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문화 한국MSD 스마트오피스, 도서관 같은 업무존
회의할땐 캔틴,협업부서와 옆자리... 집중도 효율 한번에

“블루 존 회의실 앞에 있어요. 그쪽으로 오시면 돼요”

신지원 한국MSD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같은 팀에 있는 김준연 사원에게 자신의 자리를 이렇게 소개했다.

(좌부터)신지원 한국MSD 커뮤니케이션 과장과 김준연 사원이 캔틴에서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좌부터)신지원 한국MSD 커뮤니케이션 과장과 김준연 사원이 캔틴에서 업무회의를 하고 있다.

한국MSD는 2017년 8월 마포구 공덕동에서 중구 서울역 서울스퀘어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들은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면 된다. 지정된 자리가 없는 MSD 사무실은 블루존, 그린존, 옐로우존의 사무공간과 대회의실과 같은 역할을 하는 ‘캔틴’이라는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각 자리는 넘버링이 돼 있다. 가령 블루존에 있는 책상은 B-01 등으로 표시돼 있다. 지정된 자리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는 존의 이름과 번호로 말하는 구조다. 신 과장은 하루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서 자유롭게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좌부터 시계방향으로)자유롭게 회의를 할 수 있는 캔틴, 업무공간 그린존, 지정된 대표이사 자리, 마사지 기기 등이 구비돼 있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누워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 

“출근하고 그날 자신이 해야 할 업무 종류에 따라 업무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요. 가령 파워포인트, 기획안 작성 등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할 때는 칸막이가 있는 고립된 공간을 이용하기도 해요. 심지어 오늘은 편하게 일하고 싶으면 마사지 기계가 있는 공간에서 누워서 노트북을 책상에 두고 업무를 볼 수도 있죠”

분리된 업무 공간으로 인해 업무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이전엔 팀별로 분리된 지정좌석제 일 할때는 업무를 보다가도 팀원 간 잡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였죠. 블루존 등 업무공간에선 잡담을 할 수 없죠. 회의 등 대화가 필요하면 캔틴에서 말해야 해요. 업무 집중도는 확실히 높아졌어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블루존, 옐로우존, 그린존으로 분리돼 있다. 사진은 블루존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자리가 없는 스마트오피스. 스마트오피스가 마냥 편하기만 할까 궁금했다. 불편한 점을 물었다.

“저는 전반적으로 만족해요. 그래도 신입사원에게 교육을 할 때는 불편한 점이 약간 있어요. 신입사원은 곁에 두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게 좀 편하잖아요. 처음엔 저희 팀 부장님이 좀 불편해 하셨어요. 부장님께서 처음엔 본인 곁에 팀원들이 앉길 바라셨죠. 제가 그건 스마트오피스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죠.(웃음)”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늦게 출근할수록 대표이사와 가까운 곳에 앉아야 하는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MSD의 상황은 어떤지 물어봤다.

“유일하게 대표님 자리만 따로 지정돼 있어요. 대신 일반 회사처럼 대표실이 있는 형태는 아니죠. 책상만 따로 있어요.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될 당시 저희도 상무님이나 전무님 근처에 앉으면 어떡할까 등 걱정 아닌 걱정이 좀 있었죠. 그런데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분위기 때문에 옆에 전무님이나 상무님이 있다고 해서 큰 불편함은 없어요”

김준현 사원 역시 신 과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전무님이 제 옆 자리에 앉아 계신 적이 있어요. 서로 업무에 바빠 크게 신경도 안 썼어요. 전무님도 이어폰 꽂으시고 업무에만 열중하시더라고요. 거의 남(?)처럼 도서관에서 일하는 분위기 였어요”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돼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그들. 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만족스러운지 물었다.

“부서 간 ‘협업’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는 사무 공간 형태죠. 저희 팀은 마케팅 팀 등 다른 부서와 협업할 일이 많아요. 예전 사무실에서는 회의실조차 잡기가 힘들었거든요.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되고 나서 회의실도 더 많아졌죠. 또 캔틴이라는 공간에선 자유롭게 회의 할 수 있죠”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되고 나서 소회실부터 대회의실까지 다양한 형태의 회의실이 마련됐다. 

캔틴은 블루존, 옐로우존, 그린존의 업무공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블루존, 옐로우존, 그린존이 조용한 도서관 분위기에 오롯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반면 캔틴은 카페와 같이 업무와 관련된 회의를 개방된 공간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직원 간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장소다. 기자 역시 ‘캔틴’에서 두 직원과 스마트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사원은 무엇보다 눈치 보지않고 출퇴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아무래도 지정좌석제 일 때는 업무가 끝나도 퇴근하기에 애매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스마트오피스에서는 진짜 업무가 끝나고 탄력근무제에 따라 업무시간을 다 채우면 어떤 눈치도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죠”

두 직원은 만족하고 있는 스마트오피스. 과연 모든 한국MSD직원 역시 만족하고 있을까? 기자는 다른 직원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스마트오피스에 대해서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스마트오피스에 대해서 임직원의 81%가 스마트오피스에 대해서 만족-매우만족이라는 답변을 줬어요”

전반적으로 새로 이전한 서울스퀘어 오피스의 업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직원의 81%이상이 스마트오피스에 대해 만족-매우 만족으로 답변했다.[출처=한국MSD]

스마트오피스는 단순히 지정된 자리없이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만을 뜻하는 것일까? 신 과장 결국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그가 말한 ‘신뢰’라는 단어에서 MSD의 스마트오피스 도입 취지를 알 수 있었다.

“결국 ‘신뢰’의 문제이죠. 직원 간 각자 어디에 있든 자신이 맡은 업무를 전문적으로 잘 해나갈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지만 저희가 도입한 스마트오피스가 의미가 있어요. 부하직원이 무엇을 하는지 일일이 다 알아야 하는 구조라면, 결국 변동좌석제 등 스마트오피스 구조를 도입한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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