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카, 권장 시작용량 45mg 아닌 15mg 우선 유통

한국오츠카제약은 수급 논란이 된 3세대 백혈병치료제 아이클루시그정(포나티닙염산염)을 11일부터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부터 공급되는 건 권장 시작용량 45mg이 아닌 15mg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정상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오츠카제약 관계자는 7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지난 5일 회사 측 해명에서는 11일부터 제품을 공급한다고 했지만, 실제 수급 정상화와는 일정정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아이클루시그정 허가사항을 보면, 권장 시작용량은 45mg이다. 하지만  이 용량 제품은 아직 한국에 상륙할 채비가 돼 있지 않다. 반면 저용량인 15mg은 이미 확보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원제조사가 다케다제약에 인수되고 이후 제조된 제품의 QC(품질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돼 한국 공급선이 일시적으로 막혔다"면서 "45mg 제품이 공급될 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5mg 제품은 최근 들어왔는데 그동안 저용량 발매를 놓고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고 했다. 15mg을 공급하면 약제비나 환자 부담이 더 커서 45mg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식 발매할 지 아니면, 의료현장 상황을 고려해 저용량부터 먼저 공급할 지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는 것.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저울질 중인 가운데 환자단체 성명이 나와 저용량이라도 먼저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서 "환자진료와 진료현장, 보험재정 등을 고려한 나름의 고육책이었다"고 했다.

아이클루시그정 15mg 상한가는 6만400원. 45mg이 15만2742원인 점을 감안하면 투약비용은 2만8458원이 더 비싸다. 환자 부담금으로 환산하면 정당 1422원이 더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 급여 개시 전의 일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에서 천지 차이다. 독일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한 환자들은 1000만원 이상을 썼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자 부담까지 고려하면 사회적 부담 격차는 이 보다는 적다.

환자단체는 그러나 오츠카의 이런 고민이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15mg 제품이 언제 한국에 입고됐는지는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정부가 확인해줬으면 한다. 중요한 건 오츠카가 15mg 제품을 쥐고 저울질 하는 동안 환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거나 비용부담 때문에 선택을 못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츠카 측에 급여 등재 이후 환자들이 개별적으로 지불한 약값과 건강보험 본인부담 간 차액에 대해 오츠카에 보전해 달라고 협조요청할 계획"이라면서 "신속허가와 신속등재 과정을 거친 의약품이 급여등재 이후 이렇게 공급 지연으로 환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줬다면 회사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적절히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오츠카제약이 이런 요구를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속절차를 밟아 급여등재된 의약품이 급여 개시에 맞춰 제 때 의약품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한 흔하지 않은 환자들의 피해라는 점에서 오츠카 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클루시그정 45mg 제품은 현재 QC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없으면 8월 이후 국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