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수준 올라갈수록 견제장치 발동 거셀 듯

공격에는 반드시 목표물이 있고 그 이면에 공격하는 목적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7?7약가제도'를 콕 찍어 목표물로 삼고 이것을 공격해, 2018년 마지막 날 함락시켰을까? 숨겨진 그 목적이 무얼까?

2015년 미국 제약시장 규모를 보면, 무려 4334억8200만 달러(약 490조5000억 원)로 세계시장의 40.4%나 점유하고 우리 한국시장보다 25배 이상이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세계 50대 제약사중, 미국 제약사들이 16개사나 포진해 있다. 1위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의 2015년 처방약품 판매액은 459억 달러(51조9600억 원)로, 우리 한국의 전체 처방약시장 19조원의 2.7배나 된다.(2017 제약산업 DATA BOOK 제약바이오협회, 2015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심평원, 참조)

이러한 초거인(超巨人) 미국이, 무엇이 부족하다고 신약 걸음마를 막 떼기 시작한 우리 한국의 '7?7약가제도'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무너뜨렸을까? 왜 그랬을까?

Source :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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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이 우리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미래의 경쟁자로 보고, 그 경쟁의 중심이 될 신약 새싹이 더 자라기 전에 그것을 북돋아줄 '7?7약가제도'를 아예 처음부터 없애 버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7?7약가제도'가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에 불공정한 것이라고까지 운운하면서 이 제도를 깨부술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기야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미국이 우리를 께름칙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 누가 치고 올라올지 모를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현대자동차 등이 그 짧은 시간에 미국 시장을 안방으로 만들지 그 어느 누가 털끝만큼 짐작이나 했겠는가. 제약바이오산업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2000년 이후 우리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FDA로부터 꾸준히 의약품 허가를 받아내고 있다. LG생명과학의 팩티브,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동아ST의 시백스트로,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 SK케미칼의 앱스틸라, 대웅제약의 메로페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 및 루수두나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2015년에는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랩스커버리(LAPSCOVERY)라는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선진국의 빅파마(Big Pharmaceutical Company)들에게 천문학적인 약 7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수출을 시현한바 있다. 2018년에도 유한양행과 코오롱생명과학 및 인트론바이오 등이 3조5000억 원이 훨씬 넘는 기술수출을 이루어 냈다.

이제, 해마다 이맘때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어느덧 우리 한국이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행사가 됐다. 금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달 7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열린다. 이 행사에서 발표를 맡은 토종 제약바이오 기업들만도 단골조연 한미약품을 비롯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코오롱티슈진, 한독,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및 강스템바이오텍 등 9개사다. 참가 기업들은 모두 26개사나 된다.
 
국내개발 신약도, 1999년7월15일 허가된 SK케미칼의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그동안 알게 모르게 2017년 현재 29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자체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토종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동아에스티(3품목), 종근당(2품목), LG생명과학(2품목), SK케미칼(2품목) 및 한미약품(1품목) 등 21개사나 된다.

또한 지금, 미국 FD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거나, 금년에 임상3상을 끝내고 허가신청에 들어갈, 2019년 올해를 빛낼 기대되는 유망한 신약들도 수두룩하다.

막강한 23개의 신약 파이프라인(3상 3건, 2상 5건, 1상 6건, 전임상 9건)을 확보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금년 기대감이 가장 큰 제약사 중 하나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 성과는 금년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을 통해 나타날 전망이다.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은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라이선스 아웃된바 있다. '스펙트럼'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항암신약 개발 전문 제약사로, 비(非)호치킨림프종 치료제(Zevalin)와 골육종치료제(Fusilev) 등 5개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한미약품은, 2일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이 2018년12월27일 미국 FDA에 '롤론티스'의 바이오신약 허가신청(BLA, biologics license application)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neutropenia) 치료제인 '롤론티스'는 금년 4/4분기쯤 미국 FDA의 허가가 기대된다. 호중구감소증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감소돼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증상으로써, 항암치료를 받으면 호중구를 생산하는 골수 기능이 저하돼 이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롤론티스'가 계획대로 FDA 허가를 받게 되면, 이 신약은 한미약품의‘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 상용화되는 세계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경쟁약물인 '뉴라스타'의 지난해(2017년) 매출액이 45억3000만달러(약 5조8백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고 주1회 투여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 볼 때, 한번 투여로 3주간 약효가 지속되는 경쟁력을 갖춘 '롤론티스'는 환자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여, 상용화될 경우 연간 최대 1조원까지 매출이 예상되는 불록버스터 신약이 될 전망이다.

