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극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병극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스타틴으로도 저밀도지질단백질-콜레스테롤(LDL-C)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가 있다. 이런 환자에게는 대안이 없다. 그 동안 의사 입장으로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고작 운동을 더 열심히 하라는 말뿐이었다.”

김병극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PCSK9 억제제의 역할에 대해서 묻자 이같이 답했다. 현재 LDL-C를 낮추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약제는 스타틴 계열이다. 김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면 스타틴으로 LDL-C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초위험군 환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약 20% 내외다.

히트뉴스는 김병극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콜레스테롤 조절의 중요성부터 PCSK9 억제제의 임상적 효용성과 비용 효과성에 대해서 들어봤다.

#LDL-C 하한선 사라지고 있어…PCSK9억제제 부상

그는 이상지질혈증은 약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병이라고 했다. 또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LDL-C의 하한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과 국내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이상지질혈증 고위험군의 LDL-C 목표 수치는 70mg/dL이다

“이상지질혈증은 절반 이상이 약물로 치료 가능하다. 문제는 스타틴 등 기존 약물로도 LDL-C가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들이다. 최근 나와 있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LDL-C의 하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혈압이나 당 수치와 달리 LDL-C 수치는 (지금까지 발표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계속해서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질병과 관련된 여러 위험 확률이 더 낮아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타틴으로 LDL-C가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초위험군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20% 내외다. 그렇다면 이런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는 어떤 역할을 할까? 김 교수는 PCSK9 억제제를 통해 LDL-C 조절이 되지 않아 2차 합병증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텔롤혈증을 제외해도 기존 약물치료로 목표 콜레스테롤 수치에 도달하지 못 하는 환자들이 분명있다. 이런 환자에게는 그 동안 권할 약물이 없었다. 기존에 LDL-C가 190mg/dL인 환자가 스타틴을 통해 140mg/dL로 떨어졌다. 이 환자가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130mg/dL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환자는 당연히 다른 환자들보다 2차적 합병증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PCSK9 억제제의 효용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으로 LDL-C를 낮출 없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다. 최근 PCSK9 억제제의 임상적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PCSK9 억제제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이뤄지고 있다.”

#PCSK9 비용 효과성 논란… 데이터 기반 급여 판단되길

PCSK9억제제는 해외에서도 비용 효과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 쪽에서는 초고위험군 환자에게 PCSK9 억제제 처방이 매우 가치 있는 처방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PCSK9 억제제의 혜택을 받게 될 환자를 명확하게 산출할 수 없어 비용 효과성 자체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에게 PCSK9 억제제의 비용 효과성과 우리나라의 급여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 물었다.

“해외에서도 (비용 효과성과 관련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은 사보험 제도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와 보험 환경이 다르다. 국가별로 보험 제도에 따라 여러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국내에서 PCSK9 억제제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선 한정된 재정 안에서 급여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비용 효과성을 무시할 순 없다. 그에게 PCSK9 억제제에 급여 필요성과 방향성을 물었다.

“PCSK9 억제제의 급여가 필요한 이유는 ▲PCSK9 억제제를 썼을 때 효과 ▲PCSK9 억제제 이외에 대안의 유무다. PCSK9 억제제가 꼭 필요한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면 국가가 일정부분 약가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 어떤 방식으로 급여 혜택을 줄 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가 있는 효과에서만이라도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본다.”

암젠의 PCSK9 억제제 레파타

그러면서 그는 급여는 철저하게 발표된 임상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PCSK9 억제제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이 데이터에 기반해서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임상연구에 포함된 환자들과 동일한 환자군은 PCSK9 억제제의 급여가 적용돼야 한다. 물론 재정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것을 살펴보면 PCSK9 억제제 권고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약물에 대한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레파타, 스타틴 치료 불가능한 LDL-C 30mg/dL까지 떨어져

그에게 미국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주요 임상 데이터에 대해 물었다.

“FOURIER 임상은 초고위험군에서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하고서도 조절이 안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다. 레파타 주사한 환자 군과 비교한 것이다. 이 임상 데이터를 살펴보면, 레파타를 추가적으로 투여한 환자 군에선 LDL-C가 중앙값 30mg/dL까지 떨어졌다. 이 임상이 나오기 전에는 LDL-C가 50mg/dL만 돼도 너무 떨어진거 아니냐고 걱정했다. FOURIER 스터디를 통해 3년간 추적했는데 여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임상 임상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PCSK9 억제제의 효과에 대해 의사들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PCSK9 억제제 중 레파타와 다른 약제는 급성관상동맥증이라고 하는 급성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약제를 투여했더니 LDL-C를 50mg/dL까지 낮췄다. 이 임상 역시 3년간 추적해보니 마찬가지로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개선한 것으로 봤다. 두 연구를 통해 의사들 사이에서 PCSK9 억제제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있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면서 그는 심혈관 질환 적응증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레파타의 임상적 유용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은 여러 위험인자가 있다. 나이, 성별 등을 다양한 위험인자를 조절해야 한다. 특히 (레파타는) 기존에 동맥경화성 질환이 있었던 환자, 심근경색을 앓았던 경험이 있어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들에게 PCSK9 억제제는 큰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급여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PCSK9 억제제의 처방 사례는 많지 않다. 그에게 PCSK9 억제제를 직접 처방하면서 임상 현장에서 어떤 효용성을 확인했는지 물었다.

“아직 비급여 약물이기 때문에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LDL-C 목표 수치에 도달하지 못 한 환자에게 PCSK9 억제제의 효과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해 준다. 이후 환자가 PCSK9 억제제를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처방하고 있다. 임상연구 참여자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5명에게 처방 중이다.”

그러면서 그는 5명의 환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다.

“내가 처방한 환자들은 수 년동안 최대 내약용량으로 스타틴 치료를 받았다. 콜레스테롤 조절에 대해서 매우 힘들어 했다. 이 환자들에게 PCSK9 억제제 치료를 했더니 기존에 LDL-C가 120mg/dL~130mg/dL정도로 나오던 환자들이 40mg/dL~50mg/dL, 많게는 30mg/dL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 환자들은 최대 내약용량의 스타틴 치료를 받고도 LDL-C가 높았던 환자들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결과물이 확 좋아지니 환자들도 만족도가 높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까지 PCSK9 억제제는 서양인의 임상 피험자가 더 많이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되는 동양인 데이터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 환자들이 PCSK9 억제제로 인해 어느 정도 LDL-C를 낮출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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