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간센터 교수

김지훈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우리나라와 해외 자료를 종합해 보면, C형감염 유병률은 대략 0.7%다. 국내에 35만여명의 환자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실제 치료한 사람은 아직 10만여 명도 되지 않는다.”

대한간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했던 김지훈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 진단률이 얼마나 낮은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히트뉴스는 25일 고려구로병원에서 김 교수를 만나 C형간염의 진단, 약제 처방시 주의점, C형 간염 항체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필요성과 정책적 어려움에 대해서 들어봤다.

#별다른 증상 없는 C형간염…피어싱·문신했으면 검사 받아봐야

그는 C형간염이 고령층에서 유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고령이 돼서 진단이 됐을 뿐 젊었을 때 이미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형간염은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50대 이전에는 0.3%의 유병률을 보이고, 50대 이후에서는 1% 이상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고령층에서 감염이 잘 일어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고령 환자라도 젊었을 때,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많다. 늦은 나이에 발견될수록 간경변증 등 만성감염으로 진행돼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간경변증 등으로 진행된 상태보다는 우연한 계기로 C형간염 항체 검사 등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했다.

“진료현장에서 보면 C형 감염으로 간경변증까지 나빠져 있는 환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이 병원을 자발적으로 찾는 경우는 드물다. 우연한 계기로 발견돼 항체 검사 등에 의해서 진단된다.”

C형간염은 혈액이나 체액으로 옮는 질병이다. 젊은 층에게 피어싱, 문신 등은 C형간염의 주요 위험 요소다.

“우리나라 젊은 층의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문신, 피어싱 등이 병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눈썹 문신을 한 환자들이 C형 간염의 위험이 높은 편이다.”

#국가검진 도입 필요… 조기발견으로 간경변 등 막을 수 있어

대한간학회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C형간염 항체 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주장했다. 양진모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할 정도로 만성화 위험이 높다”며 “이중 약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돼 사망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C형간염 항체 검사는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조기발견이나 예방이 쉽지 않다”며 “완치치료제들이 나오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간염 퇴치 목표를 세우고 전세계적으로 적극적인 검진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C형간염 항체 검사의 국가검진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내가 학회에서 활동했을 당시부터) C형간염 항체 검사를 생애전환기 검진프로그램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평생 1~2번 정도의 검사면 충분하다고 본다. C형간염은 경과되는 데 20~30년이 걸린다. 쉽게 말해 20대에 감염돼도 50대에 진단받아 치료하면 (환자에게) 큰 무리는 없다.”

그렇다면 왜 아직까지 국가검진으로 도입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정책적으로 국가검진으로 도입되기 위한 유병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가 공식홈페지에 밝힌 건강검진원칙을 살펴보면, ‘중요한 건강문제 일 것’이라는 항목에 유병률이 5%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학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많이 노력했지만 정책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C형감염은 진단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기 때문에 국가검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 줄 알았다.” 그는 정부 입장도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국가검진 도입 논의를 이어나간다면 조만간 국가검진 도입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정해진 원칙을 벗어나긴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다. 정부 입장은 이해하지만 (학회 등에서) 건강검진 도입 논의를 공론화 한다면 조만간 국가검진 도입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유병률 기준 충족이 큰 걸림돌인데, 정부와 활발히 논의해 이 부분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범유전자형 마비렛, 진료 편의성 높여줘

지난해 9월 애브비는 8주 치료가 가능한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을 출시했다. 당시 C형간염 치료제 시장 전체가 하락하고 있었던 터라 마비렛이 얼마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그에게 마비렛이 임상적으로 어떤 유용성이 있는지 물었다.

“8주 치료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본다. 또 범유전자형이기 때문에 유전자형을 신경 쓰지 않고 처방할 수 있어서 진료 현장에서 편하게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마비렛이 나오면서 진료패턴이 바뀌었다. 2a형 유전자의 경우 리바비린 약제가 그동안 많이 처방됐다. 이 약제는 여러 부작용 등이 있었다. 현재 C형간염 직접작용제(DAA)는 약가도 비슷해 같은 가격이면 마비렛을 안 쓸 이유가 없다.”

8주 치료가 가능한 범유전자형 C형간염 치료제 '마비렛'

다만 일부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는 마비렛도 12주 치료로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환자가 약값에 부담을 느낀다면 제파티어를 처방한다고 했다.

“간경변증 환자는 마비렛도 12주 요법을 쓰게 돼 있다. 12주를 쓰게 되면 약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 100여만원이 더 들어간다. 이런 환자는 전체 C형 간염 환자의 15~20%로 추정된다. 부담이 많이 되는 환자에 한해서는 제파티어를 처방한다. 물론 제파티어는 2b형 환자에게는 쓸 수 있지만, 1a형 환자는 내성 문제가 있어서 쓸 수 없다.”

보통 임상의는 특정 약제가 더 좋다는 언급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는 마비렛이 제파티어보다 앞으로 처방실적이 올라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 간경변 환자 12주 치료에서는 제파티어가 더 유리하다. 그러나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마비렛을 두고 다른 약제를 처방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물론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제파티어는 1알, 마비렛은 3알을 복용해야 하는 건 약물 처방 시 환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환자마다 큰 알약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환자가 3알의 약제를 복용하는 데 큰 거부감을 보인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짧은 치료 기간으로 3알을 복용할지, 긴 기간 1알을 먹을지는 의료진과 환자가 상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고령 환자가 많은 만큼 C형간염 치료제를 처방할 때 혈압약, 스타틴 계열 약물, 제산제 등과 약물상호작용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은 혈압약이나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계신 분이 많다. 이들 약물과 DAA 제제의 약물 상호작용 가능성은 높다. 이에 맞춰 되도록 상호작용이 없는 제제를 쓴다. 최근 마비렛을 포함한 2세대 제제들은 이런 약제들과 약물 상호작용이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2세대 제제라고 하더라도 스타틴 계열 약제와 부정맥 약제에 대한 약물 상호작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틴 계열 등 몇 가지 제제들은 (2세대 제제라 하더라도) 주의가 필요하다. 의사가 보면서 이런 약제를 쓰는 환자에게는 스타틴 약제의 용량을 줄이거나 잠깐 끊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틴을 잠깐 끊는다고 당장 큰 문제가 안 될 경우에 한해서 유동적으로 조절이 필요하다. 제일 큰 문제는 부정맥 제제다. 부정맥 제제는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정맥제제와 DAA 제제는 함께 쓰면 안 된다. 부정맥 치료가 더 중요하면 사실상 C형 간염 치료는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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