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수의 헬스테크] 구글과 아마존의 같은 듯 다른 헬스케어 전략 ②

구글은 크게 3가지 영역에서 의료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우선 질병을 직접 연구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인공지능(AI) 기술의 강점을 바탕으로 질병 근원 탐구부터 발생 가능성 예측, 획기적 진단법을 알아내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이 분야에서는 1편에서 언급했듯 일부 질병군에 대한 성과를 이미 도출했으며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두 번째 영역은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AI 도구를 개발해 제공하는 것이다. 존슨앤존슨과 협력해 2015년 만든 조인트벤처 '버브 서지컬(Verb surgical)'이 이 분야를 이끈다. 로봇과 데이터분석 기술을 활용해 일종의 '표준 수술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최종 목표로 보인다. 외신들에 따르면 버브 서지컬은 2020년께 저렴한 수술용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코트 후에네켄스 대표가 인터뷰에서 한 말을 되새겨보면 버브 서지컬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는 "전 세계 50억명이 외과 수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빈치보다 훨씬 저렴한 수술 로봇은 의료 취약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으며 이는 의료 혜택의 획기적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게 구글이 가진 비전으로 파악된다.

마지막 방향은 환자 개개인을 상대로 한다. 질병의 예측이나 관리, 대처법 등을 제공하는 IT주치의를 지향하는 것이다. 구글은 AI스피커 구글홈을 중심으로 집안의 전자제품들을 연결하는 '스마트홈'을 추구하며, 그 중심에 '스마트헬스'를 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만성질환 관리에서부터 간단한 응급처치 요령, 의료기관과의 연계 등이 스마트하게 연결되는 모습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 

구글과 아마존.
구글과 아마존.

데이터의 양과 질 모두 잡은 구글, 누가 이길 수 있나?

그런데 사실 이런 전략들에는 기시감이 있다. 우리는 IBM 왓슨이, 애플이 혹은 네이버가 유사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왔다. 그럼에도 우리가 구글의 행보에 더 관심을 갖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위 접근법이 모두 ICT, 그 중 데이터의 양과 질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ICT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데이터양은 경쟁 기업들을 압도한다. 결국 선제적 표준 제시와 생태계 장악을 통해 헬스케어 시장선점에 성공할 기업은 구글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 예측이다.

구글이 상상 가능한 전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헬스케어를 공략한다면, 아마존은 상대적으로 신중하며 집중적 접근법을 구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아마존이 구글보다 덜 위협적이라는 전망은 오산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이 각종 산업분야를 하나씩 해체하면서 발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헬스케어가 예외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아울러 아마존이 헬스케어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은 의료용품이나 의료기기를 의료기관 등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런 유통업은 전통적 접근법이지만 사람들이 그 변화를 즉각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먼 미래 이야기'를 하는 듯한 구글보다 훨씬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아마존은 현재 미국 43개 주에서 의료용품 유통 자격을 획득한 상태다. 

이외에도 아마존이 언젠가 진출할 것이라 관측되는 분야를 꼽아볼 필요도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의약품 유통이다. 아마존은 12개 주에서 의약품 도매 유통 허가를 받았는데, 최근에 인수한 'WHOLE FOODS' 매장을 통해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아마존과 라이벌 월그린의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의약품 유통 사업을 통해 아마존은 환자 개개인 혹은 의료기관 별 처방 데이터 등을 확보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구축에 활용할 것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몰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정작 핵심 사업영역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수행하는 클라우드 부문이다. 이 부문에서 아마존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의료데이터를 수집하고 공개하며 공유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실적 접근부터...미국 12개주 의약품 유통 허가

아마존은 AI스피커 선두기업이기도 하다. 구글홈을 중심에 놓고 하나의 큰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구글의 전략과 흡사한 모델로써, 아마존은 자사 AI스피커 에코와 플랫폼 알렉사를 활용해 스마트헬스 분야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아마존은 '음성인식 기술'에 기반해 가정뿐 아니라 병원이나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치료할 때 알렉사를 십분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와 연결된 알렉사는 의사의 수술 준비를 도울 수 있으며 환자의 의약품 복용 기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단계는 당연하게도 에코에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시청각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 분야에서 IT기업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예측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IT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물류 혁신, 가격 파괴 등 해당 분야의 자연스러운 발전 단계로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혁신적이면서 동시에 파괴적일 수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의료체계'와 '비용'에 대한 것이다.

구글은 '헬스케어 시스템' 그 자체의 혁신을 꾀하는 대담성을 보이고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힌 이 영역을 구글이라는 특정 기업이 장악한다면 사실상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님을 헬스케어 종사자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구글은 자회사 베릴리를 통해 의료보험이나 재정관리 분야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구글은 FHIR(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을 이용한 헬스케어 API(어플리케이션 개발 지원도구)를 구축하려 한다. 의료정보화 분야의 차세대 프레임워크인 FHIR는 일종의 헬스케어 분야 HTML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구글을 의료정보를 한 곳에 모으고 누구나 접근해 활용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는 의료의 폐쇄성을 단 번에 해소할 수 있다. 구글은 의료정보의 단절성과 비호환성을 완벽히 제거할 꿈에 부풀어 있다. API 구축을 위해 구글은 APIGEE라는 기업을 2016년 인수했다. 

의료정보 한 곳에 모아 헬스케어 분야 완벽히 장악?

구글이 헬스케어 분야를 완벽히 장악하는 날이 오려면, 일련의 전략이 모두 뜻하는 대로 성공을 거둬야 할 것이다. 구글이 추구하는 세상, 즉 모든 정보가 한 곳에 모이고 공개되며 호환되는 세상은 표준, 편의과 같은 긍정적 평가 속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의존, 장악, 독점과 같은 단어들을 우리는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점령, 지배와 같은 표현 속에서 파국을 맞이할 위험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구글이 반드시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구글도 실패를 거듭해왔다. 구글헬스라는 개인 의료정보 기록 사업을 철수했고, 구글플루트렌드란 이름으로 독감 감염 정보를 한 곳에 모으려던 서비스도 포기했다. 구글 역시 자원이 한정된 일개 기업이란 측면에서 너무 방대한 영역에서 문어발식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있다. 

아마존 역시 의료보험과 의료비 문제가 헬스케어 사업의 종착지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 1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아마존은 2017년 1492라는 조직을 출범시켜 의사와 FDA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1492는 JP모건체이스, 버크셔해서웨이 등 투자기관과 함게 헬스케어 사업을 다룰 법인을 설립해 의료비 절감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신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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