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자유한국당 간사)

'7.7 약가제도', 취지살린 적절한 대안 필요

"1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적립금을 쓰고 보험료도 올려받으면서 생색만 내는 게 '문재인케어'다.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못하면서 국민이 낸 돈과 준비금으로 메우고 있다. 한마디로 '나쁜케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명연(안산단원갑) 의원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쓴소리를 냈다. 김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에도 줄곧 국회 보건복지위를 지키고 있다. 당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현재는 당 제6정책조정위원장도 맡고 있다.

보건의약 전문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만큼 기자들은 김 의원이 평소 갖고 있는 보건복지분야 소신과 정책마인드를 꼼꼼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김 의원은 여당 보좌진들이 '비교적'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합리적이라고 인정한 야당 의원으로 손꼽는 인물이기도 하다. 기동민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 최도자 바른미래당 간사 등과도 호흡이 잘 맞아 간사협의가 어느때보다도 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기 의원은 지난해 12월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원활한 상임위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해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치켜세웠었는데, 김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정치·정무적 경험이 많은 기 의원이 노련하게 여당 간사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며 칭찬의 말을 아까지 않았다.

여야 간사 사이는 이렇게 좋아 보이지만,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김 의원이 문케어, 커뮤니티케어, 치매국가책임제 등 보건복지분야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 이날 쏟아놓은 비판들이 이를 방증한다.

고 임세원 교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김 의원은 "2월 임시회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임세원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만큼 언제든 국회가 정상화되면 우선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임세원법안에 더해 약국 내 폭력행위에 대한 가중처벌 도입 입법안에 대해서도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줄곧 보건복지위원회를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에 대한 각별함이나 철학이 있는 지 궁금하다.

=보건복지위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담당한다. 지역구 활동과 연계해 각종 민원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년마다 상임위를 변경하게 되는데,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이 기간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다. 정책의 연속성, 전문성 등을 위해서도 좀 더 지속적으로 보건복지위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상의 복지는 일자리에서 나온다는게 제 철학이다.

-정부의 보건복지분야 정책을 평가한다면.

=보건의료분야 업무는 매우 방대하다. 더구나 인구고령화로 인해서 노인문제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치매 외에도 삶의 질 측면에서 할 일이 많다. 노인청이나 복수차관제 등을 도입하든지 해야 한다. 노인정책과에서 해마다 하던 업무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커뮤니티케어도 문제가 많다. 정부에서 다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모두 다 하려고 욕심내는게 많다. 고비용 저효율에다가 전문인력도 없다. 시범사업이 잘 될수 있을지 의문이다. 치매국가책임제도 마찬가지다. 금연도 그렇고. 국방부 등 타 부처와 협의해서 의료진을 늘리는 등 다른 방안도 못내놓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도 다를 게 없다. 아주대병원의 경우 이국종 교수가 있어서 그나마 공부하려고 모이는 인력이 있지만, 다른데는 사람이 없다. 민간에 맡겨두면 더 잘할 텐데. 정부는 재정지원과 관리감독 등을 하면된다.

-문재인케어 발표이후 1년 6개월이 지났다. 전반적으로 평가한다면.

=심각하다. 병원에 가면 X-레이는 아무도 안찍고, CT나 MRI만 밀려있다. 중소병원과 의원은 매출이 떨어졌다.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의료이용 남발과 재정 고갈, 의료비 인상 등이다. '문케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렇게 부르려면 공약처럼 국고지원을 매년 2조 5천억씩 받았을 때 가능하다. 지금은 일부만 지원받고 사실상 가입자들 돈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0조원의 건강보험 적립금을 쓰고 보험료도 올려받으면서 생색만 내는 게 '문재인케어'다.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은 못하고 국민들이 낸 돈과 준비금으로 메우는 중이다. 문케어가 아니라 '나쁜케어'다. 2027년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재정 절감대책조차 없다. 작년 연말까지 나왔어야 할 '건강보험종합계획'도 아직 수립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 장기재정 추계 실시, 재정절감대책 마련, 통일 이후를 대비한 '건강보험제도' 설계 등이 절실한 실정이다. 사실상 걷어서 지출하는 완전부과식으로 바뀌면, 건강보험료 두자릿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국민연금도 문제다. 500조원 적자를 보고 있다. 1년 국가 재정이 470조인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해외투자와 연기금, 출산율 등을 고려하면 지금 상황에서 40년은 간다고 했는데 벌써 출산율이 급감했고, 기금운영 수익도 최악이다. 기간이 더 앞당겨질 듯하다. 결국 건보, 국민연금, 복지사업 등은 채무가 된다.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통일이 돼도 문제다. 내수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전망이 있지만, 연금, 보험료 등의 지출규모가 2배 이상이 되고, 의료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실업수당 같은 걸 없애고, 일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19대 때 여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지금은 야당, 그것도 보건복지위 간사를 맡고 있다. 여당이었을 때와 야당일 때 달라진 게 있는가? 가령 정부의 협조나 자료제출 같은 부분에도 차이가 있는 지 궁금하다.

