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연구 지원 활발
빅파마, 줄기세포서 면역세포치료제로 선회
세포배양기술 등 성장 가능성은 여전

파미셀의 간경변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엘씨의 조건부 품목 허가가 지난달 29일 불발됐다. 2012년 11월부터 진행한 임상2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조건부허가에 도전했지만 식약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법령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중증의 비가역 질환’에 사용하는 세포치료제의 경우 임상2상시험을 근거로 조건부허가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국내 규제 요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히트뉴스는 셀그램엘씨 조건부허가 불발을 계기로 국내외 줄기세포치료제 개발과 규제 동향을 살펴봤다.

줄기세포(stem cell)는 한 세포에서 다양한 세포로의 분화 및 증식하는 특이한 능력(다중분화능)을 가진 세포를 의미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각종 질병 치료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줄기세포치료제 연구·상업화 지원 활발

미국은 아직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가 없다. 그래서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는 것 같지만 관련 연구는 활발하다.

실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시장 현황 및 전망’을 보면 미국은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국가다. 구체적으로는 줄기세포치료제 규제는 심한 편이지만 기초과학 차원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는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3월 배아줄기세포를 비롯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 규제를 폐지했다. 또 2010년 줄기세포 연구비로 비배아줄기세포에 5억달러(5619억원), 배아줄기세포에 2.5억달러(2809억원), 인간배아줄기세포에 9200만달러(1033억원)를 각각 투자했다.

일본의 경우 ‘조건부 승인 정책’을 통해 줄기세포치료 연구를 촉진시키고 파트너십을 유인하고 있다. 상업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허가받지 않은 줄기세포치료제라도 의사 책임 하에서 시술을 허용하고 있다.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효능이 어느 정도 입증되면 7년간 시장에서 판매해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제약기업의 움직임도 있다. 최근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서 인수합병과 각종 협약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간 합종연횡이 눈에 띤다. 대표적인 기업이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다.

사노피는 에보텍(Evotec)과 당뇨병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 협약을 맺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위브코(SWIBCo)와 카테터 주입방법과 줄기세포 기술을 사용해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새로운 카테터 기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을 진행 중이다.

◆빅파마, 면역세포치료제에 주력…상업화 단계 성과 적어

시장조사 분석기관 Frost&Sullivan의 자료를 보면,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2017년 기준 13억 5000달러(1조 5171억원) 규모다. 연평균 약 16.5% 성장해 2023년에는 33억 8000달러(3조 7987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줄기세포치료제가 이처럼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은 줄기세포치료제를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의 매출 성과는 미진하다. 글로벌 제약사 역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서 철수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줄기세포치료제 허가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파미셀의 하티셀그램-AMI, 안트로젠의 큐피스템, 코아스템의 뉴로나타-R 등 4개가 허가됐다. 이중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이 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뿐 나머지 3개 제품은 20억 이하의 매출을 기록에 그치고 있다.

또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에서는 오리시스제약의 프로키말이, 이탈리아에서는 키에지의 홀로클라가, 유럽에서는 GSK의 스트림벨리스가 각각 시판 승인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2010년을 전후로 글로벌 상위 제약사는 줄기세포치료제 연구에 투자를 줄이고 면역세포치료제 개발로 전환했다.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세포치료제 시장 현황과 전망’에는 이러한 흐름이 한 눈에 보인다.

화이자는 2008년 줄기세포치료제 연구를 위해 재생의료 부서를 신설하고, 2009년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애써시스(Athersys)와 체결한 줄기세포치료제 멀티스템(Multistem)에 대한 개발·상업화 협업은 2014년에 발표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임상 2상 결과에서 충분한 효능을 밝히지 못해 중단됐다. 화이자는 이후 2014년에 CAR-T 치료제 개발기업인 셀렉티스(Cellectis)와 최대 28억 달러 규모의 R&D 협약을 체결하면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바티스 역시 화이자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줄기세포치료제보다는 면역세포치료제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다. 2014년 노바티스는 세포·유전자 치료 부서를 신설해 줄기세포치료제와 면역세포치료제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그러나 2016년 이 부서를 해체하고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관련 협업과 파이프라인을 중단했다. 현재는 면역세표치료제 개발에만 집중한다.

◆허가 장벽은 작용기전 규명의 한계…세포배양기술 성장 가능성 주목

줄기세포치료제가 FDA 등 규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한 작용 기전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고은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소개된 줄기세포치료제들은 대부분 명확한 작용기전을 디자인하기보다는 주변의 세포와 조직에 다양한 활성 물질을 분비하는 파라크린 효과(Paracrine Effect) 등 간접 효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내에서 어떻게 생착되고 어떻게 분화가 돼 작용하는지 명확한 기전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효과 또한 즉각적이지 않아 완전한 신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어려움은 있으나 향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성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남연정 연구원은 “최근 세포배양기술, 유전자편집기술 등의 발전이 미래 줄기세포치료제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생의약에 대한 조건부 승인 정책 구현을 통해 일본, 중국, 한국과 같은 국가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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