다.”

하노이 C'n 오프라인 매장과 론칭쇼 행사전경.
하노이 C'n 오프라인 매장과 론칭쇼 행사전경.

-2주전엔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벌써 다음 시장입니까?

“최종 결정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막상 도전해보니 인도네시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인구가 2억6600만명인데 세계 4위라고 합니다. 자카르타에서 테스트 마케팅을 하기로 파트너업체와 합의했고,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사무실도 구했습니다. 할랄인증(이슬람율법에 따른 원료를 사용)을 추진 중인데 3스텝마스크팩, 24K 골드세럼&달팽이점액추출물 같은 독특한 제형으로 가격대를 낮춰 공략할 생각입니다. 다음주에 계약식을 하는데, 테스트용으로 4억 정도 됩니다.”

-한국에서는 왜 약사면허를 따지 않았나요? 나이 먹은 입장에서 보면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권하고도 싶은데요.

“약사국시 공부를 해야하는데 직장 다니면서 시간내기가 어려웠어요. 언젠간 한국약사면허도 딸겁니다. 의대진학에 실패하고 환경공학으로 대학을 갔는데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시드니약대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약사’가 되겠다고 약속했었습니다. 한미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지역을 맡아 수출업무를 경험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재미와 성취감을 맛봤어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그 책임도 고스란히 져야하는 창업의 길이 어렵지만, 젊으니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봐도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입니다. 힘들지만 시장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이 더 큽니다.”

-장 대표의 꿈을 듣고 싶어요. K-뷰티 코스메틱스의 방향성은 뭡니까.

“시장을 분석하고 좋은 제품을 기획하면 스타트업도 충분히 틈새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습니다. 화장품과 의약품이 결합된 코스메슈티컬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약사로서 이 시장에서 우리가 기획한 한국제품으로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하는게 꿈입니다. 한국은 빠르고, 저는 코스메슈티컬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약사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고 도전해볼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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