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불특정 다수' 확산 부적절...병원 IRB 영향
선진국 소셜미디어 활용 가이드라인 두고 포괄적 허용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광고. 불특정 다수의 개념에서 보면 지하철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하철에서 흔히 보는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 광고. 불특정 다수의 개념에서 보면 지하철도 마찬가지 아닐까?

종이신문이나 옥외광고(지하철 등) 중심인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광고의 매체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작년 10월 일선에 내려 보낸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공고 관련 안내’에 따르면 임상시험 참여자 확보를 위해 광고를 진행할 경우 ▲광고내용이나 ▲광고매체 등 일체의 사항을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이하 IRB)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여기서 IRB는 임상참여 대상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위해 임상을 실시하는 시험기관(의료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상설위원회를 말한다. 따라서 종이신문이나 옥외매체 등으로 제한한 매체규제 역시 임상을 맡은 각 병원 IRB의 소관사항으로 볼 수 있지만 식약처가 2015년에 내놓은 ‘임상시험 관련 자주묻는 질의응답집’의 해석에 포괄적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식약처는 2015년 자료에서 ‘온라인의 매체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임상시험 참여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모집 광고는 적절하지 않다’고 규정하되 임상시험실시기관 또는 임상시험센터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모집광고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을 대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병원 IRB 입장에서도 식약처의 이런 해석이 있다보니 온라인 모집광고를 적극적으로 승인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임상 대상자 모집속도도 의약품 개발의 중요요소이고 외국의 경우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허용하고 있는 만큼 식약처가 너무 경직되게 해석한 규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미국 NIH 홈페이지. 소셜미디어 활용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NIH 홈페이지. 소셜미디어 활용 가이드라인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경우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포함한 소셜 미디어 도구를 활용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할 때 고려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2016년 만들어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등 소셜 미디어를 사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책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IRB를 통해 승인 받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또 Trialx나 Patientslikeme, TrinetX, I2b2 등 임상시험 참여자를 리쿠루팅하는 전문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갖춘 업체들이 활발하게 서비스 하고 있다. 이와함께 CenterWatch, NIH, www.cancer.gov/clincal_trials 등과 같이 진행 중이거나 시작할 임상시험 리스트를 한 꺼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도 해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의 원내 의무기록, 임상시험에 참여했거나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전해듣는 구전 그리고 환자모집 대행업체를 통해 진행하는 신문이나 옥외광고 선에 머물러 있다. 일부의 경우 아파트 게시판을 활용하거나 노인정을 직접 찾아가 설명하는 고전적인 방식도 여전히 쓰인다고 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2017년 12월 오픈한 한국임상시험포털이 있고 최근에는 임상시험 리크루팅 지원 어플리케이션인 올리브씨가 출시되기도 했지만 SNS를 비롯한 온라인 광고에 대한 식약처의 해석이 여전히 걸림돌인 상황이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해석. 한 제약회사 임상담당 임원은 “식약처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임상광고의 콘텐츠 포맷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임상에 적합한 환자를 스크리닝하는 절차도 별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광고매체 제한은 효용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심의를 받은 정확한 임상정보라면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알리는 것이 오히려 산업발전이나 신약개발에 더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상대행 업체 관계자는 “지하철이나 신문광고도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온라인이나 SNS를 통한 참여자 모집을 IRB가 승인할 수 있도록 식약처가 입장을 바꾸고 임상 참가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는 금전적 보상과 같은 부적절한 광고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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