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원 연구진, 안전사용 종합 개선방안으로 제안

국내 주사제 사용실태 조사 결과 단회용/다회용 구분 규정이나 단회용 충전량 기준 가이드라인조차 없고, 대부분의 요양기관이 성분별로 한 가지 포장 용량만 보유하고 있는 등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률도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월등히 높았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회용과 다회용 주사제를 구분하고, 병원약사회 무균조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필요가 있다는 대안 등이 제시됐는데, 이중에는 안전용기를 사용했거나 소량포장으로 공급되는 주사제에 약가가산을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같은 내용의 '주사제 안전사용을 위한 종합개선 방안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변지혜 부연구위원이 연구책임자를 맡았고, 김동숙 연구위원과 오로라·김묘정·이다희 주임연구원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보고서다.

2일 보고서를 보면, 국내 주사제 사용 문제점은 크게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높은 처방률, 허가 규정·생산, 유통, 무균조제시설 및 인력, 청구기준 등이 그것이다.

처방률 문제=2017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 주사제 처방률은 16.5%였다. 전년 대비 0.95% 감소했지만 선행연구(이의경 등, 2001)에 보고된 외국 전문가에 의한 주사제 처방률이 미국 5% 이하, 영국 1% 이하, 호주 2% 이하, 스웨덴 1% 이하 등인 점과 비교하면 국내 주사제 전체 처방률 평균은 외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허가 규정·생산 문제=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라인(식품의약품안전처, 2016)을 보면, 바이알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 감염 예방을 위해 단회 투여용 바이알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단회용과 다회용 구분 규정은 따로 없다.

이렇다보니 주사제 표기 사항에서 단회 투여용(1회용)과 다회용 주사제를 구분해 표시하지도 않고 있다. 미 FDA의 경우 보존제 여부를 확인해 이를 구분한다.

단회용 주사제의 충전량 기준 가이드라인도 없다. 반면 FDA 가이드라인은 단회용 주사제는 1회 투여량의 최대량, 다회용 주사제는 30ml 이하(무균조제용 Bulk 주사제는 별도)로 정하고 있다.

유통 문제=유통 포장 용량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실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유통 공급 자료를 보면, 요양기관은 성분별로 한 가지 포장 용량만 갖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균 조제 시설인력 문제=무균조제 수가는 정해져 있지만 무균조제 시설과 무균조제 인력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요양기관 현황 신고서 서식에도 무균조제 시설 기재 항목이 누락돼 있는 실정이다. 뿐만아니라 무균조제 약사를 명시하고 있는데도 조제 건수 기준조차 없다.

청구 기준 문제=주사제 청구기준도 모호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일부 행위, 처치 심사 기준에서는 실사용량 인정 등의 행정해석이 존재한다. 연구진은 무균조제 수행 여부와 오염 위험도에 따른 청구 기준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개선방안은 뭘까.

연구진은 우선 단회용 또는 다회용 주사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단기방안으로 병원약사회 무균조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안전용기와 소량포장 공급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기방안으로는 주사제 단회/다회 구분 및 소량 포장 관련 약사법 개정과 폐기량 보고 및 실사용량에 근접한 포장단위 청구, 무균조제 시설 마련 및 인력기준 개선 등을 제시했다.

또 장기방안으로는 공급부터 투약까지 안전관리 바코드시스템 도입과 사전예고 없는 무작위 방문감시 강화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단회용/다회용 주사제 구분=연구진은 미국 기준을 인용해 보존제 유무를 구분 기준으로 제시했다. 또 단회용 주사제 충전량은 1회 투여량 최대 용량기준으로 권고할만하다고 했다.

단기방안=연구진은 병원약사회 무균조제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를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연구 진행과정에서 병원약사회가 실무중심의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11월 제작했다.

약가제도로는 소량포장 제품과 안전용기 제품에 대한 약가가산 필요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투여경로, 성분, 제형이 동일하고 함량이 다른 제품이 진입할 경우, 제품의 약가를 함량에 비례하지 않고 산식에 의해 적용한 약가를 적용하자고 했다.

또 환자 감염 위험을 경감시키는 경우나 조제 시 과오 위험을 경감시키는 경우, 응급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경우, 주사제를 경구제로 만든 경우에 일정비율의 약가가산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할만하다고 했다.

중기방안=연구진은 주사제 단회/다회 구분과 소량포장 관련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무균조제가 가능한 경우에 한해 실사용량 청구(폐기량에 대한 약가 보전 비용은 실태조사 후 최종반영), 무균조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실사용량에 근접한 포장단위로 청구하도록 하되, 실사용량과 폐기량을 함께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현재는 포장용량이 여러 개 등재돼 있어도 한 종류의 포장용량만 유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폐기 의약품이 발생해 환자부담 증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증가, 환경오염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무균조제 수가기준을 환자중심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도 덧붙였다. 현재는 '만 8세 미만의 소아 또는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 한해 항생제, 생물학적 제제, 안전역이 좁은 전문약 치료약제, 안정성이 낮아 혼합 시 약물변화를 유발하기 쉬운 약제를 수액제와 혼합 조제 하는 경우'로 돼 있다. 연구진은 이를 '암환자, 정맥영양요법이 필요한 환자, 중환자실(신생아, 소아, 성인) 입원환자, 면역저하 환자 등'으로 대상환자와 약물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기방안=연구진은 "현재 주사제는 환자 단위가 아니라 병원 약국에서 병동별로 필요한 주사제를 한꺼번에 수령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해당 주사제가 환자에게 투약될 때까지 관리가 어렵고 투약 오류를 예방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주사제도 경구제와 같이 ATC(Automatic tablet counting & dispensing) 기기로 환자 단위로 포장한 후 바코드 라벨링을 실시하고, 라벨에는 환자이름, 성분명, 투여 경로(정맥주사, 근육주사 등등) 정보를 제공해 환자에게 최종 투약까지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급부터 환자 투약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과리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또 사전예고 없는 무작위 방문감사 강화 필요성도 제안했는데, 세부적으로는 원내외 점검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었다.

원내점검제도는 의약품과 관련한 환자 안전을 위해 병원 내 환자안전 전담인력으로 배정된 환자안전책임약사가 다른 환자안전 전담인력과 함께 30일마다(또는 매달) 원내 의약품안전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병동약사가 기록한 의약품 안전사용 점검목록을 근거로 보고서를 작성해 최종 요양기관장에게 제출하는 방식이다.

외부 점검제도는 환자 안전을 위해 보건소장 또는 인증원장이 특정 요양기관의 의약품 관리 상황을 불시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이 연구는 국내 주사제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주요 선진국의 주사제 사용시스템을 비교 고찰해 국내 주사제 사용의 문제점을 개선한 연구로 의미가 있다. 국내 주사제 안전 사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예방 가능한 환자 안전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주사제 처방률이 높은 의원이 분석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고, 무균조제시설이 의료자원 조사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아 정확한 실태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 등을 전제하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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