또한 표적항암제 '포지오티닙'의 경우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에는 실패했지만, 한미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은 미국에서 연말 신속 승인을 목표로 상용화 일정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epilepsy) 신약이다. 뇌전증은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흔히 '간질'이라고도 불린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 2상과 3상 진행 결과 경쟁약물 대비 높은 '발작빈도 감소율'을 나타내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FDA 허가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왔다.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23개국 24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끝났으므로 금년 FDA의 허가를 받으면 내년 상반기 중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액 기대가 크다. 주요 경쟁약물인 '빔팻(Vimpat)'이 미국에서 약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이 2018년 약61억 달러(약 6조8500억 원)에서 2021년 92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SK바이오팜은 2017년12월21일 미국 '재즈'사와 공동개발 중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의 FDA 신약 승인신청을 완료했다. 2011년 '솔리암페톨'의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재즈'에 기술 수출했고 공동개발을 통해 지난해 임상 3상을 마무리했다. 수면 장애 치료제 시장 선도약물인 '자이렘'을 판매하는 재즈는 '솔리암페톨'을 후속작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솔리암페톨'이 FDA 승인을 받으면 SK바이오팜은 미국 판권을 보유한 '재즈'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일본·중국 등 아시아 12개국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

한미FTA 개정에 합의하는 한미양국 대통령.
한미FTA 개정 합의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개정을 거쳐 사실상 사문화됐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미국 FDA의 판매허가 시점이 곧 다가올 2월로 예상되며, 2분기 내로 유럽의약품청(EMA) 허가도 전망된다.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글로벌 전체 약 4조 원 규모로 미국이 50%인 2조 원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의 가치는 약 55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주)바이로메드의 'VM202'는 근육에 주사하는 유전자치료제로, 간세포증식인자(HGF)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미국에서 당뇨병성신경병증(DPN, Diabetic Peripheral Neuropathy)과 허혈성족부궤양(PAD)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금년 6~7월이면 추적 관찰 결과가 나온다. 그 후 곧바로 FDA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당뇨병성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30~50%에서 발병하는 주요 합병증으로, 말초신경 손상과 신경혈관의 허혈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VM202'가 상용화되면 연간 3조~4조원 규모인 글로벌 PDPN 처방약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인류 최초의 백신인 천연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면역항암제다. 전 세계 20개국 600여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금년 상반기에,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여부를 판단하는, 무용성 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간암 말기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에서 환자 2명의 암세포가 완전히 사멸된 것이 관찰돼 암 완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는 바이엘의 '넥사바'가 유일하기 때문에 시장성도 큰 상황이다.

지금까지 면역항암제로 상용화에 성공한 제품은 2015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암젠’의 '임리직(Imlygic)'이 유일하다. '펙사벡'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행투여에서 독성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들 약물들과 병용투여 활용 가능성이 높아 시장성에 대한 기대치 또한 크다.

(주)메지온의 희귀질환 치료 신약물질 '유데나필'에 대한 상용화 기대감도 높다. '유데나필'은 심실을 1개만 갖고 태어나는 선천성 심장 기형인 '단심실' 환자들의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후 합병증 예방을 위한 치료제다. 2018년6월 미국과 캐나다 및 우리나라 등의 30개 기관에서 진행된 400명 규모의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대한 추적 관찰 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하반기에 임상시험이 마무리되고 2개월간의 통계 데이터 분석을 거쳐 금년 1/4분기에는 구체적인 상용화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유데나필'은 임상 3상을 시작하기 전, 미국 FD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심사 기간이 6개월로 단축되고 신약 승인 시 미국 내에서 7년간 독점 판매권을 갖게 된다. 또한 희귀성 소아질환 약물이기 때문에 신약허가신청(NDA, New Drug Application) 승인 시 우선 심사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당 '유데나필' 투여에 필요한 비용이 연간 6만 달러(약 7000만 원)에 달하고 미국 내 잠재적 환자만도 3만여 명 정도나 있기 때문에 이 가운데 3분의1만 투약을 가정해도 연매출 6000~7000억 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 등과 같은 우리 한국의 신약개발 현상들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의 당국자들이나 '빅파마'들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7?7약가제도' 공격은 상기한 바와 같은 우리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신약개발 실상이 분명 배경으로 깔려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 눈에 생생히 보일 테니까 말이다. 아니 그럴까?

동토의 땅에도 봄은 온다. 어쩐지 올해 2019년은 토종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미래를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삼국지에서 '모사재인(謀事在人) 성사재천(成事在天)'이라 했다. 최선을 다한 후에는 그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말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약개발의 경구(警句)가 됐으면 한다.

토종 제약바이오 업계가 갈 길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 '7?7약가제도' 이상의 신약개발 브레이크가 우리를 미래의 경쟁자로 보는 외세(外勢)에 의해 자주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이번의 약가제도 사건은 정부 당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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