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신약후보물질 3상 올해 종료
"식약처 차원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지난해 1월 기준으로 보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만 70개다. 전임상 단계나 초기단계의 물질도 많지만 임상 3상에 진입한 것도 있다. 또 글로벌 제약사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4번째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23일 ‘마이크로바이옴 신산업 창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바이오경제포럼•과총 바이오경제포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개발 현황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산업 창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국회바이오경제포럼•과총 바이오경제포럼이 23일 국회의원회관 제9담회의실에서 열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의 군집’을 의미합니다. 미생물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을 통칭해서 부르는 용어입니다. 그동안 세균, 바이러스는 해로운 존재로만 인식돼 우리 몸에서 없애야 할 것으로 여겨졌죠. 때문에 의약품 역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와 바이러스를 죽이는 항바이러스제 중심으로 개발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초과학 분야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균주들을 규명되는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이런 연구를 토대로 인간에게 유익한 균을 먹게 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념이 정립됐습니다. 가장 먼저 형성된 시장도 요구르트로 친숙한 유산균 건강기능식품 시장입니다. 최근엔 프로바이오틱스라고도 하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2016년 1800억원에서 2017년 2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최근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활용된 마이크로바이옴이 의약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의약품 개발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된 고 대표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사람의 몸에는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군집)이 있다. 각 미생물 군집은 현재까지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비단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연관된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질환, 대사질환, 심장병, 암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료에 어떻게 활용할까요? 초기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약물 개발에 대해서 임상의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의료현장에 있는 의사들조차도 아직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얼마 전 히트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이승룡 고려대학교 구로 암병원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암 치료에 활용하는 데 대해서 “아직까지는 미생물이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현상’ 위주의 데이터만 나와 있는 것 같다. 면역항암제와 관련해서는 장내 미생물 등이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염증세포와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쉽게 말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염증세포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특정한 균주를 주면 면역항암제의 반응 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런 연구는 현상적인 수준이다. 실제로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서 임상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히트뉴스는 고 대표에게 유 교수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습니다. 유 교수의 말대로 마이크로바이옴이 단순한 현상 수준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면, 의약품 개발은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고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의약품은 약물 작용기전(MOA)이 명확히 밝혀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현재 면역항암제와 연관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특정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나 다양한 면역물질의 기전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한 기전 연구들이 논문으로 많이 출판됐다. 시간이 갈수록 마이크로바이옴 작용기전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개발 현황은 어떨까요? 고 교수의 발표내용을 보면, 현재 약물개발에 가장 근접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페링제약이 인수한 리바이오틱스(Rebiotix)입니다.

이 회사가 가진 마이크로바이옴 약물 파이프라인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C.difficle) 감염증 치료제입니다. 올해 이 치료제의 임상 3상이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 결과에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가능성을 점쳐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다케다 제약이 기술을 이전받은 엔테롬(Enterome)의 크론병 파이프라인도 임상 1상을 진행 중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신약 임상 현황 

그런데 이날 열린 포럼에서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보통 보건산업계는 식약처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데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규제를 마련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김지현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팀장의 말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최대한 명확하게 해야 한다. 명확한 규제가 있어야 산업계도 이에 따른 제품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FDA에서 2012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과 관련된 규격, 임상시험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의 유관부서도 명확하지 않고, 건기식과 의약품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짓는 규정조차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올해 안에 연구용역산업을 진행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연희 한국미생물학회 회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생균의 안전성 ▲내성 문제 ▲적정 농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체에 이롭다고 알려진 유산균에 대한 안전성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몸에 아무리 좋은 유산균이라도 과량으로 섭취하면 감염, 복부 팽만 등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적정 농도를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유산균은 내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미생물은 최소 3일 몸 속에 부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생균을 이용한 약물은 체내에 배출이 잘 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안전성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이 개발된 사례는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제약사의 트렌드를 마냥 쫓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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