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개설 공모·급여비 편취 공소사실 모두 기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일부내용 증거능력 불인정
판결확정 시 공단 급여비 51억원 환수 못할듯

고령인 약사 아버지 명의를 빌려 이른바 면대약국을 개설했다는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은 검찰이 제출한 피의자신문조서 내용 중 상당수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데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아버지 약사와 피고인이 공고해 불법적으로 약국을 개설했거나 요양급여비용을 편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내용을 전부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심형섭 부장판사)가 '약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한 이유다. 공소대상이 된 약국은 지난해 경찰은 물론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등의 타깃이 된 서울아산병원 인근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히트뉴스는 15일 면대약국 사건 판결의 중요성을 감안해 판결문을 꼼꼼히 정리해봤다.

공소사실 요지=약사법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두 가지다.

검찰은 "피고인은 2016. 9. 26.경 피고인의 아버지 명의를 이용해 서울 송파구 강동대로에 있는 A약국을 개설한 후 위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아버지와 공모해 약사가 아닌데도 약국을 개설했다"고 했다.

또 "약사법에 위반해 약국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의 조제·판매행위를 한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6. 10. 1.경부터 2017. 9. 30.경까지 A약국을 개설·운영하면서 환자들을 상대로 약의 조제·판매행위를 하고 심사평가원에 급여비 명세서를 제출해 심사를 의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약국이 마치 적법하게 설립된 것처럼 피해자 건보공단을 속여 합계 5,152,374,640원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 편취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과 아버지 약사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순번 일부내용)의 증거능력 유무와 피고인이 A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했는 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 중 일부 피의자신문조서와 수사과정확인서 등에 각각 검사 날인이 누락돼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을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해 절차의 적법성과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행적을 자세히 기록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피의자가 조사장소에 도착한 시각, 조사를 시작하고 마친 시각, 그 밖에 조사과정의 진행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수사과정확인서도 공문서로서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 등에 대한 일부 각각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각 수사과정확인서에 상당 기간 동안 검사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누락돼 있었으므로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이나 사정들을 종합하면, 비록 아버지 약사가 A약국에 매일 출근해 근무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A약국의 개설·운영에 있어서 최종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아버지 약사의 업무를 도와준 것에서 더 나아가 A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함에 있어 주도적인 입장에서 그 업무를 처리하는 등 아버지 약사와 공모해 약국을 개설하거나 이를 전제로 피해자 건보공단을 기망해 급여비용을 편취했다고 보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은 검찰의 항소여부에 따라 사건 종결여부가 판가름 나는데, 만약 1심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아버지 약사와 피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건보공단의 51억원 상당의 급여비 환수도 집행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피고인과 함께 수사선상에 오른 아버지 약사에 대해서는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재판에 넘기지 않고 기소유예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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