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 성경험자 10.3% 인공임신중절 경험

성경험이 있는 가임기 여성 10명 중 1명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산경험 여성 중 인공임신중절 경험자는 5명 중 1명 꼴로 더 많았다. 또 여성 10명 중 7~8명은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조문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이 같은 내용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2011년 이후 7년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는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전 조사와 비교해 조사결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규모를 확대했다. 신뢰도는 표본오차 ±1.0%, 95% 신뢰수준이다.

조사결과를 보면, 먼저  조사에 응답한 여성(10,000명) 중 성경험여성은 7,320명(73%)이었고, 이중 임신경험 여성은 3,792명(38%)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이었는 데, 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를 차지했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매우 다양했는데, 평균 연령은 28.4세(±5.71)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 46.9%,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각각 33.4%, 32.9%, 31.2%(복수응답)로 높게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는 수술만 받은 여성이 90.2%(682명)였고, 약물 사용자는 9.8%(74명)로 조사됐다.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은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6.4주, 12주 이하 95.3%)였고, 평균 횟수 1.43회였다.

연구진은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은 4.8‰로 인공임신중절건수는 약 5만 건으로 추정되며,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2005년 29.8‰(342,433건), 2010년 15.8‰(168,738건), 2017년 4.8‰(49,764건) 등이라고 했다.

인공임신중절 감소의 원인으로는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을 설명했다.

인공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한 정책 수요(1순위)로는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이 꼽혔다.

주목되는 건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제 응답여성 75.4%는 형법상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48.9%는 모자보건법상의 허용범위 관련 규정도 개정 필요하다고 답했다. '잘모름'과 '개정 불필요'는 각각 40.4%, 10.7%였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여성의 관련 경험 이해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불법으로 인해 과소추정의 가능성이 있으나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해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성교육과 피임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 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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