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최장수 미등재약서 첫 '중국쇼크' 희생약제로

심벤다 이어 두번째 중도포기 사례
회사 측, '원+원' 환자지원 지속
RSA 확대 시 재도전 기회 생길수도

장기 미등재 신약의 대명사인 한국노바티스의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치료제 졸레어주사(오말리주맙)가 비운의 역사에 한줄을 더 추가하게 됐다. 이번에는 최초 '중국쇼크' 영향을 받은 약제가 된 것이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19일 저녁 한장의 문서를 건보공단에 보냈다. 다음날인 20일 시한으로 진행됐던 졸레어주사 등 3품목 대한 약가협상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협상결렬 대신 제약사가 협상을 중도 포기한 건 한국에자이의 비호지킨림프종치료제 심벤다(벤다무스틴염산염)에 이어 두번째로 알려졌다. 심벤다는 이후 재등재 신청을 통해 올해 9월 약제급여목록에 신규 등재됐다.

건보공단 측은 사전에 회사 측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덤덤하게 받아들였는데, 양 측의 공감대에는 한국을 약가 참조가격으로 추가한 중국이 있었다.

'중국쇼크'는 일정부분 예견됐던 사안이었는데, 부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는 '코리아패싱'의 현실화로 볼 수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한국보다 적어도 10배에서 20배 이상 큰 중국시장의 약가가 더 낮아지는 걸 방어하기 위해 약가정책이 '빡빡한' 한국을 제치고 중국 진출을 우선 고려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번에 첫 사례를 제공한 노바티스 뿐 아니라 몇몇 다국적제약사들 사이에서 이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다국적사 약가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과거에도 한국제도에 맞춰 적정가격 수준이나 협상조건을 만들기 위해 본사를 설득하는게 쉽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약가담당자는 "'중국쇼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경우의 수를 만들게 됐다. 항암제 뿐 모든 약제로 확산 시행되면 약가협상보다 본사 설득이 훨씬 더 어렵게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동안에는 급여등재 신청 해놓고 가격이나 조건 등을 놓고 저울질 했는데, 앞으로는 중국에서 등재될 때까지 유보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럴 경우 한국법인 입장에서는 '코리아패싱'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설득해야 하는 데 이 과정이 약가협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철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졸레어는 2007년 국내 허가를 받았다가 2015년 5월까지 3번 급여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로써 11년 최장기 미등재인 비운의 약으로 불렸는데, 올해 9월 약평위를 통과하면서 오랜 고통의 세월에 종지부가 찍히는 듯 했다.

적응증은 중증 알레르기성 천식에 이어 지난해 9월 추가된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두 가지가 있지만 중증천식에만 급여기준에 설정되고, 특발성 두드러기는 100/100으로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약가협상 단계를 거치는 두 달 사이 '중국쇼크'가 발생해 마지막 관문에서 회사 측이 스스로 깃발을 접었다.

노바티스 측은 히트뉴스에 제공한 입장문에서 "당사는 졸레어의 보험급여를 기다리던 의료진과 환자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리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졸레어의 환자 접근성 확대를 위한 당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졸레어를 차질없이 공급하는 한편, 관계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졸레어의 급여 등재 재신청을 포함한 환자 접근성 향상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지난 십여년간 시행해온 환자지원프로그램도 변동없이 진행한다"고 했다.

한국 내 비급여 공급 지속, 급여 등재 재도전, 환자지원로그램 유지 등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급여 재도전은 중국 등재 이후이거나 위험분담제(RSA) 적용약제가 확대되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제가 아니어도 약평위가 필요성을 인정한 약제에 대해서도 RSA를 적용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런 예외적 접근이 가능해지면 중증 천식 치료제인 졸레어에게도 다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환자 지원프로그램은 현재 상급종합병원 이용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1+1'을 말한다. 환자들은 이를 통해 비급여 가격의 반값으로 졸레어를 써왔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