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신년초대석] 피부노화 방지·탈모치료 순차 목표...2021년 임상

바이오벤처 하플사이언스를 세운 최학배 대표(오른쪽)와 김대경 CSO. 둘은 서울약대 입학 때부터 절친이었다.
바이오벤처 하플사이언스를 세운 최학배 대표(오른쪽)와 김대경 CSO. 둘은 서울약대 입학 때부터 절친이었다.

작년 12월, 예순을 넘긴 나이에 '노화관련 단백질(HAPLN1) 하나'를 붙잡고 바이오벤처 하플사이언스를 세운 최학배 박사(CEO)와 김대경 박사(CSO).

절친인 둘은 서울약대 동기로, 자신들이 선택한 분야에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의 궤적을 그려와 도전보다 휴식이 더 어울릴 법한데, 판교 사무실에 들렀을 때 소풍을 앞둔 소년들처럼 설레고 신이 난 표정이었다. 동시에 '가보지 않은 길(Road not taken)'에 대한 무게감 혹은 막막함도 느끼는 듯했다.  

온풍기를 틀어 놓았지만 온기가 꽉 채워지지 않은 사무실에는 곳곳에서 보내온 축하 화환들이 서있었고, 둘의 꿈을 믿고 승선한 한 직원은 외부 업무를 위해 막 출타중이었다. 모든 창업자들이 그렇지만 둘은 서로를 많이 의지하는 듯보였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던졌던 주사위처럼 신약개발을 향한 둘의 도전은 막 시작되었다. 대체 무엇이, 충분히 안정과 여유를 즐겨도 나쁘지 않을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바이오벤처를 창업 하도록 이끌었을까.

직장에 들어가 전문경영인의 반열에 올랐던 최학배 대표는 "세상 떠나기전 존재로서 흔적, 좋아하고 잘 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불 밝히며 연구실을 지키고, 중앙약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김대경 CSO는 "정년이 2년 가량 남았는데, 그동안 공들인 연구의 성과를 꽃피워 열매 맺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둘은 한 입처럼 "산(최학배) 학(김대경)의 의기투합이 롤 모델이되고, 성공의 증거가 되도록 열심히 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 제일 친했던 대학 동기, 사업 파트너로 만나다

2018년 3월. 친구가 한국콜마 대표이사 자리에서 퇴임했을 때 둘은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이제 뭐 하려고?" 김대경 교수가 묻자 "바이오벤처를 창업하려해" 최학배 현 대표가 말했다. 친구의 새 목표가 신선했지만 자신과 연관성을 짓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대학교수들 가운데 다이아몬드를 품은 분들이 꽤 있다. 찾아보라"고 권했다. 김 교수도 자신의 연구를 빛내 줄 CEO 감을 찾고 있었지만, 친구를 사업적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이 사람 저 사람, 이 모임, 저 모임을 통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었다. 

만날 사람은 꼭 만나게 되는 것일까? 파랑새가 그들의 앞 뜰에 앉아있는 줄 미쳐 몰랐던 둘은 어느 날 문득 오랜동안 친구로 지내온 이를 연인으로 느끼듯 서로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교수의 탄탄한 연구물과 최 대표의 그간 신약개발 역량이 강한 신뢰로 묶이는 순간이었다. 아카데미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로 이끌고 갈 최적의 조합이었다. 

둘은 말했다. "의기투합하자고 선언하고 보니 거짓말 같기도 하고, 잘 믿겨 지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힘이 된다는 사실을 함께 직감했다"고.    

# 노화관련 HAPLN1 단백질의 발견, 기전 규명

포항공대 전임강사,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를 하다 1994년 중앙약대 교수로 부임한 김 교수의 연구 관심사는 엔자임 타깃팅이었으나 정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 10여년 전부터 인간 노화현상을 연구 테마로 잡았는데, 해답이 체내에 있지 않을까해서 노화에 따른 혈액 성분의 변화, 젊은 동물과 늙은 동물의 혈액이 서로 통하도록 하였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주목했다. 장기간 연구한 결과 노화된 쥐의 피부조직이 젊은 쥐의 피부 조직과 유사하게 역전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유도하는 물질이 Hapln이라는 혈중 단백질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어 Hapln단백질이 어떤 기전으로 작용하는지 연구를 지속해 기전도 규명했다. 피부조직의 노화를 회복시키는 Hapln의 용도를 특허로 출원하고, 뒤 이어 퇴행성관절염의 연골재생에 대한 연구를 실시해 이 역시 특허 출원했다. 국제특허를 위한 PCT 출원했으며, 피부노화 관련 국내 특허는 이미 등록됐다.

모낭세포에 대한 연구 및 기타 Hapln의 작용기전과 관계된 질병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특허 준비도 하고 있다.

# 하플사이언스가 개발하려는 신약은

Hapln1의 유전자재조합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제를 각 적응증별로 합당하도록 제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1차 개발 적응 영역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및 예방제, 피부노화치료제 및 예방제, 탈모치료제 및 예방제, EDS 치료제, 콜라겐 결손 결합조직 질환의 치료제를 필두로 동물용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피부노화방지 화장품 등으로 대상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전신적 작용이 필요한 질병의 경우 정맥주사 제제로 개발을 하고, 관절염 치료제는 관절강내 주사제, 피부조직과 탈모용 제제는 진피층에 약물이 투여 가능한 제제로 개발하며, 예방용 제제 및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제제로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 사업화 로드 맵...다양한 제품 동시 연속적 개발

하플사이언스는 기술보증기금에서 10억원을 보증받아 중앙대학교로부터 특허권 기술이전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다양한 제품들을 동시, 연속적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연 초기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 기전에 기반한 신약, 즉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은 '속도의 전쟁'이다. 실제 최근 저널에 발표된 것을 보면 미국의 연구진들도 Hapln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암 전이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 하플사이언스의 연구개발 방향과 차이가 있으나, 그들도 Hapln의 조직 회복 기능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그간 자신의 연구에 대해 특허는 내면서도 저널 발표는 삼가해 왔다.

JW중외제약에서 의약품 개발 담당 임원이었고, C&C신약연구소에서 신약 개발을 전면에서 다뤄본 최 대표의 마음도 김 교수 만큼 바쁘다.신약연구 개발에 적절한 돈의 투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탓이다. Hapln 제제의 개발에 국제적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 하플사이언스는 Hapln을 이용한 제제개발을 서두를 수 밖에 없다.

하플사이언스는 2019년 제품 개발 목표를 확립하고, 2020년에는 비임상시험에 들어가며, 2021년에는 글로벌 파트너링과 함께 IND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이어 순차적으로 미국 임상에 들어가고, 2024년 께 기업공개를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듬해엔 CGMP 공장 착공도 한다는 빅 픽처를 그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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