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은 하는 일에 대한 상대적 가치의 평가물
'거래'는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임을 유념해야

최근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산하 정책연구소를 통해 또다시 도매유통 마진(비용) 실태조사와 연구에 들어갔다. 유통협회 역사상 이번이 4번째다. 갈수록 유통마진율이 낮아지고 있어 '업계가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게 실태조사를 다시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근래 도매유통마진율의 종합적 현상은 어떤가. 히트뉴스가 금감원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주요(자산규모 100억 원 이상) 도매유통사들 147곳의 2017년 결산자료를 집계·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통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 가중평균치가 7.74%로 나타나고 있다. 유통마진율이 20%이상~53.6%인 유통사가 15곳, 8.8%이상~20%미만인 유통사가 43곳, 5%이상~8.8%미만인 유통사가 68곳 그리고 5%미만인 유통사가 21곳이었다. 유통사마다 천차만별이다. 곧 다가올 4월의 2018년 어닝시즌(earning season)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그렇다면 과거는 어땠나. 유통협회(종전 도매협회, 1963.7.16. 보사부 설립인가) 역사 56년 동안, 주체는 달랐지만 5차례의 공식적인 유통마진(비용)율 조사가 있었다. 보사부와 감사원이 각각 1회, 유통협회가 3회다. ▲보사부는 1976년 보험약가 결정을 위해, ▲감사원이 1982년 보험약가 실태를 감사하기 위해 ▲유통협회가 ① 1996년 한국능률협회컨설팅(능률협회)에 의뢰해 유통선진화 정책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② 2011년 협회 자체적으로 ③ 2014년 의약품정책연구소(대한약사회 산하)를 통해 적정 도매마진율을 도출하기 위한 조사가 그것이다.

보사부가 1976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그 당시 도매마진율은 10.45%였다. 1982년 2월에 감사원이 조사·발표한 도매마진율은 6.5%로 급락되었다. 경쟁과열이 원인이었다. 그 때문에 1984년 7월30일 보험의약품 고시가(告示價) 결정시 원가보상 차원에서, 요양기관에 대해 보험약 관리비 등 명목으로 고가품은 3.43%, 저가품은 5.15%의 '유통거래폭'이 가산됐고, 그 대신 도매유통마진에 대한 고시가 반영률이 저가품과 고가품 관계없이 그전 12%에서 5%로 대폭 낮춰졌다.

1996년 10월 능률협회는 1995년 결산자료를 중심으로 한 도매마진율(매출액 총이익률)이 OTC 도매 6.51%, ETC 도매 6.67%, 평균 6.59%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2011년 도매협회가 직접 자체 조사한 2009~2010년의 유통 마진율은 평균 8.29%였다. OTC 도매가 7.84%, ETC 도매 8.52% 그리고 0TC ETC 복합도매가 8.46%로 나타났다. 2014년 정책연구소가 협회의 협조를 받아 분석?발표한 36개 OTC 도매유통사들의 평균 도매마진율은 2012년 7.1%였다.

그렇다면 선진 외국은 어떠한가. 이웃 일본의 경우, 2016년 6.17%였다. 2015년 6.12%보다 0.05%가 올랐으나 2014년 6.18%보다는 0.01%가 낮아졌다. 2008년 미국은 2.7%, 영국과 독일 및 프랑스의 평균은 4.0%로 나타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최근 우리 한국 의약품도매유통업계의 유통마진율 수준은 7.5%대로 볼 수 있다. 1970년대가 1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6.5%대로 가장 낮았다. 물론 선진 외국의 2.7%~6.17%에 비해서는 아직 우리의 마진율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그런데 혹시 마진율 20%이상인 곳은 형식적인 도매유통사일 뿐, 실질적으로는 도매가 아니라고 주장할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그들의 사적·의도적인 입맛대로 업종이 구분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유통협회의 조사·연구 결과물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필히 몇 가지 고려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 유통협회가 과거 3차례에 걸쳐 돈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적정 도매유통마진율 조사·연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별무소득이었다. 그 때의 연구물들이 시답지 않아서 그랬을까? 이번으로 4번째의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과거에 왜 그랬는지 보다 더 깊이 허심탄회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마진'은 '하는 일에 대한 상대적 가치의 평가물'이다. 따라서 예컨대, A가 아무리 훌륭한 연구 결과물을 제시하며 '우리의 유통비용 씀씀이가 이러저러하니 그것을 꼭 줘야 하겠다'고 조직의 힘까지 보태 B를 설득한다 해도, B입장에서 보면 A의 '유통비용(마진)'은 B에게도 똑 같은 경영성과와 직결되는 유통비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B는 '그 비용을 지불하며 A와 꼭 거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저울질을 하면서 그 판단에 따라 B가 A와 거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A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거래는 '의무' 또는 '강제'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B는 A가 제시하는 비용(마진)을 수용하면서 A와 거래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요양기관 직거래 또는 CSO 거래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다 더 유리할 것인가를 따지고 판단하여 유리한 쪽을 선택할 것이다. 즉 B는 자기의 유통비용이 보다 더 저렴하면서 유통 효율성이 같거나 더 큰 유통경로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A는 '어떻게 하면 B가 A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까?'를 연구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일이라는 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 참고자료 ① 도협50년사(유통협회. 2011.12.) ② 의약품 적정도매마진율 고찰(유통협회, 2011.11.) ③ 의약품 도매의 기능별 원가 국제비교(일본 의약품도매업연합회, 2011.6.) ④ 약사핸드북 연보시리즈(일본 지호우社, 201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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