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바이오네틱스 정두영 대표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

“아쉽습니다. 국내에서는 한 회사가 성공하면, 그 회사가 트렌드가 돼 모든 회사가 따라가죠. 최근엔 IR(기업홍보활동)에 가서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그래서 기술이전은 언제할거냐?”라는 질문이에요. 끝까지 신약개발을 끌고 간다고 하면, 기술수출을 못 해서 그런 것이라는 말들이 종종 나와요.”

정두영 바이오네틱스 대표는 히트뉴스 기자와 만나 제약·바이오기업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계 생태계의 ‘다양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런 생태계 속에서 각 기업이 스스로 적응하면서 생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관된 정책 방향성만 잡아주면 된다고 봅니다.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만드는 주체는 기업들이 돼야겠죠. 제대로 된 생태계가 만들어기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업이 존재해요. 길리어드는 처음에는 기술이전을 하다가 이후에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됐죠. 제넨텍이나 암젠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이런 다양한 기업이 등장해서 산업 생태계에 적응해 나갈 때, 우리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사업화 업무를 담당하고, 이후 특허청에서 근무했던 그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상업화 되지 못하는 틈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가 창업의 가시밭길로 나선 건 이 틈을 직접 메우고 싶다는 결심에서 시작됐다.

바이오네틱스는 브릿바이오를 통해 익숙해진 NRDO(No Research & Development Only) 형태의 기업이었다. NRDO 기업은 연구는 하지 않고, 오직 개발에만 집중한다. NRDO로 시작했지만 이후 바이오네틱스는 직접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회사가 기술이전에만 의존하면 불안정한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몇 천억 규모로 들어오는 경우는 인수합병(M&A)이 진행됐을 때죠. 결국 기술이전으로 발생한 수익은 한 기업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에요. 기업이 고정된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구조가 돼야지만, 기업이 지속가능하겠죠." 회사 사업모델을 바꾼 이유다.

그는 앞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염두에 둘 때도 NRDO 기업 형태보다 직접 신약개발 연구에 참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에서 바이오기업은 플랫폼 중심형과 파이프라인 기반으로 구분되죠. 플랫폼 기반 회사는 그 회사가 말하는 개념대로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파이프라인 기반 회사는 신약을 개발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하죠. 결국 파이프라인 기반 회사는 어느 시점에서는 신약을 개발해서 직접 수익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그의 말을 듣다보니 창업에 뛰어들 정도로 국책연구소의 기술 개발과 상업화 사이의 틈이 큰지 궁금했다.

“결국 정부 국책과제는 (연구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 비보' 수준에서 효력을 보면 끝납니다. 그러나 적어도 신약 후보물질(candidate)이 되려면 세포에서 타겟 검증효과, 약동력학(PK) 프로파일, 독성 과정 등을 보는 연구를 진행해야 하죠. 정부과제를 하다 보면 예산 한계로 이런 과정들은 생략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나 새로운 연구를 하면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물론 이 국책연구 속에서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브릿지바이오의 BBT-401은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모델의 파이프라인이에요. 브릿지바이오가 이른 단계에 들어와 벌써 2상을 시작하고 있죠. 이처럼 기업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정말 새로운 연구 내용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연구를 하려면 정부과제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죠.”

화제를 바꿔 바이오네스가 진행하고 있는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물었다. 현재 바이오네틱스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녹내장 치료제 후보물질(NTX-101)과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후보물질(NTX-301)이다. 그에게 직접 파이프라인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NTX-101 물질은 ‘스테로이드 대사의 정상화’가 목표입니다. 녹내장에서 코르티솔(부신피질에 생성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 대사를 정상화 하고, 안압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는 것이 주요 치료 목적이죠. 여기에 더해 시신경을 보호하는 게 목표입니다.”

NTX-101의 작용기전[출처=바이오네틱스 공식홈페이지]

기존 녹내장 치료제 시장에서 NTX-101만이 갖는 차별성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녹내장 치료제는 안압을 낮춰주는 전략만 취하고 있어요. 문제는 현재 시력과 연관된 시신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약물은 없죠. 보통 녹내장 환자의 60~70%는 안압을 정상 범주로 낮춰주면, 시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문제는 30~40% 환자의 경우 정상 범주의 안압이여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 환자군들을 위해 시신경 보호 효능과 안압 강하 효과, 2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NTX-101의 시신경, 안구조직 보호 기전[출처=바이오네틱스 공식홈페이지]

최근 면역항암제를 넘어 대사항암제까지, 다양한 기전의 항암제가 나오고 있다. 기자는 그에게 후성유전학적 항암제는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후성유전학은 인체 내 유전자가 발현(expression)되는 걸 조절하는 여러 유전학적 기전을 의미한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NTX-301은 DNA 메틸화(화학 작용기 중 메틸기를 붙이는 화학반응)를 정상화시키는 게 목적인 신약 후보물질이죠. 보통 우리가 암에 걸리게 되면 암에 DNA 메틸화 패턴이 바뀌게 돼요. 이처럼 비정상적인 메틸화 패턴을 정상으로 돌리는 게 저희 연구의 기본 개념입니다.”

후성유전학적인 [출처=바이오네틱스 공식홈페이지]

마찬가지로 NTX-301의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해 후성유전학적 기전을 가진 항암제 시장상황과 한계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현재 다코젠(데시타빈)과 비다자(아자시티딘)가 후성유전학적 항암제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약물이죠. 하지만 이 약물들이 완벽한 건 아니에요. 두 약물은 모두 주사제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죠. 우리 약물은 처음부터 경구용항암제 개발을 목표로 만들어진 후보물질이기 때문에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죠.”

그는 인 비보(in vivo) 데이터를 근거로 NTX-301 데이터의 강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인 비보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다코젠과 경쟁약물로 썼을 때, 내성 측면에서 굉장히 효력이 좋았어요. 또 종양(tumor) 크기가 줄어드는 것과 PK 프로파일 측면에서도 더 우수했고요.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베스트 인 클래스로 갈 자신은 있습니다.”

앞서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기술수출이 목표인 국내 바이오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우리 산업계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저는 유한양행 등 국내 중견 제약사들이 훌륭하다고 봐요. 이 회사들의 기술력과 내공은 인정합니다. 물론 시대적 한계도 있죠. 이런 회사들은 시스템이 어느정도 정착됐기 때문에 기업이 낸 이익을 가지고 신약개발에 임할 수 밖에 없죠. 가령 유한이 3상 연구를 하겠다고 시장에서 몇 백억원을 조달할 수는 없죠. 이런 행위는 상장회사로서 주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죠.”

그는 결국 중견 제약사는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의 회사'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아직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회사가 급성장 해야 한다고 봅니다. 브릿지바이오가 가능성이 크고, 파멥신처럼 한 길만 쭉 가는 회사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이런 회사들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 하는 사이에) 등장할 것입니다.”

그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원을 다닐 시절만 해도 제약사에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어요. 지금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죠. 브릿지바이오, 파멥신, 퍼스트바이오 등 3세대 바이오기업들이 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 비전과 전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후배 바이오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라”라는 말과 함께 "과학적 연구에 있어 타협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됩니다. 그렇다고 시장과 동떨어진 것을 하는 것도 문제죠. 하지만 너무 시장 트렌드만 쫓아서도 안돼요. 자신만의 비전을 갖고, 그 트렌트에 ‘융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려운 분야다보니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중간중간 연구를 건너뛰는 유혹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과학적 연구에 타협해 신약 개발을 하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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