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베이스, 소비자 트렌드 바뀌는 시대 약사 약국 생존법 강의

황태윤 김수길 모연화 약사의 강의(왼쪽부터)
황태윤 김수길 모연화 약사의 강의(왼쪽부터)

만약 마음대로 쓸 수 있는 200만원이 눈 앞에 놓여 있다면, 우리는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게될까? 오래도록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현재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나 경험 등 무형의 가치를 구매하게 될까?

개인별로 상황이 다를테니 예단할 수 없는 문제. 하지만 모바일로 연결하는 '카페인(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소비자와 공급 과잉의 시대 소비자들은 '가성비(價性比)를 넘어 가심비(價心比)'까지 고려하는 특성을 가진다는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트렌드의 변화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가성비)을 먹고, 이 보다 훨씬 비싼 스타벅스 커피(가심비)로 '점심시간의 만족감'을 얻는 시대. 약사와 약국은 불투명한 미래를 흥미진진한 상황으로 받아들여 변화, 적응할 수 있을까. 

휴베이스(대표 김성일·김현익)는 17일 오후 2시 약대생 2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흥미진진한 불투명의 시대, 우리는 약사할 수 있을까' 주제로 14번째 새내기 강의를 했다. 강의는 ▶글로벌 트렌드, 약사 ▶백 투 더 베이직, 약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약사로 문제제기부터 솔루션까지를 짜임새 있게 다뤘다.

트렌드 리더로 꼽히는 황태윤 약사는 "공급 과잉의 시대, 소비자 트렌드는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규정하면서 "약국은 여전히 공급자인 약사중심, 처방조제와 OTC 상품 판매위주의 제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6000억원씩 매출이 증가하는 H&B스토어나 4만1000개에 달하는 편의점과 가성비 경쟁을 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경쟁이 가능한 곳이 있다면 옆 약국일 뿐이라며, "약국은 (타업종과)가심비 경쟁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약사는 소비자들의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라이프 스타일 숍이 주목할만한 트렌드라며, 약국도 이렇게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일본 츠타야 서점의 경우 "프랑스 파리가 궁금해 책을 보러갔다가 이 서점이 촘촘하게 설계해 놓은 큐레이션에 따라 파리여행을 예약하고 오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상황을 약국으로 옮겨, 그러면 어쩌자는 것인가. 황 약사는 "약국이 규모, 품목, 영업시간, 가격으로 경쟁하려 해선 안된다'며 '약사가 있다'는 약국의 유일한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고객 분석과 고객공간 극대화를 통해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구비하고, 약사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건강한 상태에 도달하도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며, 고객이 자기만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한다"고 진단했다. 감성적이고 아날로그적 환자 상담과 셀프메디케이션 중심으로 건강하고 기분좋은 경험을 하는 공간이 라이프 스타일 약국인 셈이다. 예컨대, 두통이 있는 소비자가 약국에 가서 약사의 상담에 의해 진통제를 사들고 나오며 만족할만한 기분을 얻는 약국이다.

"직업인 약사를 넘어 '나는 이런 약사되고 싶다' 꿈 가져야"
 
반경 300미터 내 유일한 소매점, 1주일 유동인구 114명이 전부인 전북 김제의 척박한 지역에서 약국을 열고서도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에 행복하다는 김수길 약사는 "어떤 환경에서도 전문가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내기 약사들을 향해 "곧 직업인으로 약사가 되겠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이런 약사 입니다라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자신은 척박한 환경에서 약국을 시작하면서 '약사로서 최소한의 기준' 3가지를 세웠는데, 첫째는 처방전을 받으면 약의 용법과 용량이 정확한지 감사하기로 했고, 둘째는 청결하고 정확하게 고객의 약을 조제하기 했으며, 셋째는 본인을 확인하고 복용방법과 주의 사항을 설명하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고객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상담하고 함께 고민하는 약사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조제의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 2007년 월 처방전이 40건 정도인 상황에서 2000여만원을 들여 자동조제포장기(ATC)를 들여 놓았다. 영업사원으로부터 3번 거절당한 끝에 구매에 성공했다며 웃었다. 또 세 번째 투약의 원칙을 위해 당시 남들이 하지 않던 복약안내문을 제공했고, 이어 픽토그램을 활용하며 서비스를 확장했다. 그는 "다른 약국에서 조제한 뒤 그 약에 관한 복약안내문을 프린트 해달라는 환자들도 있어 씁쓸하기도 했지만, 약사로서 나를 신뢰한다는 자긍심을 갖기도 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약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라고 자문한 그는 약사는 "헬스케어 프로이자 커뮤니케이터"라고 자임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약사가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건강해지고 싶으시죠? 건강지려면 의약품, 운동, 보조기구 등의 도움도 필요하겠죠? 약사는 건강한 상태로 올려주는 사람이되려 6년간 공부했어요. 당신에게 건강욕구가 있다면, 나같은 사람이 있어야 겠지요"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약사시험을 통해 곧 약사가 되는 약대생 200여명은 17일 휴베이스 강의를 들었다.
약사시험을 통해 곧 약사가 되는 약대생 280여명은 17일 휴베이스 강의를 들었다.

대중 앞 노출에 수줍은 모 약사, 유튜버가 된 사연

'이게모약'이란 타이틀로 방송하는 유튜버 모연화 약사는 "약사로서 나만의 콘텐츠를 갖는 것은 창의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전문가의 생존은 사회적 합의와 문화적 동의를 얻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에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가면서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문을 연 모 약사는 "배가 아파요, 왜 그런거죠?라고 했던 환자들이 이젠 노로바이러스 같은데요라며 검색 결과를 이야기한다"고 요즘 상황을 소개했다. 환자들이 약사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냉소적이며,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자문한 그는 "약사와 약국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있어야 오프라인 소통이 가능하다"며 "보는사람, 검색하는 사람, 타인을 위한 마음으로 접근하는 콘텐츠여야 통하는데, 이런 콘텐츠를 만들려면 각자 자신들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경험들이 소비자 귀에 쏙쏙 꽂히도록 언어화 되는데 경험은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든 의미를 부여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는 모 약사는 자신이 경험했던 출판을 예로 들며 "머릿 속에 기획서를 두라"고 제안했다. 그는 "무엇이 내 콘텐츠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내가 했던 경험들, 다양한 지식들을, 어떤 프레임(창)으로 일관되게 바라보고 모으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쉬운 예를 들었다. 인스타 그램에 책의 인상적인 구절들을 일관되게 올림으로써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과 함께 콘텐츠를 구축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필로우하고 있다고 자신의 사례를 공유했다. 또 다른 예로 그는 약사로서 소비자 접점 소통을 위해 유튜브에 착한 약 콘셉트의 콘텐츠 '이게모약'을 게재하고 있으며, 계속 시놉시스를 쓰고 있다. 티눈 패치를 붙이는 장면 등을 실연으로 보여주고 있다.

모 약사는 "약사의 도움을 받으면 어떤 약이라도 착한 약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이미지 형성과 사회적 합의, 문화적 동의를 만드는데 이 같은 콘텐츠가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이는 대중에게 노출을 수줍어하는 그가 유튜버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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