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행(2000년 8월) 이후 18년 넘게 제약회사들은 '제네릭 비즈니스'로 재미를 보았다. 반면 약사들은 같은 시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제네릭 의약품을 속절없이 바라보며 침묵해왔다. 그랬던 약사들이 정부 제네릭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은 작년 말 히트뉴스와 인터뷰 때 늘어나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깊은 문제 의식을 드러냈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언론 데일리팜 전화 인터뷰에서 "공동생동은 한시적 '1+3' 거쳐 완전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네릭 정책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약사들에게 공표한데다, 약사들도 크게 공감하는 이 문제는 이제 마음대로 거둬들이거나, 유야무야할 수 없는 '김대업 표 아젠다'가 돼 버렸다.

약사들, 공동생동 한시적 1+3 거쳐 완전 폐기 주장

김 당선인의 문제 제기가 '1+3 공동생동'을 추진해 온 제약바이오협회에 힘을 얹어주기 위한 '정치적 헐리우드 액션'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뚜렷하다. 폭증하는 제네릭 의약품으로 약국이 고통받고 있다는 아우성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연간 매출 규모가 큰 오리지널 한 품목이 특허만료 되면 제약회사들은 신제품 마케팅으로 한껏 기대감에 부풀지만 약국들은 속된 표현으로 죽어난다. 제네릭 비즈니스가 거의 전부인 제약사들이 영업활동을 본격적으로 개시하며 제네릭 의약품을 시장에 쏟아놓으면 뒤따라 처방이 나오고, 약국은 억지로 약을 들여놓아야 했다. 시간이 좀 흘러 처방이 끊기면 이 약들은 불용 재고가 되고, 지난한 반품절자를 밟는다. 약국이 제네릭을 맞이하는 메커니즘이 이러하다. 제약산업 제네릭 비즈니스가 드리운 그늘은 짙고 길었다.

허가 당국은 그 동안 제네릭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할 때 이해당사자인 제약산업만 바라봤지, 이해관계자인 유통업계와 약국은 등한시 했다. 공동생동, 위탁생산에 힘입어 급격하게 늘어난 제네릭 의약품들이 유통업체 창고나 약국 진열장과 창고를 채워가는데도 눈여겨 들여다 보지 않았다. 아니 외면했다. 과연 의약품에 관한 식약처의 역할과 기능이 허가와 생산에만 한정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안전한 의약품의 생산을 넘어 안전한 유통, 안전한 사용까지 포괄적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발사르탄 파동의 대책으로 내놓을 '무한 공동생동의 제한(1+3) 역시 또다른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공동생동을 제한한다고 해서, 생존수단이 제네릭 뿐인 제약사들이 제네릭을 포기할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생동시험기관에게 기회가 될 것이니 업체들이 다시 늘어날 것이며, 생동시험을 위한 건강한 피험자들도 더 많이 필요해 질 것이다. 이건 좋은 현상인가.     

약사들, 공동생동 제한으로 제네릭 줄지 않아...국제일반명 카드도 품어

다시 김 당선인으로 대표되는 약사들의 문제제기로 돌아가 보자. '제네릭 정책에 할말은 하겠다'는 김 당선인의 선언은 공동생동의 폐기만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그가 인터뷰에서 언급한 최종 목적지는 '국제일반명(INN)'이다. 지금처럼 모든 제네릭이 독자적인 이름(일명 브랜디드)을 갖게됨으로써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논리는 표면적이다. 실질적인 내용은 '순풍제약 발사르탄'처럼 통일시켜 원활한 대체조제 기반을 닦자는데 있다. 비약이지만,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유통되는 '화합물 의약품'은 '오리지널 또는 제네릭'으로 이분화 돼 정리될 것이다. 각자 독립된 상품명을 가져 얻었던 '유사 오리지널 효과'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제약산업에겐 엄청난 도전이다. 

김 당선인이 '국제일반명'을 최종 목표로 삼은 것은 공동생동 제한이나 폐기로 약국유통 제네릭 숫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래서 이 주장은 '반품과 같은 약국에 대한 제약산업계의 무신경'을 깨우는 구실을 하게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진지한 논의가 진행될 때 제약산업계가 아니더라도 '국제일반명' 도입을 막아줄 파수꾼은 존재한다. 의사들이다. 대체조제와 함께 그 연장선의 성분명처방까지를 극도로 혐오하는 의사들이 좌시할리 없고, 지금까지 패턴이라면 당국도 그 같은 반발을 돌파하며 정책으로 도입할 의지는 제로다. 불행한 가정이지만, 만약에 발사르탄 같은 문제가 재발되거나 '오리지널 대 제네릭 구도'가 형성돼 외국처럼 낮아진 제네릭 약가 차익을 의약사들에게 대폭적인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회적 요구가 바뀔 때조차 영원 불변한 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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