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발굴한 파이프라인 개발 전문벤처 브릿지바이오에 맡겨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꿀벌과 나비'가 제대로 날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유연한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전통의 제약기업 유한양행(대표 이정희)과 유망한 파이프 라인을 들여와 임상 2a까지 개발, 글로벌 라이센싱에 주력하는 브릿지바이오(대표 이정규)는 4일 지분투자를 포함하는 전략적 제휴를 통해 면역항암제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자체개발한 면역항암제 신약후보물질(YH24931)에 대해 미국 IND와 임상시험을 위한 국내외 비임상중개연구 및 공정개발은 두 회사가 공동 진행하고, 이후 GLP 독성시험을 포함한 전임상연구 및 초기 임상연구는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한다. 후기 임상개발과 기술수출은 공동 추진한다.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유한양행은 브릿지바이오에게서 10억 원을 기술료로 받고, 20억원을 브릿지바이오에 지분 투자했다.

유한양행-브릿지바이오 제휴가 보여주는 혁신의 유연성

유한양행과 브릿지바이오간 전략적 제휴는 자본력을 갖춘 전통 제약기업과 전문화된 바이오벤처간 R&D 오픈 이노베이션이 한층 유연해 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유한은 이정희 대표 취임 이후 R&D에 관한 패러다임이 크게 변모됐다.

지금까지 양자간 협력은 유한양행이 그랬던 것처럼 자본력을 갖춘 제약기업들이 파이프라인 확보 차원에서 벤처기업에게서 파이프라인을 사오거나, 지분투자하는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품는 것이었다면, 이번전략적 제휴는 반대적인 양상을 띤다.

유한양행이 R&D로 자체 개발한 파이프라인 창고를 개방해 이 중 하나를 전문벤처 기업에게 맡겨 개발 속도를 높이려 했다는 점에서 전통 제약사의 제품 개발에 관한 관점 혹은 패러다임이 크게 유연해졌음을 보여준다고 제약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인 하우스(In-house) 발굴 파이프라인에 대해 특히 애지중지하며 '동물실험→임상시험→FDA 신약허가 →선진시장 판매'까지 모든 것을 자사 역량으로 해내겠다며 과욕을 부리다 늦춰진 속도로 낭패를 보곤했다.

연구개발을 많이 하는 국내 A사의 고위 관계자는 "창고에 쌓아둔 파이프라인을 평가해 팔건 팔아서 연구비로 다시 쓰고, 개발할 건 집중 개발하자고 회사에 이야기하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유한양행의 R&D 비전
유한양행의 R&D 비전

이번 전략적 제휴에선 벤처기업 역량에 대한 높아진 신뢰 역시 확인됐다.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표방, 유망한 파이프라인의 개발에 집중하는 브릿지바이오의 역량에 대한 높은 평가로 인해 오픈 이노베이션 과정에서 벤처의 다양한 역할분화도 예상된다.   

2015년 9월 판교에 설립된 브릿지바이오는 성균관대와 한국화학연구원에게서 전 세계 독점실시권을 확보한 궤양성대장염 개발후보물질인 BBT-401의 미국 임상 1상과 2016년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인 BBT-877의 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브릿지 바이오에 시집보낸 파이프라인 YH24931

이 후보물질은 면역세포들의 이동, 활성화, 분화와 관련된 단백질을 지속형으로 만든 것으로 생체 내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와 수지상 세포들을 활성화시켜 타깃 종양으로 불러들이는 기전을 갖고 있다.

또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를 촉진시켜 최종적으로 면역기능이 살아 있는 활성화된 T세포들을 종양으로 불러들임으로써 암세포들을 사멸시키는 기전의 면역 항암제다.

이 후보물질은 유한양행이 2015년부터 연구해 도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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