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자체 연구...중복처방 미사용 비용 1382억원 추정

[낭비되는 의약품 규모 등 분석 연구]

한해 버려지는 급여의약품 비용이 같은 해 전체 외래 원외처방 비용의 1.8%를 점유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6년에 적용해 환산하면 2000억원이 넘는 액수다. 또 같은 성분의약품이 중복 처방돼 역시 사용되지 못하는 의약품도 같은 해 기준 1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사실은 심사평가원이 자체 연구한 '낭비되는 의약품 규모, 비용 및 요인 분석 연구: 미사용으로 버려지는 처방전약 중심으로' 보고서(연구책임자 김지애 부연구위원)를 통해 확인됐다. 공동연구자로는 이혜영 주임연구원, 문경준 주임연구원, 박혜경 성균관대 연구교수 등이 참여했다. 일반국민이 보고하는 국내 의약품 낭비규모와 비용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최초의 연구다.

연구진은 낭비되는 의약품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중복처방으로 인한 미사용 규모 및 비용', '낭비되는 의약품 규모 및 비용'을 각각 산출했다.

중복처방 미사용 비용 규모=2016년 6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조산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의 원외처방전에 대해서 외래로 방문한 건강보험과 의료보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에 포함되는 의약품은 급여(전문/일반 의약품)되는 항목으로 한정했고, 남은 투약기간과 투약량 산출이 어려운 외용제 등을 제외했다. 미사용 가능 의약품은 처방기간 중복으로 정의했다. 동일의사 처방전은 31일 이상 중복, 다른 의사간 처방은 1일 이상 중복으로 범위를 정했다.

분석결과, 2016년 12월 처방된 의약품에 대해 이전 처방(동일성분)이 중복으로 미사용 될 것으로 정의한 낭비되는 금액은 총 128억6700만원 규모로 분석됐다. 환자는 138만6000명이었다.

구체적으로 같은 달 DUR시스템 성분중복 알람 투여경로는 내복약인 경우가 97.91%를 차지했다. 동일의사로부터 31일 이상 중복된 경우 환자 수는 27만명(같은 달 원외처방 환자의 1.1%)이었고, 낭비되는 금액은 89억7700만원 규모로 추정됐다. 또 최소 당일(처방일) 이상 다른 의사에게 처방받은 환자 수는 113만3천명(같은 달 원외처방 환자의 4.5%)이고, 낭비금액은 39억3300만원으로 분석됐다.

같은 해 발행된 처방전 건수 점유율은 12월이 10.1%로 상대적으로 조금 높게 나타났다. 차이는 최대 2.7%였다. 또 월별 처방의약품 비용 점유율도 12월이 9.3%로 다른 달에 비해 높았다. 차이는 최대 1.5%였다.

연구진은 12월 의약품 비용 점유율을 9.3%로 보정해 비례식으로 2016년 전체 미사용으로 정의된 낭비되는 총 금액을 1382억3500만원으로 산출했다. 이는 같은 해 전체 처방금액 12조원의 1.16%에 해당하는 액수다.

낭비되는 의약품 비용 규모=최근 1년 사이 병·의원에서 의약품을 처방받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1067명을 모집단으로 정해 낭비되는 의약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미사용 의약품 질환으로 감기, 고혈압, 치아질환, 근육통증 또는 관절척추질환, 당뇨, 심장병, 뇌혈관질환, 위장질환(소화기), 피부, 신장질환 등 10개 질환을 정해 설문지 문항에 반영했다. 기타질환의 경우 질환명을 명시하도록 했다. 설문조사 질환별 낭비 비율에 대한 의약품 금액을 산출하기 위한 자료는 2016년 외래환자 원외처방(내복약) 금액을 활용했다.

설문에는 1507명이 응답했는데 이중 자료수집 오류 23명을 제외한 최종 대상자는 1484명이었다. 설문 결과(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 허용) 처방된 의약품을 미복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589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39.7%를 차지했다.

또 미복용자(589명)의 질환별 처방받은 처방건(수)에 대한 미복용한 처방전 비율은 전체 56.4% 수준이었다. 미복용자 중 의약품의 남은이유에 대해 향후 사용을 위해 보관한다는 응답자를 제외한 322명의 질환별 처방받은 처방전수(건)에 대한 미복용한 처방전 비율은 전체 61.0%, 미복용한 처방전의 총 처방 기간 대비 복용하지 못한 남은 기간에 대한 비율은 전체 17.3%였다.

연구진은 종합적으로 미복용 처방전비율(A)과 미복용 기간비율(B)을 고려해 미복용자의 남은 비율(A×B)을 계산했다. 미복용자(589명)의 남은 비율은 9.7%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의약품 낭비금액은 설문조사 결과를 이용한 낭비비율(향후 사용을 위한 보관제외)을 적용하면 급성질환 972억원, 만성질환 1208억원으로 각각 산출돼 총 218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낭비 비용 추정시 포함된 질환의 처방 비용인 6조9,650억원의 3.1%, 2016년 전체 외래 원외처방 비용의 1.8%에 해당된다.

낭비를 없애기 위한 대안=연구진은 낭비의약품을 줄이기 위한 4가지 전략도 제안했다.

우선 급성질환과 만성질환의 의약품 낭비 사유와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들 질환과 관련한 의약품 낭비 감소 전략은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 미복용 주요사유를 보면 급성기 질환은 '증상이 사라져서'가, 만성질환은 '약 복용을 잊어버려서'가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급성기 질환의 경우 적정하고 합리적인 처방을 위한 전략, 만성질환은 복약순응도 제고를 위한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료제공자와 환자 간 소통강화 필요성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적절한 환자와 의사소통, 적절한 의약품 사용에 대한 복약지도, 복잡한 약물치료 방법 등은 의료제공자가 조금 더 환자 입장에서 치료방법을 생각하고 그 일환으로 의약품을 인식하면 개선 가능하며, 미복용으로 인해 버려지는 의약품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의료제공자의 자율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복약지도에 대한 정책적 개입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의료시스템을 이용한 전략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낮은 환자본인부담은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강화시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때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으로 인해 비용에 상응하는 책임감 있는 의료서비스 사용행태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감 있는 의약품 구입을 위해 일부 일반 의약품 보험급여 목록 제외(경증질환 증상완화제 급여제한), 환자 본인 부담금 차등화(경증질환 부담수준 상향조정), 환자 본인 부담(연간 일정액을 공제액으로 설정하고 그 미만은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의료제공자의 증상별 약제 처방 자제, 경증질환에 대한 과다한 처방 자제와 같은 처방행태에 대해 처방조제 장려금 제도를 이용한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하고, DUR의 권고사항을 의무사항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활용을 모색할만 하다"고 했다.

국민과 의료제공자의 건강보험재정 지속성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연구진은 "국민과 의료제공자는 건강보험재정의 책무성 공유를 통해 낭비적 요소가 예방될 수 있도록 의약품을 처방하고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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