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vs 겔 안전성·유효성 비교시험 추진

3단 논법에서 'A=B'이고 'B=C'이면 'A=C'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현실로 옮겨 '제품A=제품B', '제품B=제품C'가 되기 위해서는 각각 동일한 '자료1'을 제출하면 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제품A=제품C'가 성립하기 위해 동일한 '자료1'만 내면 된다고 하면 하자가 있는걸까.

3단논법에는 맞지 않지만 의약품 허가 규정에 의하면 '하자가 있다'고 한다. 동아제약의 흉터치료제 '노스카나겔(고르고니움)'은 그래서 허가절차에 '하자가 있는' 의약품이 돼 버렸다.  

히트뉴스는 동아제약의 일반의약품 유망주 중 하나인 '노스카나겔'이 갑자기 '절차상 하자' 취급을 받게된 사연을 정리해봤다. 이 제품은 '상처조직의 치료 후 처치(비대성켈로이드성 흉터, 여르름 흉터, 수술흉터)' 용도 일반의약품으로 2013년 1월 국내 시판 허가됐다.

◆허위과장 광고민원 방아쇠=발단은 '진짜 여드름 흉터치료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광고 포스터였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해 4월 이 포스터 광고를 보고 허위·과장 광고라며 민원을 냈고, 식약처는 판매·광고업무정지 1개월 처분에 갈음해 1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구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약이 여드름 흉터 치료제로 허가받게 된 이유를 설명하라고 다시 민원을 냈다. 국내 시판 중인 흉터치료제 중 이 약만이 유일하게 여드름 적응증이 있다는 점을 의아하게 여긴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스위스의약품집' 수재내용을 근거로 했다고 회신했는데, 연구소의 의구심은 계속이어졌고 식약처와 수 차례 더 공문이 오고갔다.

스토리는 이렇다. 노스카나겔은 스위스의약품집 수재내역(고르고니엄 연고)을 근거로 허가됐다. 현행 규정은 외국 의약품집 등에 수재돼 있고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면서 해당 국가에서 발급한 제조·판매 증명서가 확인된 품목의 경우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르고니엄 연고를 국내에 허가받으려면 기원 및 개발경위, 안정성시험자료 등(자료1)만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노스카나겔의 경우 '연고' 제형 수재내역을 근거로 '겔' 타입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형(동일투여경로)에 따른 자료'를 제출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연고에서 겔로 변경하는 건 정제에서 액제로 변경하는 것과 같이 비교임상이 필요한 사례가 아니어서 역시 기원 및 개발경위, 안정성시험자료만(자료1)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연고' 제형이 국내에 없는 상태에서 '겔' 타입을 허가한데서 불거졌다. 기원 및 개발경위 등 약식자료로 허가하는 건 '연고'에서 '겔'로 제형을 변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국내에는 허가당시 '연고' 제형이 없었던 것이다. 연구소 측은 '연고' 제형이 허가된 것으로 가정하고, '겔' 타입에 대한 허가를 진행한 건 문제가 있다며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원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식약처 감사담당관실은 지난해 절차상의 하자를 인정했다.

이후 식약처는 감사결과 조치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런 '하자'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려면 '연고' 타입과 '겔' 타입간 안전성과 유효성에 차이가 없다는 걸 입증할 필요가 있다. 또 이런 절차적 '하자'가 품목허가를 취소할만큼 위중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과제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이 문제를 자문 의뢰했고, 최근 회의록이 공개됐다.

◆단일의견 못낸 중앙약심=의약대 교수,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앙약심은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일치된 의견을 마련하지 못하고 식약처에 최종 판단을 일임했다.

논의과정에서 이견은 적지 않았다. 가령 "여드름 흉터와 일반 흉터는 차이가 크다. 허가사항에서 여드름은 제외해야 한다", "스위스의약품집에 수재돼 있다고 해도 우리 자체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해야 한다", "연고는 유제이고, 겔은 수성이어서 제형이 다른데 같은 용법·용량으로 허가된 건 문제가 있다", "연고와 겔은 제제학적으로 차이가 있다" 등은 주로 부정적 평가의견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겔' 타입이 여드름 흉터 등의 치료에 유효성이 없다는 근거가 없고, 일부 절차상의 하자가 있지만 허가를 취소하는 건 과하다는 쪽으로 위원들 간 공감대는 형성됐다. 특히 제제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소용제여서 안전성과 유효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복수 의견도 나왔다. 소비자가 흉터치료제로 쓸 때는 '연고' 타입이든 '겔' 타입이든 효과는 유사하다는 얘기다.

◆안전성·유효성 재평가=식약처는 외국 의약품집에 수재돼 있더라도 국내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자체 심사해야 한다는 약심위원의 지적에 대해 회의 당시에는 제도를 바꿔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지만, 일단 동아제약 측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근거를 가져오라고 주문했고, 해당 시험계획서는 현재 제출된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감사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비교임상계획서를 받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 비교임상시험은 '연고'와 '겔' 타입간 차이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동등성 여부)을 보기위한 게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동아제약 측은 지난 4월17일 '연고' 타입인 '노스카나연고'를 허가받아 놓은 상태다.

◆숨고르기 중인 흉터치료제=동아 측은 일단 노스카나겔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연고제 시판도 이 비교시험 진행상황을 봐가면서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연고제로 허가를 받았으면 이런 논란을 야기하지 않았을텐데 아쉽게 생각한다.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고 당시 내부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식약처 요구에 따라 성실히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카나겔은 연매출 60억원을 훌쩍 넘기며 블록버스터의 꿈을 꾸고 있었지만 이렇게 논란에 휩싸여 발목이 묶여있는 실정이다. 동아제약 측이 비교임상으로 연고제와 겔제 간 동등성을 입증해 스카나겔이 노스카나연고와 함께 다시 날개를 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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