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A 적용약제 중 4번째 계약해지 절차 진행

[Hit-check] RSA 재계약 실패한 폐암치료제

한국화이자제약의 역형성 림프종 안산화효소(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치료제 잴코리캡슐(크리조티닙)이 위험분담계약(RSA) 해지 절차를 곧 진행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5월부터는 상한금액이 사실상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환급형 RSA로 가려져 있던 실제가격으로 보험상한가가 전환되는 것이다.

RSA 약제 중 첫 급여확대...청구액 360억 이상 커져

13일 심사평가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잴코리캡슐은 5번째 RSA약제로 2015년 5월1일 200mg과 250mg, 2개 함량제품이 등재됐었다. 환급형으로는 4번째 약제였다.

상용 함량은 250mg인데, 상한가는 두 함량 모두 12만4000원으로 같았다. 이후 잴코리캡슐은 2017년 1월1일 1차 투여단계로 급여기준이 확대됐다. 이는 RSA 약제 중 첫 급여 사용범위 확대 사례였고, 이 과정에서 상한금액이 캡슐당 12만4000원에서 11만1600원으로 조정됐다. 

상한금액은 10%를 인하했지만 사용범위 확대로 청구액이 훨씬 더 크게 늘었다. 실제 잴코리캡슐 2개 함량의 2016년 청구액은 227억원 수준이었는데, 2017년에는 291억원으로 28% 이상 증가했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약가인하를 해서라도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던 것이다. 2018년에도 유사한 수준의 성장을 이어가 청구액이 36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잴코리캡슐의 이런 '영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게 됐다. 후속약물이 속속 급여권에 들어온 탓인데, 경쟁에서 밀린 게 아니라 RSA 재계약에 발목이 잡힌 게 이유였다. 경쟁자는 한국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캡슐(세리티닙)과 한국로슈의 알레센자캡슐(알렉티닙)이다. 이들 약제는 잴코리캡슐이 RSA를 적용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절차로 등재될 수 밖에 없었다.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있으면 후발약물은 RSA 적용대상에서 배제된다.

오래가진 못한 '영화'...예견됐던 재계약 실패

같은 규정은 재평가에서도 적용된다. 사실 한국화이자가 나름 안감힘을 썼지만 잴코리캡슐의 재계약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 재평가 진행되는 도중 적응증이 동일한 경쟁약물들이 사용범위(투여단계 1차)까지 따라올 게 확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자이카디아캡슐과 알레센자캡슐은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투여단계 1차로 급여기준이 확대됐다. RSA약제는 재평가 때 대체가능한 약제가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적응증은 물론 급여기준까지 동일한 약제가 두 개나 나와 논박의 여지가 없게 됐다.

RSA 재계약 여부를 검토해 온 심사평가원도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냈다. 잴코리캡슐은 앞으로 건보공단과 약가조정 등 계약해지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그런 다음 5월1일부터는 비RSA약제로 '맨얼굴(실제가격)'이 급여목록에 드러나게 된다.

환급률 만큼 인하될 잴코리 상한가...45% 수준 예상

잴코리캡슐 약가인하 폭은 환급률이 사실상 결정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일반등재 절차를 밟은 첫번째 후발약제(자이카디아)가 잴코리캡슐의 실제가격을 참조가격으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잴코리캡슐은 250mg 함량 두 캡슐을 1일 상용량으로 쓴다. 자이카디아캡슐은 150mg 함량 세 캡슐이 1일 상용량이다. 잴코리캡슐 250mg의 최초 등재가격은 12만4000원, 1일 투약비용은 22만8000원이 된다. 최초 4만805원에 등재됐던 자이카디아캡슐은 1일 투약비용은 같은 방식으로 12만2415원이다.

단순셈법으로 접근하면 잴코리캡슐 약가수준이 약 2배 더 높다. 이는 숨겨져 있는 실제가격과 상한금액 간 격차인 환급률이 50% 내외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사용범위 확대 때 10% 인하돼 현재 11만1600원인 잴코리캡슐250mg의 약가수준을 환급률을 감안해 자이카디아150mg 최초 등재수준으로 맞추려면 45% 가량 상한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이 수치는 다른 평가요소를 배제한 단순수치여서 실제 조정가격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의 흐름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재계약 해지 레블리미드 약가, 등재대비 38.3% '뚝'
희귀의약품인 피레스파도 40% '급락'

앞서 RSA 계약이 해지된 약제들도 같은 수순을 밟았는데, 세엘진코리아의 다발골수종치료제 레블리미드캡슐(레날리도마이드)과 일동제약의 특발성폐섬유증치료제 피레스파정(피레페니돈)의 경우 잴코리캡슐과 달리 제네릭 출현으로 계약이 자동 종료된 경우였다. 그러나 두 약제 모두 환급형을 적용받아 약가인하 패턴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2014년 3월 2호 RSA 약제로 등재된 레블리미드캡슐의 최초 상한가는 10mg 기준 22만4612원이었는데, 계약만료와 함께 16만757원으로 28% 이상 인하됐다. 이 약제는 제네릭 등재 약가인하 연동제 적용으로 두 번에 걸쳐 상한가가 다시 조정됐는데, 지난 1일 기준 약가는 8만6085원이다. 이는 최초 등재가격 대비 38.3% 수준까지 떨어진 액수다.

피레스파정200mg도 2015년 10월 5750원으로 등재됐다가 계약 종료와 함께 2017년 11월 3406원으로 조정됐다. 단박에 40% 가량 상한가가 급락한 것이다. 다만 피레스파정은 희귀질환치료제여서 제네릭 등재와 연동한 추가 인하는 없었다. 지난 1일 기준 상한가는 3304원이다.   

RSA 재평가서 다른 결론 난 약제들
얼비툭스, 계약연장-엑스탄디, 협상중
에볼트라, 유효성 인정...조건삭제

잴코리캡슐보다 앞서 재평가를 받은 약제 중 다른 결론이 난 약제들도 있다. 레블리미드캡슐과 함께 RSA 2호 약제로 등재된 한국머크의 전이성 직결장암치료제 얼비툭스주(세툭시맙)은 재계약에 처음 성공했다. 환급률은 추가 조정했겠지만 상한금액은 최초 등재가격인 24만9750원을 유지하고 있다. 후발약물 등재로 재평가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했던 한국아스텔라스제약의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치료제 엑스탄디연질캡슐40mg(엔잘루타미드)은 재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근거생산조건부 유형으로 최초로 RSA제도 적용을 받은 젠자임코리아의 에볼트라주(클로파라빈)는 재평가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아 RSA약제에서 일반등재약제로 지난해 12월 전환됐다. 상한가는 바뀌지 않았다.

한편 올해 1월1일 기준 약제급여목록표에 등재돼 있는 RSA 약제는 잴코리캡슐을 포함해 총 31개 성분, 48개 품목이다. 이중 16개 성분, 22개 품목은 경제성평가면제 특례를 적용받아 총액제한형 RSA로 적용된 약제다. RSA 약제의 경우 환급형 12개 성분-21개 품목, 환자단위 사용량 제한형 1개 성분-2개 품목, 기타 2개 성분-3개 품목 등으로 환급형 유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중 유효기간이 가까운 한독약품의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치료제 솔리리스주(에쿨리주맙, 9월30일), 삼오제약의 뮤코다당증치료제 나글라자임주(갈설파제, 2020년 2월28일), 바이엘코리아의 위장관기질종양치료제 스티바가정(레고라페닙, 2020년 5월30일) 등이 연내 RSA 재평가 절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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