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타미플루가 소비자와 약사에게 던진 교훈..."복약 소통하라"

화도 나고 마음도 아프다. 독감치료제 타미플루를 복용한 중학생(13)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그렇다. 약물과 죽음 사이의 과학적 인과 관계를 단정지을 수 없다해도 안타까움이 옅어지지 않는다. 생명의 문제가 아닌가. 만약 나의 일이었다면? 감정 이입을 하게 되면 왜 이 같은 사건이 사전에 예방되지 못했는지 뚜렷한 대상이 없는 원망마저 끓어 오른다. 이미 유아 청소년들에게 유사한 사건들이 외국에서 일어났었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국내 의·약사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안전성 서한'까지 발송한 상황이었는데 안전한 약물 사용의 문지기라는 의사와 약사는 왜 제대로 중재하지 않았나.

관할 보건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추궁했다.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약사에게 행정처분으로써 과태료를 부과하고, 의사에겐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 문제의 소지는 있으나 처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다. 약사들 가운데는 이를 억울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겠지만, 복약지도를 관장하는 전문가는 약사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타미플루 복용에 대한 독감 환자들의 불안감은 씻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커진 측면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이번 사건도 과거 여러 안전 사고들처럼 요란한 문제제기에 시들한 결말로 잊혀질 가능성은 100%다. 결단코 이렇게 돼선 안된다. 중학생의 죽음을 의미있는 것으로 만들려면 의약품 소비자로써 우리 마음속 적폐를 들여다 보고 새롭게 고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약물복용과 복약지도의 중요성 ▷의사와 약사의 직업적 역할을 어떻게 100% 활용할 수 있을까와 같은 오래됐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의식을 붙잡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더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는 시스템 혹은 방법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의사와 약사의 역할 미수행으로 국한'하지 않고, 때가 낀 약물복용 행태에서 찾아보려는 것은 결코 정부로부터 자격을 인정받고 정작 자기 할일은 하지 않은 의사나 약사를 감싸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담아둔 지식 서비스를 모두 토해내도록 하려는 것이다.

아이러니의 현장, 약국으로 가보자. 복약지도료 받는 약사들이 복약지도를 소홀히하냐며 질책하던 소비자들이 정작 복약지도는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가 적잖다. "빨리 주세요"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건성건성) 네네, 하루 2번 맞죠?" "인터넷 찾아볼게요"라며 약 봉투를 받아 나가버리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이건 약과다. 부작용에 관해 설명하고 나면 "이런 약 왜 처방했냐"며 처방의사를 찾아 항의하거나 "약 안먹을래요"라고 말하는 이들도 꽤 된다고 약사들은 말한다. 이렇다 보니 약사들도 "이건 항생제, 저건 소염 진통제...식후에 드세요"처럼 약사법 준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설명만 하고 만다. 건강보험료를 지불해 약사들에게 복약지도료를 주고는 받아야할 서비스를 소비자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    

소비자들이 더 이득을 보려면 의약품의 속성을 이해하고 전문가 의견을 따르는 게 낫다. 세상의 모든 약들엔 효능과 부작용이 동전의 앞 뒷면처럼 붙어있다. 의약품 사용설명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효능과 효과는 달랑 한 줄인데, 주의사항 등 부작용은 수십 줄도 넘는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처방하고 약사들은 약을 잘 먹으라고 설명해 준다. 왜 그럴까. 약 복용의 이득이, 우려되는 부작용을 상회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약물 복용의 장단점을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해 줄 수 있는 사람들, 의사와 약사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과 가깝고 약물간 상호작용등을 비교,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는 약사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자격을 부여한 전문가들을 100% 이상 활용해야 한다. 이건 놓칠 수 없는 권리다. 약사를 만날 때 소비자들은 "이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할 점은 뭐에요?"라고 질문해야 한다.

안타까운 이번 사건은 약사들에게 환자들과 이 사회를 향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측면도 있다.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하려면 약사들의 말을 잘 들어야 겠구나'하는 사회적 토양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약사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입을 열어 더 용기있게 복약지도를 해야할 것이다. 부작용 설명이라도 지레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 부작용 설명은 인서트 페이퍼 상 ▶매우 흔하게 (≥ 1/10) ▶흔하게 (≥ 1/100, < 1/10) ▶흔하지 않게 (≥ 1/1,000, < 1/100) ▶드물게 (≥1/10,000, < 1/1,000) ▶매우 드물게 (< 1/10,000) 같은 용어와 빈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복약지도는 환자와 소통하는 것으로 약사 의지만으로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지치지 않는 의지가 요구된다. 이 사회가 약사들에게 기대하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귀 담아 듣지 않으려는 환자가 있다면 불러 세워 말해야 한다. "환자분, 이 말씀 꼭 들으셔야 합니다."

의약분업 상황에서 의사와 약사 사이의 약물 복용에 관한 소통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2017년 8월 안전성 정보처리에 따른 허가변경 사용상 주의사항 경고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10세 이상 소아 환자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이 약의 복용 후에 이상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예가 주로 일본에서 보고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이 연령대의 환자에게는 합병증이나 과거병력 등으로부터 고위험환자로 판단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이 약 사용을 하지 않는다." 처방할 때 의사도 고려해야하지만, 약물을 관장하는 약사도 처방에 대해 자유롭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도 절실하다. 약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 역시 더 신중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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