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수 전 차의과대 교수, 가입자대표 정부의 임의성 배제도

[국회, 건정심 개편방안 모색 정책세미나]

건강보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운영구조를 이원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통부분은 전체 위원회에서 맡지만 급여기준이나 상대가치 조정 등은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별도 구성해 접근하자는 내용이다. 건정심 위원 임용과 위촉 기준 정비 필요성도 제시됐다. 공익대표는 공급자와 가입자 추천 동수로 하고, 가입자대표의 경우 정부의 임의성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평수 차의과대학교 전 교수는 7일 이명수 보건복지위원장이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주관한 '합리적 의사결정구조 마련을 위한 건정심 개편방안 모색 정책세미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건보공단 보험상임이사 출신으로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전 교수는 먼저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의 문제점으로 위원구성의 편향성과 의사결정과정의 한계, 두 가지를 꼽았다.

위원구성 편향성?=건정심 위원은 현재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이중 공익대표와 가입자대표가 장관의 재량권 범위에 있다. 공익대표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2명, 건보공단 이사장과 심사평가원장이 추천하는 각 1명, 건강보험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4명 등 8명이다.

가입자대표의 경우 근로자단체와 사용자단체가 추천하는 각 2명, 시민단체·소비자단체·농어업인단체·자영업단체가 추천하는 각 1명 등 역시 8명이다.

이 전 교수는 건보공단과 심사평가원 위원의 경우 보험자기관 소속이어서 공익대표인지 가입자대표인지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 가입자단체의 경우 정부가 추천대상 단체를 교체할 때 관련 단체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공급자대표 또한 다른 분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생겨 대표성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결정 과정의 한계성=이 전 교수는 건정심은 근거에 의한 타협보다는 힘에 의한 다수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결과)에 불만이 있는 공급자와 가입자의 퇴장(탈퇴)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0년 이후 가입자는 5회, 공급자는 3회 퇴장한 적이 있고, 공급자의 경우 3회 탈퇴하기도 했다.

앞서 건정심은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 단계에서는 심의 기능을 담당했는데 건정심으로 개편되면서 의결까지 기능이 확대됐었다.

이 전 교수는 건정심은 환경변화를 반영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유형별 수가계약의 경우 공급자간 경쟁으로 인해 타 유형의 수가결정 때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도 하고, 산하 소위원회는 의사결정 내용과 무관한 위원이 참여하면서 정작 당사자는 배제하는 문제가 있다고 이 전 교수는 설명했다.

이 전 교수는 또 지침이나 원칙 등 결정기준이 없어서 객관성에 대한 도전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이를 "선수(위원)는 자주 교체되는 데 룰이 없는 게임이 지속된다"고 했고, "협상결렬 시 결정기준과 패널티의 당위성 등도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이런 의사결정 과정의 혼란과 비효율, 의사결정 결과의 왜곡, 관련 당사자 간 갈등 심화와 지속 등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건정심 의사결정 구조와 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건강보험의 적정부담과 적정보상이라는 건강보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구조개선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환경변화, 행위별수가제의 특성, 보험료 결정 참여자의 구성, 참여자 대표성과 전문성, 정부의 책임성과 조정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안으로는 건정심이 현재와 같이 급여와 보험료를 결정할 경우와 기능을 재편할 경우, 두 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건정심은 현재 급여기준, 급여비용, 보험료 등을 결정하고, 위원장은 복지부차관이 맡고 있다.

건정심 기능 유지(대안1)=이 전 교수는 건정심이 급여와 보험료를 결정하는 기능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했을 때는 위원 임용 또는 위촉 기준 정비, 결정기능과 조정기능 구분, 위원회 운영 이원화 등 3가지 측면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위원 임용 또는 위촉 기준 정비안을 보면, 우선 공익대표는 공급자와 가입자가 추천하는 동수의 위원으로 위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입자대표의 경우 정부의 임의성을 배제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가령 가입자대표 단체의 연합체가 일정 수의 위원을 추천하는 방안을 이 전 교수는 제안했다. 공급자대표에 대해서는 급여기준과 급여비용 영향 정도를 반영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전 교수는 결정기능과 조정기능 구분과 관련해서는 결정기능은 현재처럼 건정심에서 하더라도 조정기능은 별도의 법정 조정기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대상으로 수가조정을 예시하기도 했다. 이 때 조정결과를 결정과 동일한 효과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전 교수는 위원회 운영의 이원화와 관련해서는 급여기준(일반원칙), 급여 절차와 방법, 본인부담비율 등 공통부분은 현재와 같이 전체위원회에서 심의 조정하고, 급여기준과 상대가치 조정, 보험료 등은 분야별 위원회에서 논의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따고 했다.

건정심 기능 재정비(대안2)=이 전 교수는 재정비 방향으로 3가지를 먼저 제시했다. 급여기준과 급여비용은 의결이 아닌 심의 대상으로 하고, 보험료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이관하자는 내용이다. 또 수가협상 결렬 시 중립적이고 객관성 있는 법정 조정기구를 활용하자고 했다.

대안은 위원 임용 또는 위촉 기준 정비, 위원히 운영의 이원화, 수가 조정기능 활용 공식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위원 임용 또는 위촉은 대안1과 동일하다. 단, 위원장은 공익대표 중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위원화 운영 이원화의 경우 공통부부는 전체위원회에서 심의 조정하고, 특이사항은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활용하자고 이 전 교수는 주장했다. 공통부분은 급여기준(일반원칙), 급여절차와 방법, 본인부담비율 등을 말하며, 분야별 특이사항은 급여기준(분야별), 상대가지 조정 등을 의미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수가조정 기능의 경우 협상 결렬 시 별도 법정 조정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입자와 공급자 동수로 구성하고 합의조정을 원칙으로 하되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표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구다.

이 전 교수는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제도는 이해관계 당사자 간 갈등 발생이 필연적이다. 법은 이해관계 당사자 간 갈등을 방지하고 조정하는 기본 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은철 연세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진환 법무법인 열린사람들 변호사,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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