=보건복지위는 타 상임위보다 여야간 첨예한 이슈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문재인케어', '국민연금개혁', '스튜어드쉽코드', '기초연금', '치매국가책임제'등 굵직한 이슈들이 많아졌다. 이 과정에서 여당일 때보다 정부 자료협조가 원활치 못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 이전 정부 때는 대통령 새해 부처별 업무보고가 공개됐는데, 현 정부는 모두 비공개 상태다. 2019년 새해업무보고는 정상회담 성사여부 등과 연계해 아직 일정조차 안 잡혔다.

-결핵 퇴치와 관련된 활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북한결핵사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STOP-TB 한국지부' 협력위원장으로 2015년부터 활동 중이다. 한국은 OECD 결핵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여전히 안고 있다. 다행히 국내 결핵환자 절대수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북한지원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한다. 다만 대북지원이 UN 대북제재 위반 사유가 되거나, 치료약 지원 같은 인도주의 지원이 순수 치료목적이 아닌 '나쁜 의도'로 악용되는 건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가령 2019년도 보건복지위 예산 심사 때 북한 사리원 인민병원 현대화, 고려약(한약) 공장 건설 등을 위한 74억원의 증액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었다. 그런데 대북 제재 저촉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여서 불가피 전액 삭감조치했다.

-여야 대치가 더 격화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열릴 수 있을까.

=어려울 것 같다.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임세원법 처리도 어려울 것 같은데.

=고 임세원법안은 여야 할 것 없이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언제든 열리기만 하면 우선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임세원법안은 직접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바람직한 입법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약국약사 보호로 범위를 확장하기 위한 법률안도 나왔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의료인 폭행 처벌 강화 의료법 개정안과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추가 발의된 법안(보안요원 배치, 비상문 설치 등) 등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법안들은 2월 국회를 포함해 언제든 국회가 열리면 우선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당에서 발의된 법안만 13건이나 된다.) 제가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의료인 폭행의 경우 징역형으로만 처벌(벌금형 삭제), 상해와 사망에 이른 경우 가중처벌, 반의사불벌죄 삭제, 음주 상태 폭행의 경우 형 감경 금지 등이다.

사후처벌도 중요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건 사전 예방이다. 그래서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 특히 종합병원급 이상의 경우 이미 안전환경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으나, 개인의원들이 문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데 인프라 마련 어렵다. 따라서 기금조성도 필요해 보인다. 개인 의원급 의료기관도 의료공공성 측면에서 많은 기여를 한다. 이들의 안전을 국가가 지켜야 한다.

약국 내 폭행 가중처벌 법안은 곽대훈 의원과 김순례 의원이 1월 16일과 27일 각각 대표 발의했다. 약국 중 상다수가 1인 운영 약국이고, 여성 약사 근무비율 높은 점, 의료인과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법안 발의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한미FTA 이행이슈로 인해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우대조치가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진출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나 이중약가제 등 우대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제약산업계의 목소리인데 어떻게 보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2016년 도입)'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은 신약 가격을 정부가 우대해 주는 제도다. 신약 개발 활성화, 국내제약사 글로벌 진출 달성, 국내 R&D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도입됐다.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국내 제약사와 차별적인 면을 삭제하고 해외 제약사들도 국내 제약사와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약사 우대 조건(연구개발, 국내 임상수행 등)이 삭제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도변경으로 양국 통상의 형평성은 맞춰졌을지 모르지만, 이번 기준 변경으로 제약업계에는 제도 취지가 훼손됐다고 지적한다. 양국간 통상에 문제가 안 되는 선에서 과거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대안 마련과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구인 안산에서 의료클러스터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진행 상황은.

=안산지역에 위치한 대표적인 의료기관은 고대안산병원과 산재병원, 외과전문병원인 조선병원, 심장전문 단원병원 등이 있다. 의료클러스터 추진은 사실 미진하다. 고대안산병원이 응급실 현대화 등에 적극 투자했지만, 3차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더 업그레이드 할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런 건 사실 안산시에서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 의료부지로 용도 변경이나 의료기기와 신기술 기지 조성, 기술협업 등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시에서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병원에 투자만 늘리라고 주문하기도 어렵다. 일단 클러스터 전에 고대병원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좋은 인력들이 많이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화성-안산-시흥 일대 인구가 150만명이다. 권역기반 거점병원 1곳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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